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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드론이 열어제친 가능성의 세계

한화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입력: 2018-05-09 18:00
[2018년 05월 10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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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드론이 열어제친 가능성의 세계
한화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요즘 대세인 여행 예능을 보면 새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화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런 버드 아이 뷰(bird's-eye view)는 안방에 앉아 높은 산에서 시내를 조감하는 시원함과 경쾌감, 현장감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방송 촬영에 드론(무인항공기)이 도입되면서, 이전에는 헬기를 띄워 촬영하는 수고와 비용을 덜 수 있게 됐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명 가수가 "드론 자격증을 따서 노후를 대비할 것"이라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듯이, 과거에는 주로 군사용으로 사용됐던 드론이 최근에는 영상촬영, 인명 구조, 물류 유통, 기상 관측 등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얼마 전 평창 하늘을 수놓았던 1218대 드론 비행 쇼만 해도 기술과 자연이 조화로운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최근 중국의 한 드론 업체가 1374대의 드론 쇼를 펼쳐 이 기네스북 기록을 경신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이전에는 전화를 걸거나 발품을 팔아 얻었던 재화와 서비스를 온라인에서 빠르고 편리하게 얻고 있다. 드론이 개발돼 인간이 가기 힘든 원전, 전쟁, 북극에 촬영, 연구를 하거나 도로, 교통, 철도, 전력망, 건축물 등의 검사, 농약 살포에 이용해 수월성을 높이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이렇듯 인류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 왔다. 불의 발명으로 의식주 혁명이, 바퀴의 발명으로 물류혁명이 일어났듯이, 디지털혁명이 인류를 시공간 차원을 초지능, 초연결 사회로 인도하고 있다.

높은 산에 올라 볼 수 있던 장면을 어디서든 조감할 수 있게 된 것은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선 시야의 확장을 의미한다. 오랜 기간 하늘을 날고 싶었던 인간의 바람이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를 통해 실현됐고, 그 비행기를 타고 인류가 교류하고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인터넷의 발전이 전 세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를 연결해 폭발적 지식의 확장을 이뤄낸 것처럼, 드론이 인간의 시야와 상상력에 유동성을 보태어 확장시키고 있다.

최근 드론과 가상현실(VR)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필자는 기술을 통해 인간의 시야와 관점이 넓어지는 것. 기술이 단순히 편리함을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인간 삶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에 주목하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드론이 인간의 시야를 아이 뷰(eye view)에서 버드아이뷰로, 가상현실이 3차원에서 4차원으로 확대된 것은 상상력의 증대라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1884년 에드윈 애벗이 지은 '플랫랜드'라는 최초의 SF소설에는 2차원 평면공간만 존재한다. 이들에게는 이러한 관점의 세상이 전부여서, 3차원 세상에서 여행 온 이방인 '구(sphere)'를 이해하지 못한다. 점, 선, 면, 입면체 모두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한 사실이, 플랫랜드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또 다른 관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상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제한된 기존의 관점을 넘어 존재하지 않는 시각이나 접근 불가능한 차원을 발견할 수 있다.

버지니아 로메티 아이비엠 최고경영자는 '블루칼라도 화이트칼라도 아닌 뉴칼라(new collar)가 4차산업혁명시대를 이끌 것'이라며, '인공지능과 정보기술 능력을 갖춘 실무자를 길러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직 뉴 칼라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진 않지만, 필자는 기술력을 가지고 기존 관점이나 시야를 뛰어넘은 상상력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불, 바퀴, 증기기관, 인터넷, 드론 등 기술이 발달할 때마다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 지평은 원래 대지의 끝과 하늘이 맞닿는 경계란 뜻이다.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미지의 세계이기도 하면서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이기도 하다. 얼마 전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한 턱 높이 경계를 넘는 모습이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역사의 진일보는 항상 경계를 비로소 뛰어 넘을 때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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