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의 날' 기념행사서 지적
국내 시장 5조8713억 '9위' 수준
업체 80% 매출 10억 이하 영세
고기술력 제품은 수입에 의존
"R&D 투자 관련 제도정비 시급"
국내 시장 5조8713억 '9위' 수준
업체 80% 매출 10억 이하 영세
고기술력 제품은 수입에 의존
"R&D 투자 관련 제도정비 시급"
세계 의료기기 산업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3D 프린팅, 로봇기술 등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빠르게 올라타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시장 선점에 나설 수 있도록 서둘러 연구개발(R&D) 투자와 관련 법·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문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29일 제10회 '의료기기의 날'을 맞아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첨단 제품 개발 초기부터 허가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맞춤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하고 기술을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 의료기기 생산실적은 5조6025억원으로 2015년보다 12% 늘어 전체 제조업 성장률인 2.3%를 훌쩍 뛰어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수출도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10.3% 늘어났으며, 산업 종사자 수는 7만800여 명으로 전년보다 10% 늘어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이런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기 산업은 아직 성장 여지가 더 큰 분야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5조8713억원 규모로 세계 9위권 수준이다. 업체 수는 2078개에 달하지만, 연 매출 10억원이 안되는 기업이 약 80%에 달할 정도로 영세한 구조다. 이들이 생산하는 1만4000여 개 품목 중 상당수는 부가가치가 낮은 1∼3등급 의료기기로,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4등급 의료기기는 수입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기술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한국은 방대하게 축적된 의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앞선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의료기기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롱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이날 행사에서 발표자로 나와 "미국을 필두로 전 세계가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투자를 서두르고 있는 것은 ICT 발달에 따라 기존과는 다른 서비스가 현실에 적용되고 있고 이미 그 성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혁신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ICT 기술 기반과 경쟁력을 헬스케어와 융합하는 국가 차원의 투자와 연구개발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은 이미 다양한 융합기술 개발을 위해 광범위한 협업에 나서고 있다. 세계 1위 의료기기 기업 존슨앤드존슨은 구글과 합작사 '버브서지컬'을 설립해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수술로봇을 개발하고 있고, 메드트로닉, 필립스 등의 기업도 IBM, 애플 등 글로벌 ICT 기업들과 속속 손을 잡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이 컴퓨터단층촬영장비(CT) 분야 자회사 뉴로로지카를 통해 이스라엘 의료영상 전문기업 메디매치와 손잡고 뇌졸중을 진단하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융합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식약처는 지난해 인공지능이 접목된 의료기기와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한 맞춤형 의료기기에 대한 허가기준을 마련하는 등 관련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는 가상·증상현실(VR·AR) 기술을 적용한 의료기기 관련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융복합 의료기기 개발을 활성화하고 제품화에 성공하려면 규제 개선 등을 위한 범부처 협력 지원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앞으로 의료기기의 핵심 경쟁력이 될 의료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성공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의료기기 업계 한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데이터"라며 "정부가 환자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느냐가 의료기기 업체들의 시장 진출 여부와 사업환경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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