지난달 실업률 4%… 18년래 최고
취업자 증가 전년동기비 절반 그쳐
DSR 상승으로 가계빚 부담까지
"가계경제 '도미노 붕괴' 올수도"
취업자 증가 전년동기비 절반 그쳐
DSR 상승으로 가계빚 부담까지
"가계경제 '도미노 붕괴' 올수도"
최악의 고용쇼크에 역대 최대폭의 1분위(하위20%) 소득 감소, 그리고 국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인상폭이 커지면서 한국경제가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과 제조업 구조조정에 정부가 뒷북 정책으로 일관하는 동안, 금리상승기 1468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폭탄이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그리고 국제결제은행(BIS)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내놓은 고용과 소득 지표를 보면, 당초 소득주도 성장을 약속했던 문재인 경제팀이 받아든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가계 소득보다 빚의 증가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지고 있는 데다, 근로 수입의 원천이 되는 일자리는 급속도로 줄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단순히 인구 구조적 변화로 치부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는 게 글로벌 기관과 경제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시중금리도 꿈틀 대면서, 가계부채도 빨간불이 커졌다. 일자리 감소, 소득 둔화, 가계부채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한국경제가 '3중고'의 덫에 빠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고용과 소득은 쇼크를 넘어 참사 수준이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취업자수는 전년 동월 대비 월 평균 14만9000명 증가에 그쳤다. 지난 2009년 동기에 17만2000명을 기록한 이후 9년 만에 최악의 수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 37만2000명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절반 수준이다. 지난달 실업률은 4.0％로 2000년 5월 4.1％ 이후 5월 기준으로는 18년 만에 가장 높았고,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0.5%로 1999년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고치다.
소득도 최악의 수준이다. 지난 1분기 가계 소득은 최하층인 1분위에서 역대 최고치인 8%나 줄었고, 소득 양극화는 한층 더 벌어졌다.
가계부채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BIS가 이날 내놓은 '한국 가계부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보면, 지난해 평균 11.95%로 5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DSR은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로 가계가 빚을 갚은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정부가 가계부채의 만기 일시 상환을 분할상환으로 유도해 전체 부담을 조금씩 줄여가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 상환액이 늘면서 DSR은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금리도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가 전달보다 0.03%포인트 오른 1.83%를 기록했다. 당장 코픽스와 연동하는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당장 18일부터 오르고, 연내 5%대 진입도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소득 보다 이자부담이 더 커진 한계차주들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일과 소득, 부채 등 가계경제의 '도미노 붕괴'를 우려하면서 정부가 혁신성장과 규제개혁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업이나 조선업 등의 산업 구조조정 여파가 가계경제의 위기를 가져왔다"며 "정부가 근시안적 시각으로 일자리에 올인 하지 말고 규제 개혁으로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가 결과적으로는 일자리를 줄여 가계경제를 어렵게 만든 측면이 있다"며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각종 규제 개혁에 나서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권대경·황병서기자 kwon213@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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