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개막전만 해도 롯데의 클린업 트리오는 3번 황재균, 4번 아두치, 5번 최준석으로 이뤄졌다.
롯데는 이후 '손아섭·최준석·강민호', '김문호·최준석·김상호' 등 수 많은 클린업 트리오를 실험했고 7월에는 팬들을 경악시킨 '박종윤·이우민·손용석'이라는 엽기적인 라인업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시즌 내내 실험을 거듭했음에도 4번 타자에 자리잡은 황재균 외에는 확실한 타순을 정하지 못했고, 이마저도 황재균을 놓치며 원점으로 돌아갔다.
다행스러운 점은 롯데의 터줏대감 이대호가 4년 150억원이라는 역대 자유계약선수(FA) 최고액으로 돌아오며, 4번 타자 고민을 해결해줬다는 점이다.
5번 타자 역시 지난해 여러 사건으로 자리를 비우기는 했지만, 최준석 혹은 강민호가 유력하다.
다만 이미 포수라는 중책을 지고 있는 강민호에 5번 타자라는 짐까지 씌우는 것은 강민호와 롯데 모두에게 좋지 못한 선택이다. 이런 점에서 개막전 5번 타자의 영광은 최준석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대호와 최준석이 4번, 5번 타자로 무게중심을 잡아줄 롯데 클린업의 한 자리는 결국 외인 타자 앤디 번즈가 어떤 유형의 타자인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번즈는 마이너리그 6시즌 동안 타율 0.264 55홈런 283타점 87도루를 기록했다. 기록지만 놓고 보면 교타자나 장타자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수비형 선수다.
하지만 롯데가 비슷한 유형의 선수인 아두치를 영입해 훌륭한 중장거리 타자로 활용했던 점을 고려하면, 번즈도 한국 무대에서 중장거리 타자로 변신하지 말란 법은 없다.
만약 번즈가 중장거리 타자로 변신할 수 있다면 롯데의 클린업은 발까지 빠른 번즈를 3번, 한방이 있는 최준석을 5번으로 둔 '번즈·이대호·최준석' 트리오를 가동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번즈가 테이블세터에 보다 적합한 유형으로 밝혀진다면 3번 타자 자리는 고민할 것도 없이 손아섭에 돌아간다.
손아섭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손아섭과 같이 공격적 타자에 뒤에 이대호가 순번이면, 투수들이 어쩔 수 없이 승부를 걸어온다는 점에서 큰 이점이 생긴다.
이대호 귀환으로 롯데는 좋은 라인업을 갖췄지만, 구슬이 보배라도 꿰어야 하듯이 타순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이대호 효과도 달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 그 열쇠는 번즈에게 있다는 분석이다.장윤원기자 cyw@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