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션, 예금금리 밑돌아
일부 손해난 포트폴리오도
"잠재 수요 돌아설라" 근심
일부 손해난 포트폴리오도
"잠재 수요 돌아설라" 근심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수익률 비교공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금융투자업계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은행권에 초반 ISA 시장을 내주고 있는 금투업계 입장에서는 수익률 비교공시를 통해 역전의 기회를 노려야 하나, 예상 시뮬레이션 결과 예금금리보다 낮은 수익률을 내는 모델포트폴리오(MP)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잠재 수요마저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일임형 ISA 수익률 공시 기준이 이르면 이달 중 확정된다. 이어 다음 달 말부터 금투협 비교공시사이트를 통해 회사마다 일임형ISA의 모델포트폴리오(MP)별 수익률이 공시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ISA 수익률 비교공시를 통해 대기 수요가 유입됨과 동시에 기존 계좌에도 자금이 추가로 유입되면서 일명 '깡통계좌'의 성격이 짙은 소액계좌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회사마다 예상 수익률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MP 수익률이 예금 금리와 크게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수수료 등의 비용을 감안할 때 일임형 ISA에서 1% 중반대의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적어도 3~5% 수준의 수익률을 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3개월로는 이 같은 수익률을 내기 어렵다는 게 은행권과 금투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지속하고 있는 국내 주식형펀드를 담은 MP는 사실상 예금금리보다 낮은 수익률을 낼 가능성이 크다"며 "예금금리 이상은 반드시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인데, 오히려 지금의 수익률이 공개되면 대기 수요가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도 "3개월이라는 단기 성과이기 때문에 회사별로 그 성과의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어느 한 곳이 4~5%의 수익률로 업계 수준을 월등히 넘기는 경우 대기 수요가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비교공시를 통해 ISA 시장 쟁탈전이 2라운드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투업계가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하다. 판매 8주차에 접어든 ISA는 은행권이 여전히 우세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182만9673명이 가입했으며 누적 가입액은 모두 1조4024억원이다. 이중 은행이 164만5395명(89.9%)으로 가장 많고 증권사 18만3315명(10%), 보험 963명(0.1%) 순이다. 가입액은 은행 9234억원(65.8%), 증권사 4777억원(34.1%), 보험사 14억원(0.1%) 등 순이다. 유형별로는 신탁형에 1조3164억원이 몰렸고 일임형에는 860억원이 들어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증권사들은 수익률을 단기간에 바짝 끌어올리기 위해 사전 예약용 경품이었던 고금리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를 계속 풀고 있다.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은 연 5~7%라는 파격 수익률을 약속한 RP를 일임형 ISA용으로 지속 내놓고 있다. 고금리 RP는 단기간에 전체 MP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예컨대 만기 3개월, 연 5% 특판 RP의 경우 3개월 수익률은 1.25%에 이른다. RP가 전체 MP에서 차지할 수 있는 비중은 30%로 다른 구성 상품과 합산해 전체 수익률을 끌어올리게 된다.
금투협 측은 "특판 RP의 경우 특판 RP에 설정한 만기와 전체 M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해 수익률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유정기자 clicky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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