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낭독기 사용시 다음 링크들을 이용하면 더 빠르게 탐색할 수 있습니다.
 
즐겨찾기 문화일보 PDF

[시론] 노동시간 단축 `켈로그` 성공이 주는 시사점

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입력: 2018-03-12 18:00
[2018년 03월 13일자 23면 기사]

원본사이즈   확대축소   인쇄하기메일보내기         트위터로전송 페이스북으로전송 구글로전송
[시론] 노동시간 단축 `켈로그` 성공이 주는 시사점
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통과를 접하면서 근로시간 단축의 어려움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주당 최대 52시간 노동은 이미 2004년 개정된 근로기준법의 정신이었다. 당시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를 통해 주당 40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으로 규정했고, 여기에 노사 합의 하에 주당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허용했다.

하지만 이후 고용노동부가 행정해석을 통해 1주를 월~금요일이라 한정하고, 토·일요일 각각 8시간씩 총 16시간의 초과근무를 허용함으로써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인 것처럼 편법 운영돼 왔다. 잘못된 행정해석을 바로 잡고 2004년의 법 정신을 재확인하는 데 14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그렇게 개정된 근로기준법이지만 이 또한 여전히 많은 한계를 안고 있다. 올 7월부터 실시되는 근로시간의 단축은 300인 이상 대기업에만 적용되고 50~299인 규모 기업에게는 근로시간 단축의 의무를 2020년 1월까지 유예한다. 이보다 더 작은 기업은 훨씬 이후까지 의무를 부과하지 않으며, 5인 미만 기업은 아예 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 노동시간 단축이 이처럼 어려운 이유는 그에 따른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추가 고용을 할 경우 기업주의 부담이 증가하고, 또한 노동시간 감축에 따라 노동자의 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일주일(7일) 연장근로를 포함해 주당 4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노동법 입법 지침을 만든 게 이미 1993년의 일이다. 유럽연합의 지침이라는 것이 가장 최소한도를 정해놓은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유럽연합 회원국의 근로시간 단축 수준은 이보다 훨씬 높다. 가령 노르웨이가 주당 법정 최대 근로시간을 48시간으로 규정한 것은 무려 100년 전인 1919년의 일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일을 많이 하는 국가가 됐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멕시코 다음으로 노동시간이 많은 국가지만, 이 또한 과거 한국 정부가 한국인의 근로시간을 OECD에 과소 보고했기 때문이며, 실제로는 멕시코 보다 노동시간이 많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하루 8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미국에서는 이미 1930년에 하루 6시간 노동을 실천한 기업이 있었다. 대공황 초입이었던 1930년 말 미국 켈로그의 소유주 W. K. 켈로그와 켈로그 사장 루이스 J 브라운은 시리얼 공장의 근무 형태를 기존 8시간 3교대에서 6시간 4교대로 바꾼 것이다. 교대 조 하나를 통째로 새로 만듦으로써 지역의 해고 노동자와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켈로그라고 해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어려움이 없을 수 없었다. 하지만 노사 양자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르는 비용을 기꺼이 분담했다. 노동자는 주급이 다소 줄어드는 것을 받아들였고, 경영진은 시간당 임금을 올리고 고용자 수를 늘림에 따라 나타난 총비용의 증가를 감내했다. 경영진이 6시간 시행과 동시에 시간당 임금을 12.5% 인상했고, 다음해에 다시 12.5%를 올렸기 때문에 노동자의 소득은 노동시간의 25% 감축에도 불구하고 1년만에 원상회복될 수 있었다.

6시간제의 도입은 엄청난 성공을 가져온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도입 5년 뒤 켈로그 생산라인의 취업자 수는 39% 증가했고, 결근율은 51%나 감소했다. 공장 내 재해도 41%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단위 당 노동비용이 오히려 10%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6시간제 도입 이전보다 켈로그의 이윤은 2배 증가했다. 노동시간 2시간 단축의 변화는 회사 내에서 그치지 않았다. 켈로그 노동자들은 삶에 의미와 만족을 주는 원천으로 일보다도 가족과 학교와 지역사회를 중시하게 됐고, 회사 또한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혁신이 사회의 필요에 부응해 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고, 이것을 해내는 것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라면, 켈로그와 브라운은 기업가 정신의 전형이라 할 것이다.

일부 재벌사와 금융사 경영진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회 전체의 이익과 민주주의를 훼손시킨 사례가 연일 드러나고 있는 요즘, 청년 실업과 같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한국판 켈로그와 브라운의 등장을 상상해본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DT Main
선풀달기 운동본부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