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인문학] 4차산업 혁명과 실존적 인간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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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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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인문학] 4차산업 혁명과 실존적 인간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이번 정부는 그 이전 정권과는 달리 인간과 그 인간의 권리를 존중하는 정책을 펼치려 한다. 새로운 미래로 향하는 4차산업혁명도 이번 정부는 '사람중심 4차산업 혁명'으로 선언했다. 이러한 선언은 역사의 질적 발전을 이루어낸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런데 유감스럽스게도 사람이 중심이 되는 4차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즉 사람이 과연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논의가 실종돼 있다. 만일 사람 중심 4차 산업혁명이 사람을 물체와 동일하게 간주하는 물리적 관점에서 사람중심 4차 산업혁명을 기획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그 혁명은 사람을 물체처럼 취급하는 혁명이 될 것이다. 혹은 사람을 기계와 같은 것으로 보는 공학적 관점에서 4차 산업 혁명을 기획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한 혁명은 사람을 기계화하며 사람이 사는 세계를 공장화하는 혁명이 될 것이다. 또 사람을 동물과 같은 것으로 보는 진화론적 입장에서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면, 그 4차 산업혁명은 사람들이 사는 세계를 충동의 굴레 속에서 오직 생존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고등동물의 생태계로 만들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바로 우리 자신인 사람을 되돌아보며 다시 절실하게 물어야 한다. 대체 사람은 어떤 존재인가.

불행하게도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우리가 사람이면서 아직 잘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물체로, 기계로 혹은 동물과 같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런데 니체라는 철학자는 사람이 다른 존재에서는 발견될 수 없는 독특한 삶의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다음과 같이 한 문장으로 꿰뚫어 보고 있다.

"사람은 살아야 할 의미가 분명하다면, 어떤 고난도 견디어 낸다." 여기에 의문을 갖는 사람이 있을까. 사실 사람은 그가 추구하는 삶의 의미가 굶어야하는 고난 끝에 이룰 수 있는 것이라면 동물과는 달리 먹지 않는다. 이렇게 굶는 고난을 감수하는 사람은 때에 따라서는 자신 혹은 타인의 자유와 인권 수호라는 숭고한 가치를 위해 단식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름다운 몸매라는 지극히 사적 취향에 속하는 가치를 위해 단식을 하기도 한다. 어쩌면 니체의 저 말은 부정형으로 변형시켰을 때 더 극적으로 사람의 존재방식에 대한 깨달음을 줄 것이다. 니체의 그 말을 부정형으로 바꾸어 보면, 다음과 같이 다시 써질 수 있을 것이다. "살아야 할 의미가 분명하지 못하다면,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의 조건이 조성된다 해도, 사람은 스스로 죽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이는 철학이란 미명 아래 자행되는 그 흔한 철학자의 말장난이 아닐까. 하지만 놀랍게도 이 말장난에서 암시되는 사태가 어떤 나라에서는 통계적 지표로 지지된다. 그 어떤 나라는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이다. 이 사실이 지표로 입증되는 현장이 바로 우리나라인 것이다.

통계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50년 전에 비해 경제가 300배 성장했다. 50년 전 우리나라 일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에 불과했지만, 금년에는 3만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 평균수명 증가율이 OECD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50년 전에 비해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수명은 40% 증가했다. 50년 전 그 물질적으로 빈곤하고 생존조건이 열악했던 시절, 그 시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현재 잘 먹고 잘 입고 살 수 있다. 그런데 대체 어찌된 일인가. 우리나라는 현재 그 50년 전과 비교하면 폭증했다고 표현해야할 만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의 수가 증가했다. 이러한 지표가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여기서 포착되는 사실은 무엇보다도 사람이 존재하는 방식은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의 섭취 혹은 풍요로운 물질의 향유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생존하는 하거나 물질적 풍요를 향유하는 것은 사람이 사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대체 사람은 어떻게 사는가. 가장 분명한 것은 사람은 물체와 달리, 또 동물과 달리, 살면서 항상 자신을 살게 하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 간다는 사실이다. 삶이 의미를 만들지 못할 때 그래서 살 가치가 없다고 자각하는 순간, 그 삶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며 따라서 스스로 죽는다. 이렇게 사람의 삶은 의미와 가치를 창조하며 살아가는 질적 실존 현상이다.

결국 미래를 향해가는 진정으로 미래지향적 국가나 정부는 4차산업 혁명을 통해 인간 실존적 존재방식의 고양을 정책의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과연 현재 시장에서 환영받고 있는 기술이 인간의 실존적 존재방식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며 인간 실존에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이렇게 성찰적으로 기획된 정책만이 4차산업 혁명을 사람중심 4차산업혁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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