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낭독기 사용시 다음 링크들을 이용하면 더 빠르게 탐색할 수 있습니다.
 
즐겨찾기 문화일보 PDF

[디지털산책] 미투운동은 명예훼손이 아니다… 사실적시 규정 합리적 개선 필요

정 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이버범죄연구회장 

입력: 2018-03-08 18:00
[2018년 03월 09일자 22면 기사]

원본사이즈   확대축소   인쇄하기메일보내기         트위터로전송 페이스북으로전송 구글로전송
[디지털산책] 미투운동은 명예훼손이 아니다… 사실적시 규정 합리적 개선 필요
정 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이버범죄연구회장

미투운동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피해자의 충격적인 폭로로 전격사임했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의 고발, 즉 미투운동이 우리나라에서 특히 저조한 편이다. 그 이유가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법조계에서도 이 규정의 문제점이 크다는 이유로 이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2016년 헌법재판소는 신중한 법리검토후 이 규정의 합헌을 결정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결정한 규정에 대해 새삼 규정 자체를 폐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개선책으로 성폭력피해자를 포함해 억울한 일을 당한 피해자에 의한 고발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위법성을 조각한다는 정도의 단서조항을 둬 개선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형법과 정보통신망법 양법에 규정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살펴보면, 형법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정보통신망법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을 말하는 게 왜 죄가 되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비록 잘못된 일이라도 누군가 이를 느닷없이 적시해 명예를 훼손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데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 경우라도 그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위법성조각사유'를 형법은 함께 규정하고 있다. 최근의 미투운동과 관련해 성폭력피해자의 피해사실 고발은 특정 피해자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 종국적으로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성폭력피해자의 고발은 그것이 사실인 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는 않는다. 법원 판례도, 국립대학 교수가 제자인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글을 여성단체가 인터넷홈페이지에 게재한 사안에서, 피해자의 지위, 사실적시의 동기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면 그 행위는 학내 성폭력근절을 위한 대책마련 촉구의 목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 즉, 진실한 사실로서 공익에 관한 것일 때에는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성폭력이라는 것이 가해자와 피해자 단 둘 사이에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과연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조사 없이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실제로 상대방을 무고할 목적으로 고발하는 경우도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에 명예훼손 고소가 일단 행해지면 조사는 필수절차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때문에 성폭력피해자들은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느라 더 큰 정신적 피해를 입는 상황이 초래되기도 하기 때문에 미투운동이 어려운 결정적 이유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형사법 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유엔은 전부터 우리나라에 대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처벌규정을 삭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미투운동과 관련, 2차피해 방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강력범죄자나 성폭력범죄자와 같은 범죄자의 경우가 아니라면 아무리 사실이라도 이를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무조건 허용할 수는 없을 것이며 더구나 헌법재판소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헌여부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점도 참고해야 한다. 따라서 성폭력피해자를 포함한 피해자들의 직접고발에 의한 명예훼손책임을 면책하는 방식으로 개선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형법이나 정보통신망법상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근거로 일단 고소가 이뤄지면 피고소인은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직접 조사를 받지 않을 수 없는데 이것이 성폭력피해자들의 고소고발을 위축시키는 이유다. 만일 당해 고발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는 것으로 규정한다면 경찰조사를 받지 않아도 될 것이다. 현행법 하에서는 아무리 사실을 말했더라도 그것이 공익에 관한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 경찰의 피고소인 조사가 행해져야 하고, 설사 재판에서 공익을 이유로 무죄 선고된다 하더라도 이미 피폐해진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은 되돌릴 수 없게 될 것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규정의 합리적 개선안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DT Main
선풀달기 운동본부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