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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블록체인, 근본난제 해결 집중해야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입력: 2018-03-11 18:00
[2018년 03월 12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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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블록체인, 근본난제 해결 집중해야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인터넷에서 물건을 구매할 경우 일반적으로 신용카드를 이용한다. 그러나 이 경우 우리가 어디서 무엇을 샀는지에 대한 내역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돼 사생활 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암호학자 데이비드 차움(David Chaum)은 1988년 'Untraceable Electronic Cash'라는 논문을 통해 인터넷 상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추적이 불가능한 전자화폐를 최초로 제안한다.

그로부터 20년 후,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는 '비트코인'이라 불리는 최초의 탈중앙화 된 전자화폐를 발표하게 된다. 디지털이라는 속성상 전자화폐는 귀금속이나 실물화폐에 비해 불법 복제가 용이해 중복 사용에 매우 취약하다. 즉 1000원 어치의 전자화폐를 가진 사람이 이를 복사해 2000원 또는 그 이상으로 만들어 사용하기가 쉽다는 얘기다. 이를 해결하고자 데이비드 차움은 은행으로 하여금 이러한 중복 사용을 감시토록 했다.

그러나 기존 금융기관의 비대화·권력화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던 사토시는 데이비드 차움의 전자화폐에서 은행을 없애고 대신 중복 사용에 대한 감시를 모든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하도록 설계했다. 즉 비트코인을 이용하는 모든 사용자가 은행이 되어 매 순간 일어나는 거래 내역들을 장부(일명, '블록')로 만들어 서로 공유토록 함으로써 중복 사용 문제를 해결했다. 이때 만일 서로 다른 내용의 장부가 동시에 만들어진다면 구성원 대다수가 동의한(일명, '체이닝(chaining)') 장부가 옳은 것으로 인정받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인터넷상에서 이러한 합의를 이루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가짜 계정을 이용한 여론 조작에 취약하다.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용자가 허위로 여러개의 ID를 만들어 틀린 장부를 옳다고 할 경우 제대로 된 중복 사용 감시가 어렵게 된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자들이 특정 장부에 동의하고자 할 때는 반드시 복잡한 암호퍼즐을 풀어야만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일명 '작업증명' 또는 '채굴'). 즉, 가짜 계정을 만든 사람이 허위로 여러 사람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여러 개의 암호퍼즐을 빠른 시간 안에 풀어야 하므로 여론 조작이 어렵도록 한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토시는 이를 위해 옳은 장부를 가장 처음 만든 사람에게 일종의 보상으로서 비트코인을 제공했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기술적으로 분리할 수 없다"는 말은 바로 여기서 기인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비트코인은 당시에는 혁신적인 기술로 각광 받은게 사실이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 거래가 폭증하면서 비트코인은 여러 기술적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작업증명 기반의 합의 방식과 P2P 네트워크는 확장성의 큰 장애 요인이 되고 있으며,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보상 시스템은 전문 채굴업자를 등장시키는 원인이 됐다. 이외에도 불완전한 익명성, 과도한 전기의 사용, 보안이 취약한 오픈소스 등은 비트코인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전문가들이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은 이제 막 싹을 틔운 어린나무와도 같아 아름드리 큰 나무가 되기까지 아직도 넘어야 할 기술적 난관들이 너무도 많다. 이제는 우리도 유행에 휩쓸려 블록체인의 단순 응용 기술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이나 블록체인이 갖는 보다 더 근본적인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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