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주 한빛소프트홍보팀장
![[발언대] `쓸고퀄` 대신 `가치`로 승부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711/2017111402102269607001[1].jpg "[발언대] `쓸고퀄` 대신 `가치`로 승부해야")
여신 같은 미녀가 눈부신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걸으며 시청자들을 홀린다. 명품향수 광고일까? 느닷없이 햄버거에 심취하는 미녀의 모습에 분위기가 확 깨진다. 햄버거 광고다. 묘하게 웃긴 인지부조화, 일명 '쓸고퀄(쓸데없는 고퀄리티)'은 콘텐츠 분야에서 하나의 개그코드가 됐다.
하지만 개그는 개그일 뿐, 비즈니스는 코미디가 아니다. 시장이 '쓸고퀄'에 눈길 주는 건 잠시뿐이라는 건 상식이 됐고, 특히 3D TV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돼 왔다. 올해는 실리콘밸리의 '주세로'가 화제였다. 와이파이와 스마트폰 앱 연동이 되는 초강력 착즙기로 투자 유치까지 한 주세로는, 과일 팩을 맨손으로 더 빨리 착즙했다는 블룸버그의 보도 후 인기가 급락했다.
첨단기술들의 이 같은 용두사미 이미지가 요즘 매일 들리는 '4차산업'이란 단어에도 막연하게 투영되곤 한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드론 등의 키워드를 엮은 제품이나 서비스들에 대해 일각에서는 3D같은 전철을 밟게 되는 게 아니냐는 냉소도 나온다.
하지만 필자는 4차산업이 회의적이라고 속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4차산업 관련 기술들의 잠재력이 유효하다는 근거들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의료 분야를 들 수 있다. 최근 미네아폴리스의 프리메이슨 어린이 병원에서 VR을 이용해 샴쌍둥이 분리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워싱턴대학 헌터 호프만 박사가 환자들을 위해 고안한 VR 게임 '스노우월드'를 수술 중에 하는 환자들은 하지 않는 환자들에 비해 통증을 50%까지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외 연구에 따르면 VR을 활용한 약시 치료 성공률은 60%로, 전통적 치료법의 성공률 40%보다 월등히 높다.
산업용드론의 의학적 가치도 점점 주목 받고 있다. 미국 의사협회에 따르면 심장마비 환자에게 제세동기를 공급할 수 있는 시간은 드론이 구급차에 비해 평균 16분이나 빠르다. 1~2분에 생사를 오가는 환자에게 16분은 생명의 시간이다. AI 의사와 로봇 약사의 효율성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어떤 기술이 외면 받는 이유는 기술자체가 쓸모 없어서가 아니라 가치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냥 기술 자랑하려고 아무 제품에나 막 접목한 기술이 외면 당하는 건 4차산업 기술이라고 다를 것 없다. 하지만 초기에 기대가 컸던 B2C 시장에서 4차산업 기술들의 성과가 예상보다 느리다 해서, 서둘러 3D TV 트라우마에 빠질 필요는 없어 보인다. 가치라는 건 그 기술이 없을 때보다 있을 때가 실제로 훨씬 유용해야만 가질 수 있는 건데, B2C 외에 의료 등 B2B 부문에서는 이미 4차산업 기술들이 가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당장 주목 받기 위해 유행하는 기술을 억지로 엮어내는 근시안적 전략은 반짝 사라져간 제품들과 같은 운명을 피할 수 없고, 선구안을 가진 투자자들은 '쓸고퀄' 대신 '가치'를 찾는다는 것도 기억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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