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의혹해소…경제발전 기대"
재계 "삼성 리더십 회복 계기…
일자리·신성장동력 육성 매진"
사회공헌 계획 내놓을지 '주목'
삼성측 별도입장 없지만 '안도'
재계 "삼성 리더십 회복 계기…
일자리·신성장동력 육성 매진"
사회공헌 계획 내놓을지 '주목'
삼성측 별도입장 없지만 '안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353일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길었던 삼성의 리더십 공백이 어떻게 메워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 항소까지 가는 것은 확실하지만, 일단 이 부회장이 풀려난 만큼 삼성의 공격적 투자와 기업 인수합병(M&A)에 물꼬가 터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이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했다.
명시적·묵시적 부정한 청탁에 대해선 모두 인정하지 않았고, 재산국외도피 혐의 등도 인정하지 않았다. 뇌물공여와 횡령의 혐의는 정유라씨가 탄 마필의 무상 대여 등 일부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다. 국회 위증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법조계는 항소심 재판부가 증거주의 원칙을 앞세워 특검 측의 안종법 수첩 등 정황적 증거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증언 등은 여전히 논란 여지가 있어 법적 공방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번 판결에 삼성 측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크게 안도하며 반기는 분위기다. 재계는 법원의 이번 판결로 재계 1위인 삼성이 공격적 투자를 시작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이날 "이번 판결로 지금까지 제기한 의혹과 오해들이 상당 부분 해소된 만큼, 이제라도 경영 공백을 메우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국가 경제 발전에 매진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10대 그룹 관계자도 "기업인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의 리더십이 다시 회복되는 계기가 돼 투자나 일자리 창출, 신성장동력 육성에 다시 고삐를 잡고 매진했으면 좋겠다"며 "다시는 이 같은 불행한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그룹사 관계자는 "앞으로 정경유착에 따른 기업 경영에 제약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사실상 이 부회장이 지난해 직접 결정한 9조원 규모의 '하만' 인수 외엔 특별한 신사업 관련 투자 행보가 없었다. 작년에 사상 최대인 43조4000억원의 시설투자를 집행했지만, 이 역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기존 주력 사업 확장에 집중됐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석방 직후 바로 자택에 들어가 휴식을 취한 뒤 파격적 투자와 사회공헌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역시 석방 직후 투자규모를 예년보다 대폭 늘리며 공격적 경영 행보에 나서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 부회장은 작년 12월 27일 최후진술 당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보답할 수 있을까 나름 고민하며 살아왔다"며 "경영 혁신과 신사업 발굴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우리 사회는 물론이고 우리 회사 임직원들로부터 진정한 리더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 일부에서는 이번 재판의 주요 쟁점이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에 대한 묵시적 청탁 여부였던 만큼,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더라도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재정비 작업은 쉽지 않으리라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당장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의 경영에 개입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만큼 이 부회장은 혹시라도 있을 총수 부재 상황을 대비한 그룹 경영 시스템 구축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일단 대법원 판결 전까지는 자유의 몸이 된 만큼, 내달 열리는 주주총회에 맞춰 파격적 경영혁신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며 "1년 간의 총수 공백이 메워진 만큼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한 계열사의 유기적 움직임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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