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엔 기득권 보호막
증자안되면 상품출시 애로
시중은행 "돌풍 오래 못갈것"
"특례법 제정후 제도 보완
비대면 금융혁신 나서야"
증자안되면 상품출시 애로
시중은행 "돌풍 오래 못갈것"
"특례법 제정후 제도 보완
비대면 금융혁신 나서야"
이슈분석 은산분리 매듭풀자
(상) '메기' 막는 규제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일주일 만에 금융시장에 '메기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서비스 개시 나흘만에 10만 이상의 신규계좌개설자를 유치하며 그동안 고인 물속에서 노닐던 기존 시중은행들을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중은행에 맞서 더 강력한 혁신으로 금융산업의 판을 흔들려면, 안정적인 자본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첫발을 뗀 케이뱅크나 추가로 합류할 카카오뱅크 모두 추가 자본확충 없이는 금융소비자가 원하는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이어가기 어렵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확충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이 바로 '은산분리' 규정이다. 은산분리 규정은 오히려 '기득권'인 시중은행을 보호하는 규제 보호막으로 작용하고 있다.
"24시간 365일 영업 체계를 갖춘 케이뱅크의 출범으로 디지털 경쟁자가 등장했다. 창구업무 디지털화 등 고객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하고 영업시간 연장 효과를 거두기 위한 유연 근무제 도입, 비대면 채널 상담기능 강화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초반 돌풍이 예사롭지 않아 솔직히 겁이 날 정도다. 우리도 모바일뱅크 플랫폼과 간편송금 서비스를 강화하고 기업 여신 업무를 디지털 서비스로 전환하는 등 노력을 더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 초기 이용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자, 윤종규 KB국민은행장과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메시지다. 케이뱅크는 서비스 개시 나흘(80시간)째 되던 날 이미 신규 계좌개설자 10만명을 돌파했고 대출 승인도 8021건, 410억원 규모를 달성했다. 케이뱅크 출범 전에는 시중은행의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일반화 돼 있고 중금리 대출 등도 이뤄지는 상황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계에 메기 노릇을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케이뱅크의 초반 돌풍이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시중은행들도 잔뜩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겁난다"면서도 속으론 "오래 못 갈것"=케이뱅크 출범에 시중은행들은 겉으론 "긴장해야 한다.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다"고 채찍질 하고 있다. 하지만 속으로는 "지금의 돌풍이 그리 오래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이 가져갈 수 있는 캐파(시장 점유율)는 한정돼 있다. 지금의 가입행렬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속내를 내 보였다.
중·저 신용등급자 중 저축은행으로 가려던 사람들이 지금 케이뱅크에 가입하고 있는 수준인데, 이 계층은 전체 금융시장에서 얼마 되지 않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 중·저 신용등급자는 그만큼 '사고(연체, 부도)' 위험이 높기 때문에 케이뱅크가 이런 계층의 대출자들을 계속 받아들일 경우, 1년만 지나도 리스크 대응을 위한 충당금 적립, 추심 등을 위한 추가 조직 확장으로 관리 비용이 크게 치솟을 것이라고 이 임원은 분석했다.
현재 케이뱅크가 '지점 없는 비용 효율적인 구조'를 앞세워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신금리와 저렴한 대출금리를 제공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여유를 보였다. 이 임원은 "우리도 특판 상품을 구성하면 단기간 내에 완판 기록을 세우기도 한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아무리 비용 효율적인 구조라 하더라도 자본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언제까지 저토록 파격적인 상품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고 내다봤다.
실제 케이뱅크는 출범과 동시에 자본금 확충 고민을 안게 됐다. 이 은행의 파격적인 대출 상품이 잘 팔릴수록 더욱 그렇다. 비축 자본금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처음 2500억원 규모의 자본금으로 출발했지만, IT시스템을 개발하고 직원 인건비, 사무실 비용 등으로 자본금을 상당부분 사용했다"면서 "올해 수신(예적금) 5000억원, 여신(대출) 4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수신으로 여신을 충당할 수는 있어도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을 유지하는 데는 어려움이 커 유상증자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케이뱅크는 당장 유상증자 준비에 돌입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쯤 초기 자본금에 준하는 2500억원을 추가 증자할 계획이다. 만약 증자가 어렵다면 새로 선보인 상품을 유지하는 것 뿐만 아니라 앞으도 더 파격적인 금융상품을 출시하는데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시중은행들이 경계를 나타내면서도 내심 안심하는 부분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은산분리가 시중은행 보호막"=인터넷전문은행사들은 은산분리를 완화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에 따라 케이뱅크의 경우 주력 사업자인 KT가 8%의 지분만을 보유한 상태다. 케이뱅크가 2500억원을 증자할 경우 KT가 출자할 수 있는 자금은 200억원 뿐이다. 나머지는 KT를 제외한 20개 사가 각 지분율에 따라 분담해야 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케이뱅크 지분을 1~2%만 보유한 소액주주의 경우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인 경우도 있다"면서 "이들이 모두 지분 비율에 맞게 자본금을 출자해야 하는데, 벤처나 스타트업의 경우 추가 출자금이 부담스러워지게 되면 주주사에서 이탈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케이뱅크가 본인가를 받던 지난해 12월 14일, 케이뱅크 예비인가 컨소시엄의 주요 사업자였던 벤처기업 뱅크웨어글로벌이 케이뱅크 주주사에서 이탈했다. 뱅크웨어글로벌은 비공개 매각 절차를 통해 케이뱅크 주식 보유량 3.2%를 전량 대구은행 자회사인 DGB캐피탈에 매각했다. 초기 자본출자 외에 추가 증자 등에 부담을 느낀 뱅크웨어글로벌이 결국 이탈을 결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뱅크웨어글로벌은 3.2% 지분에 맞게 자본 출자와 현물 출자를 병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케이뱅크의 코어뱅킹 시스템은 뱅크웨어글로벌의 기술력으로 완성된 것"이라면서 "그런데 이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출자가 현금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증자 얘기까지 나오니 부담이 더 커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케이뱅크 측도 "뱅크웨어글로벌이 주주관계에서 어떤 문제가 있어서 이탈한 것은 결코 아니다. 여전히 케이뱅크와 긴밀한 기술 협력을 맺고 있다"고 강조해 주주사 이탈 요인이 결국 자본금 부담에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뱅크웨어글로벌이 처음 KT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예비인가를 받을 때만 해도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2016년 4월 19대 국회 임기 전에 해결 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하지만 여야간 입장차로 은행법 개정안은 끝내 폐기됐고, 20대 국회 개원 이후 다시 관련법이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논의는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본격적인 대선정국에 돌입한 지금은 국회 임시회 소집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논의하려면 빨라도 새 정부 구성이 끝난 하반기에야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정치권이 주목하는 이슈가 아니다보니 연내 논의가 재개될 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결국 뱅크웨어글로벌이라는 벤처기업은 처음 컨소시엄에 참여했을 때 부담을 이렇게 오래 떠 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기에 지분을 매각하고 주주사에서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케이뱅크가 초반 좋은 금리조건과 간편한 계좌개설 등으로 소비자들에 큰 '경제적 편익'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 후보를 비롯한 정치권이 인터넷전문은행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은산분리를 해소하는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군희 서강대 교수는 "현 은산분리 규제가 오히려 자본력이 있는 기존 은행은 보호하고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은 신규은행 진입을 막는 결과를 낳는다"면서 "금융권의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정작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은 차단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특례법으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고, 대신 인터넷전문은행이 특혜에 걸맞는 보다 막중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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