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철 WFK/우즈베키스탄 IT자문관
![[디지털산책] 다시 기지개 켜는 중앙아시아](http://contents.dt.co.kr/images/201803/2018031502102351607001[1].jpg "[디지털산책] 다시 기지개 켜는 중앙아시아")
잠자던 대륙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과거 오랫동안 세계사의 주축이었던 유럽과 아시아를 관통하는 거대한 땅 중앙아시아가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
역사의 기록을 남기기 이후 시대, 즉 서기(서력기원)는 세계사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만 자칫 AD의 역사만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원전의 세상은 더 길었고, 이름조차 거룩했던 제국의 탄생, 침략 그리고 찬란한 문명이 존재했었다.
5000년 전부터 중앙아시아의 황량한 사막지대는 개척되기 시작했다. 그들은 목축이라는 새로운 경제에 기마술이라는 신기술로 무장하고, 사막 속에 자신들의 거점을 만들고 교류의 길을 이어갔다. 지난 반만년 동안 험난한 유라시아 땅에 정착해 도시를 만들었고 이를 연결했다.
실크로드는 타클라마칸 사막의 남북 가장자리로 우회한다. 이곳은 지금도 사막폭풍이 제대로 몰아치면 며칠동안 꼼짝도 할 수 없다. 빙하기가 끝난 후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한 신석기 시대가 되어서도 이 지역은 여전히 텅빈 황무지였다.이 거친 사막에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살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3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목축이 시작되면서 부족이 생기고, 거점이 형성되었다. 실크로드는 동서양을 연결하는 교통로이면서 교역의 중심지였다. 수많은 문화와 문명이 뒤섞이면서 세상의 중심이 되기도 했고, 몽고, 돌궐 등의 외세에 무너지기를 반복해 왔다.
19세기에 들어서는 러시아, 영국의 각축장이 되기도 했다가 최근에는 중국, 일본 등의 자원 전쟁에 불이 붙었다. 중앙아시아 지역이 요즈음 과거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은 일찌감치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우리 정부도 2013년에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주창했다. 타슈켄트 도심에는 삼성, LG, 화웨이, 오라클을 비롯 수많은 기업들의 간판이 즐비하다. 지난 2월에는 김동연 부총리 일행이 우즈벡에 들렀고, 한국의 대통령이 곧 방문할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이 붕괴한지 27년이 지났지만 이 지역은 여전히 기존 체제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과거의 기득권을 되찾으려는 러시아와 이 지역에 대한 경제 진출을 강화하려는 중국, 그리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움직임까지 교차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이 지역은 오늘날 정치, 경제적으로 중요성이 새삼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경주의 불교문화에는 그리스와 불교가 만난 간다라 양식이 넘어 왔다는 점, 경주 괘릉 석상은 소그드(우즈벡)인 이라는 점, 사자가 없는 나라에 수호신 사자상이 세워진 점, 고구려에서 파견된 사신의 모습이 사마르칸트 아프라시압 궁전 벽화에서 발견된 것, 혜초의 왕오천축국전과 고구려의 후예로 알려진 고선지의 원정은 기원전 4세기부터 한반도와의 깊은 관련성을 보여준다. 무함마드 깐수로 더 유명한 정수일씨는 경주가 실크로드의 동쪽 끝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 서안에는 낙타와 상인들의 조형물로 조성된 실크로드 시발점이 있다. 기원전 139년 장건일행이 처음으로 서역을 탐험했다는 논리다. 포석을 두듯 조형물 하나 만들곤 실크로드는 중국부터라고 주장한다.
이유야 어떻든 이미 타슈켄트에는 한국의 차가 80% 이상이다. 한국화장품이 고가에 팔리고 있고, 말리카 전자상가에는 삼성과 LG가 최고의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상사맨과 정부가 그간 수십년 간의 노력과 정성으로 만든 성과다. 이 지역을 두고 벌어지는 각국의 관심과 진출 경쟁은 과거 19세기말부터 영국, 러시아 등이 벌인 경쟁과 비슷한 양상이 지금 다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당나라 현장의 기행은 햇수로 무려 17년이 걸렸다. 오랜 세월동안 그가 직접 다닌 나라만 110개국이었다. 죽을 고비도 수없이 넘기고 풍토병과 고행에도 살아남아 실로 귀중한 사료를 남겼다. 실크로드에서의 새로운 기회는 낯선 사막의 땅에서 악착같이 살아남는 노력과 투지를 여전히 요구하고 있다. 포기하지 말고 한발 한발 실크로드를 걸어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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