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술 취한 뇌`의 경고

조성진 순천향대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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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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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술 취한 뇌`의 경고
조성진 순천향대 신경외과 교수
대부분의 강력범죄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5대 강력범죄의 약 30% 정도가 취중에 발생한다고 하니 술이 참 문제다. 이처럼 음주범죄 비율이 높은 것은 유독 우리나라가 술에 관대한 사회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있다. 실제 재판에서도 만취 상태의 범행은 '감경' 사유가 되고 있다.

인간의 뇌세포는 1조개가 넘고 그 중에 뉴런이라는 신경핵은 1000억개 정도다. 그 중 기억세포는 140억개 정도 되는데 하루에 10만개씩 죽어간다고 한다. 70세가 되면 21억개의 기억세포가 없어지는 셈이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여기에 술을 마시게 되면 뇌세포의 파괴는 더욱 심해지게 된다.

최근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즈대학에서는 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는데, 전전두엽은 우리 뇌의 가장 발달된 부분으로 의사결정, 판단, 감정조절 등의 중요한 기능을 하는 곳으로 알코올에 의해 이 기능이 억제되어 이성적 사고를 못하게 되고 공격적인 성향이 되어 다툼과 폭력이 발생하게 된다고 한다.

실제로 50명의 실험자들을 두 팀으로 나눴는데 한팀은 보드카를 3잔을 마시게 했고, 다른 팀은 알코올이 없는 음료를 마시게 한 후 MRI 촬영을 시행한 결과 알코올음료를 마신 사람의 전전두엽의 활동이 상당히 감소됐음이 밝혀졌다. 이러한 소견은 저용량의 알코올에서도 똑같이 나타난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이 코카인과 헤로인을 합친 것보다, 알코올에 의한 살인범죄가 더 많다고 한다.

그러면 실제로 알코올이 뇌에 도달하면 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약간의 알코올은 일시적으로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탐산을 차단시키는데 글루탐산은 뇌의 기억정보를 담당하는 해마의 신경전달물질이며 이것이 차단됨으로써 기억정보에 손상을 입게 된다. 그러나 과도한 알코올은 주로 세포벽을 망가뜨려 뇌세포파괴를 촉진하게 되는데 10여 년 정도의 지속된 과음은 알코올성 치매를 발병시키게 된다. 또한 알코올은 뇌세포에 공급되는 산소를 빼앗는 작용을 하여 세포의 기능을 마비시키는데, 술을 마시면 산소가 희박한 고산지대에 있는 것과 흡사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매일 약간씩의 알코올 섭취 조차도 뇌세포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전전두엽은 뇌세포 중에서도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뇌의 고위기능을 담당하는 이성적 사고의 핵심 부위이다. 뇌간과 같은 생명과 관련된 부위는 알코올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튼튼하게 만들어 졌지만, 이에 비해 전전두엽의 대뇌피질은 생명유지에 꼭 필요한 부위는 아니기 때문에 알코올과 같은 화학물질에 쉽게 망가지게 만들어져 있다. 뇌고위기능의 대표적인 기능은 본능을 억제하는 기능이다. 실제로 뇌의 이런 억제기능 때문에 인간의 사회가 유지되는 것이다.

평생 우리 몸의 다른 세포들은 손상이 되면 대부분 재생이 되지만, 뇌세포는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아 평생 사용할 뇌세포를 가지기 때문에 재생이 어렵다. 따라서 알코올에 의한 뇌세포의 파괴는 막아야 하는데, 알코올 중독의 금단증상은 다시 더 많은 알코올을 섭취해야만 일시적으로 완화되므로 계속해서 알코올을 섭취하게 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그래서 알코올중독의 치료가 매우 어렵다. 치료가 된다고 하더라도 정상으로 회복되는데 무려 4년이라는 세월이 걸리며, 이미 망가진 뇌세포는 살아나지 않는다. 실제로 기억력장애를 호소하는 환자의 뇌 MRI를 촬영해보면 나이에 비해 뇌 위축이 심한 환자들이 있는데 술을 즐겨 드시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주 3~4회 이상 음주하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음주를 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몸은 스트레스를 더욱 더 느끼게 된다. 취하지 않을 정도의 소주 2잔의 반주도 전전두엽을 마비시켜 다툼이 많아진다고 하니 술도 잘 마시면 보약이라는 말, 이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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