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CES가 남긴 것, `혁신 또 혁신`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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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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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CES가 남긴 것, `혁신 또 혁신`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매일 뜨고 지는 '해'지만 사람들은 동트기 전부터 새 '해'를 보려고 산으로 바다로 향한다. 필자도 새해 첫 해돋이를 보면서 지난해의 아쉬움을 보내며 새로운 결심을 하였다. 새해 떠오르는 첫 해를 보러가듯이, 매년 이맘때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흥미진진한 것이 있다. 바로 세계 최대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소비자 가전쇼)이다.

미국 서부의 사막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거리는 휘황찬란한 호텔들과 카지노, 공연장으로 가득하다. 수많은 관광객과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러나 1월 초가 되면 미래 인류의 기술발전 방향을 보여주는 최고의 정보통신 신기술의 경연장으로 변모한다. 이곳이 CES의 무대다. 특히 올해는 CES의 50주년으로 전 세계 3800여 기업과 16만5000명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무려 300여개의 콘퍼런스 세션이 운영되는 등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 기간동안은 관련된 분야의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관람객들도 우리가 맞이하게 될 새로운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게 된다. 이번에도 수많은 신기한 제품과 새로운 기술들이 소개됐다. 이 기술들은 그 안에 거대한 기술적 변화, 그리고 그 변화가 이끌어 낼 인류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담고 있다. 90년대 초반 소위 '삐삐'(Beeper)가 처음 세상에 나온 지 불과 20여 년 만에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사람들은 태블릿 PC와 손바닥보다도 작은 휴대전화를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소통한다. 이는 소셜 네트워크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정착시켰다.

사실 CES가 이렇게 대중과 언론, 기업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CES는 15년 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소개한 이후, 단순한 백색가전 전시회가 아닌 혁신적 신기술을 소개하는 장이 되었다. 그리고 올해 CES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등 4차 산업혁명을 향해 가는 거대한 기술의 흐름을 보여줬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기존의 SNS를 통한 인간과 인간의 소통 방식을 넘어선 인간과 로봇의 새로운 연결이다. 단순히 인터넷으로 전등을 켜고 끄는 수준이 아닌 사람과 같이 학습하고 판단하는 능력, 즉 인공지능을 지닌 로봇과의 연결을 말한다. 기계와 인간이 명령어를 입력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소통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이슈가 된 자율주행 자동차는 스스로 판단하는 기계의 시대를 알린 단적인 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로봇이 인간이 하던 노동을 더 정교하고 저렴하며 휴식 없이 할 수 있는 기계들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우려를 불러온다. 과거 인류의 발전사에 일어났던 퀀텀점프를 보면 명확해진다. 인간과 동물의 노동력에 의존하던 시대에서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획기적인 생산성의 시대를 맞이했다. 그 후 전기 발명으로 진행된 대량생산 체계를 거쳐 인터넷과 PC로 대변되는 3차 산업혁명의 시기가 도래했다. 인간 노동력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지만 인구는 역사상 유례가 없이 증가했다. 그리고 지금 CES가 보여주는 새롭게 맞이할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인간 노동의 수요를 더 똑똑하게 줄여놓을 것이다.

올해 CES의 동향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기업의 약진이다. 한국의 기업들이 난공불락이라고 여겨졌던 일본의 기업들을 추월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CES 참가기업의 30%가 중국기업이라는 수치보다 더 두려운 것은 그들이 보여준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이다. 현재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은 여전히 선진국 과학기술에 미치지 못하며 중국 등 신흥 강국들의 추격은 어느덧 턱 끝까지 다다랐다. 중국 제품은 심지어 더 싸다. 지금 상황은 샌드위치 수준이 아니라 좁아지는 벽 사이를 뛰어가는 인디애나 존스가 겪는 위기와 같다. 둘째,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이다. 세계 각국의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물론 한국도 그렇지만 그 방법과 실천에 있어서 큰 발전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국정기조였던 창조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리면서 여전히 과학기술을 생존의 문제가 아닌 정권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길지 않은 한국 현대사에서 과학기술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작년 한해, 국정농단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나라가 들끓었지만, 올 한해는 과학기술이 대한민국 위상에 걸맞는 혁신적 개혁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 미래를 준비하는 자만이 희망이 있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으로 새로운 혁신의 바람을 일으켰던 CES처럼 우리 과학기술의 퀀텀점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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