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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인문학] 적성검사를 다시 생각한다

반성택 서경대 철학과 교수 

입력: 2018-06-11 18:00
[2018년 06월 12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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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인문학] 적성검사를 다시 생각한다
반성택 서경대 철학과 교수

지난 겨울의 평창올림픽은 선언으로만 보이는 올림픽 정신이 스포츠를 넘어서서, 선언을 넘어서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보여준다. 평창올림픽은 몇 번의 실패 뒤에 유치되나 촛불시위 국면에서는 걱정거리로 전락하며, 외국에서 제기되는 안전문제에도 직면한다.

그런데 평창올림픽은 '사상 최초'라는 사건들을 매개한다. 사상 최초의 '백두혈통' 방문, 사상 최초의 판문점 남북회담, 사상 최초의 북미회담 등으로 말이다. 이는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라 내용으로는 지난 20세기 중반, 아니 19세기말 이래로의 한반도 역사 추세의 반전을 알리는 말이다.

이렇듯 우리는 평창올림픽을 기점으로 한반도 과제가 제대로 다루어지려는 시기를 2018년 6월 지나고 있다. 현재에서 보면 평창올림픽 국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음이 공유된 발판에 해당한다. 이전을 말하는 미국 대통령의 편지는 전세계에서 수많은 걱정스러운 반응에 즉각 직면한다. 올림픽이 개시한 한반도 담론은 정밀타격, 제한적 군사옵션 즉 코피 작전, 리비아식 해법 등의 말이 난무하는 지점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다.

지난 몇 십년을 돌아보면 정치는 거리의 학생과 시민들이 흐름을 바꿔왔다. 경제도 90년대말 외환위기라는 국외의 충격을 감내하며 질적인 변화를 이루어 현재에 이른다. 정치와 경제의 이러한 변화는 오늘날 세상의 본질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오늘날 세상은 정치는 주로 국내적 요인으로 정해지고, 경제는 주로 세계화 추세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대화 국면도 현재 단계의 정치와 경제가 합해져 등장한 것이다. 문제 해결에 요구되는 정치적, 경제적 역량에 우리가 도달한 것이다.

그런데 답답한 것은 저 거대 담론들이 방향을 잡아가는 현재 이 사회의 내부적 문제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이의 대표적인 분야가 교육이다. 과열이다 못해 처절할 정도인 입시경쟁과 사교육 등을 국가는 그냥 두고 있다. 알고 있다. 국가는 너무 바쁘다. 대통령은 태평양을 1박 4일 일정으로 건너가 미국 대통령에게 부탁하고 돌아오나, 돌아온 새벽의 그 하루가 지나기 전에 회담 취소는 발표된다. 또다시 촛불 대통령은 판문점으로 향한다.

하지만 다음의 연결고리를 잊지 않으면 좋겠다. 촛불은 민주주의를, 한반도 평화를 지켜달라고 말했을 것이다. 민주와 평화가 나의 삶에 정의를 위한 버팀목이기를 염원했을 것이다. 여기서 내실이 자라길 소망해서 그들은 거리에 나섰을 것이다. 처절한 경쟁과 학원에서의 늦은 귀가를 안타깝게 보며 민주와 평화 안에서 처절한 경쟁과 늦은 귀가가 어느 정도는 엷어지기를 희구하면서 말이다.

우리의 교육 현실을 잘 담아내는 구절이 있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이를 본 적이 없다. '할아버지의 재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라는 체험적이자 회고적 깨달음이 그것이다. 학종은 좋은 제도이나 우리의 현실에서 학종은 저 '돈, 무관심, 눈치'의 삼위일체가 전하는 그 일탈의 의미를 되도록 숨기면서 담아내는 기제로 작동하기에 반발에 직면한 것이다. 수능과 학종은 다르나 결정 요소는 사실상 동일하다.

국가는 분주하기에 개입하지 않고 각종 위원회와 토론회를 꾸린다. 아직 시작도 못한 것인데 교육부는 사교육 유발 등의 사유로 적성고사 폐지를 의견으로 제시한다. 필자는 지난 10여년 적성고사 현장에 있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문항에 답하는 식의 적성고사는 개선돼야 하지만 수능과 학종이 일의적으로 지배하는 입시에서 그나마 다른 성격의 제도적 뜻을 발산해왔다. 수능과 학종에서의 우수한 성과를 낳는 요인이 사실상 동일한 가운데 적성고사는 학생의 내재적 역량을 비교적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에 청와대 청원도 적성고사 폐지 의견에 반대해 등장했을 것이다. 적성고사가 결정적 해법이라는 것이 아니라 중층적이자 모두의 과제인 교육 문제를 놓고 국가가 단선적인 해법을 구하는 현재에서는 학생들을 동일한 결정 요인에 질식시키지 않는 실질적인 제도임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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