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형 산업부장
![[이근형 칼럼] 산업구조조정의 `소탐대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9/2016092602102251661001[1].jpg "[이근형 칼럼] 산업구조조정의 `소탐대실`")
쥐는 눈앞에 놓인 쥐약을 먹으면 죽는 줄 알면서도 유혹을 참지 못한다. 잠깐의 만족을 위해 쥐약이 섞인 먹잇감을 거부 못하고 자신의 전부를 버린다. 비단 쥐만이 아니다. 사람도 비슷하다. 작은 것을 탐하거나 순간의 위기를 피하려다 더 큰 것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쥐가 쥐약을 먹듯 '소탐대실'의 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솝우화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 역시 조그마한 욕심이 전부를 잃는 결과로 이어진 경우다.
우리 산업은 세계 경제 침체와 경쟁력 저하로 구조조정기에 진입해 있다. 조선은 물론 철강, 석유화학, 해운 등 주력 산업 곳곳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와 채권단이 중심이 돼 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와 산업 체질개선 작업이 한창이다. 이 과정이 순탄할 리 없겠지만, 현재 진행 중인 방향에 의문부호를 던질 수밖에 없다. 조선과 철강, 해운 등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추진하는 방향이 전혀 산업적이지 않아 보인다.
조선산업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면서 한계가 명확하고 분식회계와 각종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는 수조원을 추가 지원하는 과감성을 보여줬다. 지금까지 10조원 정도의 '국민 혈세'를 투입하고도 여전히 경쟁력을 의심 받는 기업에 대한 지원이라서 더 논란이 크다. 그나마 '건전한' 기업마저 출혈 경쟁으로 내몰아 공멸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어느 부분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인지 되묻게 된다.
반면 해운 산업 구조조정에서 정부와 채권단이 보여준 또 다른 과감성은 눈길을 끈다. 한진해운을 과감히 법정관리로 내몰았고, 청산 얘기마저도 나오게 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우리의 해운 물류망은 한 달 째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중추인 수출 혈관이 막혔다. 이번 사태로 제2의 장보고 시대를 열었던 해운망을 경쟁국에 빼앗기고 수출 기업들의 신용은 추락했다. 정부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간다고 해도 물류망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부실기업인 한진해운을 두둔하자는 것이 아니다. 대우조선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정부가 한진해운에는 이토록 초연했던 이유가 궁금하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대우조선 지원에 대한 거센 비판으로 판단력이 흐려졌을 수도 있다. 아니면 다른 배경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경제·산업적 판단 외에 정치적 또는 정무적 판단이 더 크게 작용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이유가 무엇이든 대우조선과 한진해운을 놓고 보여준 정부와 채권단의 엇갈린 자세는 산업 구조조정의 성공사례로 평가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그마한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어버린 '소탐대실'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정부는 앞으로 철강과 유화 등 다른 산업에 대한 추가 구조조정도 추진한다. 유명 컨설팅 업체에 연구용역을 줘 산업 경쟁력을 진단했고, 곧 결과물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내용을 두고 벌써 말이 많다. 공장 폐쇄와 합병 등의 얘기가 공공연하게 오가는데,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 볼 일이다.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는 사안 별로 다른 행태를 보이며 논란을 키웠다. 눈앞의 조그마한 문제에 집착해 더 큰 것을 잃어버린 산업 구조조정의 결과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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