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 KISTEP 선임연구위원
![[디지털산책] 위험예측 통합시스템 구축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803/2018030702102351607001[1].jpg "[디지털산책] 위험예측 통합시스템 구축해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며 복잡하고 모호하여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현대의 불확실성 및 탈정상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용어는 아마도 '블랙스완'일 것이다. 미국의 투자 전문가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2007년 출간한 저서를 통해 월스트리트를 강타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언하면서 유명해진 '블랙스완'은 과거의 어떤 경험으로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예외적으로 일어나는 확률적으로 극히 낮은 사건을 지칭한다. 하지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변화를 살펴보면 '블랙스완'처럼 예상범위를 넘어서 깜짝 놀랄만한 사건이 있는가 하면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위험이 눈에 보여 충분히 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 최근 연일 언론매체를 장식하고 있는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 논란, 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 등의 이슈들은 갑작스럽게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던 사건들이다. 사실 '블랙스완'도 발생한 이후에 여러 가지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미약하지만 징후들이 보였으며 결국 사람들이 예측해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사건으로 파악된다.
'블랙스완'과 같은 사건들은 신호들이 너무 미약해 사전에 대비하기가 어려웠다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일어날 위험이 뻔히 보이는데도 미리 대비하지 못했다면 이는 정부의 위험 대응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의 버블 징후는 2014년도에 이미 언론매체에 게재될 정도로 알려진 사실이었으며, 최근 정부의 대책도 엇박자로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GM은 지난 3년간 누적 적자가 2조원에 달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도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어 대규모 부실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세계정책연구소 대표인 미셸 부커는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위험으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위기이지만 두려움에 아무것도 못하거나 눈앞에 두고도 이를 부정해 맞는 위험을 '회색 코뿔소'라고 정의했다. 왜 '회색 코뿔소'처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위기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위험이 발생하는 것일까? 미셸 부커는 그의 저서에서 의사 결정자들이 위기 앞에서 결단을 내리기 보다는 미적거리는 이유로 미흡한 시스템, 자원부족, 리더십 부족,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어려움, 책임성 결여 등 다양한 원인을 제시했다. 특히 관료 체제에서는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개인의 책임을 희석하고 위험을 극도로 기피하는 성향을 부추기며 잘못된 조치를 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해지면서 사태가 더 심각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영국, 싱가포르 등 세계 주요국은 부처 간 칸막이를 넘어서서 위험을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는 통합적인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정 이슈가 등장하면 부처별로 대응방안을 만들어왔으나 중복성, 책임소재의 불분명, 뒷북행정 등으로 인해 정부의 대응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에 미래의 환경변화에 대한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대처의 필요성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빅데이터센터'의 구축을 통해 국가적 위험이슈를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 주요 정책결정의 수립을 지원한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또한, 국회도 '미래연구원'을 설립해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단기 및 현안 위주의 연구에서 탈피해 연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중장기 발전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 향후에는 이러한 통합적 시스템을 바탕으로 정책결정자들이 외부의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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