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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콩글리시] `마이 카`시대와 운전 에티켓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입력: 2017-04-12 18:00
[2017년 04월 13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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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와 콩글리시] `마이 카`시대와 운전 에티켓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다. 마이카 시대! 꿈에 그리던 마이카시대가 이뤄진지도 한참 지났다. 지난해 말 전국 자동차 보급 대수는 2200만대에 육박해 1가구 1자동차 시대를 훌쩍 넘어섰다. "신문방송 뉴스에서 시내버스에 관한 생활기사가 확 줄어든 건 1990년대 들어서다. 마이카시대를 맞아 자가용족 기자가 늘면서 버스는 언론 관심의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중앙, 2017. 2. 11 홍승일의 '시시각각'). 마이카(my car)시대란 적어도 한 가구 한 대 이상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풍요로운 시대를 뜻한다.

우리나라 자동차 보급 추이를 보면, 해방되던 1945년에 약 7000대였다고 한다. 1977년 필자가 브리사ll를 샀을 때 네 바퀴 달린 차는 전국에 30만대였다. 1975년 현대 포니가 출시된 뒤 1985년 100만대, 1992년 500만대, 1997년에 와서 1000만대에 이르렀고 2014년 마침내 2000만대를 돌파, 전국 가구수를 넘어섰다. 우리는 지금껏 마이카(my car)와 오너 드라이버(owner-driver)란 말을 쓰고 있지만 이건 영어 아닌 영어다. 마이카를 굳이 영어로 쓴다면 a privately-owned car라고 할 수 있으며, 오너 드라이버나 마이카족(族)은 people who drive their own cars로 풀어쓸 수 있겠다.

시대에 따라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문명의 기기들이 있었다. 1959년 금성사가 최초의 국산 라디오를 생산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라디오는 귀중품이었다. 1969년 MBC TV가 개국했을 때 국내에서 조립한 영국 파이(Pye)사의 21인치 흑백 TV 한 대 값은 신입사원 초봉 3개월치였다. 1970년, 80년대 학교의 가정조서(家庭調書)에는 라디오, TV, 전화, 냉장고, 세탁기, 자가용차 유무가 빠지지 않았다.

일본의 경우도 소비 붐을 주도한 것은 흑백TV, 세탁기, 냉장고였다. 이와 같은 세 가지 가전제품을 '3종의 신기(神器)'라고 불렀다. 원래 천황가에 내려오는 상징적인 세 가지 보물, 곧 '칼, 구슬, 거울'을 말하는데 이에 빗대어 가정의 세 가지 필수품을 뜻하게 됐다. 그 뒤 3종의 신기는 3C로 바뀐다. 곧 Car, Cooler(냉방기), Color TV가 그것이다.

일본은 1955년 도요타, 닛산, 이스즈 등이 신형 차 개발에 처음 성공하고 정부의 국민차 개발 독려에 힘입어 닛산의 블루버드와 도요타의 코로나가 탄생했다. 이때부터 블루버드의 B. 코로나의 C를 따서 'BC전쟁'이라 불렀을 만큼 업계는 기술개발에 주력했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일본에 비해 거의 20년이나 뒤졌다. 50년, 60년대 시골길을 달린 것은 후생(厚生)사업을 하는 군용 스리쿼터(Threequarter, 지프와 트럭의 중간 사이즈로 4/3톤의 적재량을 가졌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아니면 낡은 군용 트럭을 개조한 버스였다.

1955년 일본 자동차공업의 막이 올랐을 때 서울 시내에 처음 등장한 국산 자동차 1호는 '시발 택시'였다. 전쟁으로 파손된 미군 지프를 구해서 수공업적으로 리모델링한 것이었다. 낡은 엔진 위에 얹은 차 뚜껑은 드럼통의 철판을 펴서 씌운 것이었고, 망치를 갖고서 유선형의 차체를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차 모양은 지프처럼 각이 세워져 있었다. 다만 시발이란 이름은 매우 창의적이었다. 시민의 발이라는 뜻이자, 자동차산업의 첫 출발이란 의미로 시발(始發)이었다.

"시발 1호의 사진을 보면 곳곳에 드럼통을 편 흔적이 발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자형으로 꺾인 라디에이터 그릴, 헤드램프를 따라서 자연스럽게 휜 본네트, 그 형상을 반복하고 있는 창, 그리고 창을 따라 휘어진 천정 모서리 쪽의 마감 등을 볼 때 형태적으로는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러한 시발 자동차의 형상은 한국전쟁 당시 이 땅을 누볐던 미군 지프의 외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타입은 이후 쌍용의 코란도 시리즈에 다시 한번 반복됐다." 누군가 시발을 묘사한 글이다.

자동차 앞 엔진을 덥고 있는 뚜껑을 흔히 본네트(bonnet)라고 말한다. 보닛으로 발음해야 하는 bonnet은 '턱에 끈 달린 애기나 여성의 모자'를 뜻하지, 자동차 후드(hood)와 동의어가 아니다. 마이카 시대가 활짝 열려 회장님 기사도 자가용을 몰고 출근하고 골프장 캐디도 오너 드라이버가 된 세상이지만 운전 에티켓은 아직도 후진적이다. "인류역사상 전쟁으로 죽은 사람의 수보다 교통 사고로 죽은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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