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규 성균관대 하이브리드 미래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디지털산책] 인간과 기술, `협력`이 미래 연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4/2018041302102351607001[1].jpg "[디지털산책] 인간과 기술, `협력`이 미래 연다")
전시된 제조 기술들은 하나 같이 새로운 기술혁명 시대의 변화 양상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들이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키워드이자 전시회에서 별도의 세미나 주제로 다뤄지기도 했던 3D 프린터와 스마트팩토리 등의 자동화 생산 시스템들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물론 다른 전시회와 마찬가지로 제한된 공간 내에서의 전시라는 문제를 오롯이 가지고 있긴 했지만, '4차 산업혁명 특별관'을 따로 운영한 SIMTOS 2018은 미래 기술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계기였다.
4차 산업혁명은, 비록 선언 당시의 화제성이 지속되고 있지는 않지만, 그 중요성을 여전히 인정받고 있다. 새로운 정부에서도 4차 산업혁명은 주요 국정 과제들 중 하나로 지정돼 있으며, 이에 대한 대비는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과제로 남아 있다. 어떠한 미래의 삶을 예상하고 구상할 것인가는 정부만의 과제가 아니라, 그 시간을 살아가야 할 개개인들 모두의 과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전시회가 선보인 4차 산업혁명 기술들에서 우리가 보아야 했던 것은 우리의 미래였다.
전시된 기술들을 특징지을 수 있는 주요한 키워드는 자동화였다. 작게는 센서(sensor) 기술에서부터 크게는 스마트팩토리에 이르기까지 전시된 대부분의 기계와 시스템들은 자동화를 통해 생산제조의 효율성을 극단화하고 있었다. 생산제조 방식의 자동화는 사실 너무도 잘 알려진 주제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에 의해 여러 차례 언급됐듯, 산업혁명과 자동화의 밀접한 연관성은 산업혁명의 전 역사에서 확인되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니 여기서 이 둘의 관계에 대한 논의를 하나 더 덧대려는 것은 덧없는 일이 될 뿐이다. 여기서는, 그것과 관련은 되어 있으나 조금은 다른, 자동화를 대하는 우리들의 너무도 자연스러운 태도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자동화는 기술 시스템 내에서만 이뤄지는 현상이 아니다. 도구의 역사에서 볼 수 있듯, 기술은 도구라는 형태로 인간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왔다. 도구는 그저 수단으로 간주되던 것이 아니었다. 인간의 목적은 도구를 통해 성취됐으며, 이러한 점에서 도구는 목적의 달성이라는 결과를 산출하는 일종의 원인으로 기능했다. 하이데거는 목적을 위해 도구가 사용되고 있는 곳에 인과성이 넘쳐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동화는 인간이 기술과 맺어 온 이 같은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자동화의 추세 속에서 인간과 기술의 관계는 매우 빠르게 느슨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관계의 변화는 그리 간단히 볼 것이 아니다. 산업혁명이 그저 산업계 내부의 변화가 아니듯, 기술과 인간의 관계 변화가 미칠 영향력은 단지 생산제조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더 주목을 받았으면 한 것은 자동화시스템 곁에 전시된 협력로봇(cobot)이었다.
협력로봇의 고유한 특성은 인간과 더불어 있다는 점이다. 이 기술은 본래부터 인간을 전제하고 개발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그 목적은 인간의 활동을 돕는데 맞춰져 있다. 인간의 활동을 로봇이 가장 잘 도와줄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활동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만 한다. 더욱이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할 때라야만, 인간과 로봇간의 최적의 협력 방안은 마련될 수 있다. 이렇게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이 협력시스템은 자동화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갖고 있다. 우리의 미래는 과연 어떠한 시스템을 요구할 것인가? 미래적 가치가 더 높은 기술은 어떤 것일까?
서로 다른 기술이니, 이러한 비교는 그 자체로 무의미하거나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일 이 두 항에 대해 공통의 기준점이 설정될 수 있다면, 그 얘기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사실상 이 두 기술에는 비교를 가능하게 하는 공통의 기준이 이미 설정돼 있다. 이 두 기술 모두 우리의 미래 구상 속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미래는 과연 어떠한 것이어야 할까? 인간에 대한 규정이 바뀌지 않는 한, 아마도 우리의 미래 역시 인간의 미래여야 할 것이다. 인간의 미래여야 한다는 점에서, 그 미래는 인간의 고유한 가치가 늘 문제로 상정될 수 있는 시간이어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비교의 결과는 비교적 선명하지 않을까 싶다.
협력의 목적은 상호 인정과 상호 증진에 있으며, 이 관점에서 기술을 단지 수단으로, 인간을 단지 대상으로 간주하는 태도 모두는 응당 경계해야 한다. 협력은 대결이 아닌 상호 촉진의 과정이기에, 인간과 기술의 공진화는 이 협력 속에서 비로소 가능해질 수 있다. 더욱이 인간과 기술의 협력적 관계는 본래 문화적인 것이기도 하다. 기술은 본래 인간 문화를 구성하는 형식들 중 하나이기에, 기술을 배제한 인간 이해는 그 자체로 불가능한 것이다. 인간의 미래는 곧 기술의 미래이기도 하며, 이것은 또한 기술과 인문학이 늘 만나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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