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미세공정 불량탐지의 정수
"나노급 오류도 찾아낸다"
웨이퍼 한개 점검 10분 걸려
계측기술력이 공정속도 좌우
품질 향상·생산비 절감 영향
주요장비 국산화 추진 '과제'
"나노급 오류도 찾아낸다"
웨이퍼 한개 점검 10분 걸려
계측기술력이 공정속도 좌우
품질 향상·생산비 절감 영향
주요장비 국산화 추진 '과제'
![[알아봅시다] 반도체 계측](http://contents.dt.co.kr/images/201602/2016022502101832794001[1].jpg "[알아봅시다] 반도체 계측")
[디지털타임스 황민규 기자]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거리인 150㎞를 10분 안에 초고속으로 주파하는 동안 도로에 떨어진 100원짜리 동전 하나를 발견하는 일은 가능할까요? 이처럼 극단적인 난이도의 최첨단 기술이 반도체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넌센스 퀴즈의 문구 같지만 몇몇 연구소나 기업에서는 실제로 이와 비슷한 수준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바로 반도체 계측 기술입니다.
반도체 미세공정이 10나노미터(㎚) 수준으로 섬세해지고 3D 구조로 점점 복잡화하면서 반도체의 구조 분석, 결함 등을 발견하는 게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첨단 반도체의 개발과 생산성 향상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인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반도체 계측검사는 일반적으로 극미세 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잡아내는 작업을 말합니다. 웨이퍼(wafer, 집적 회로 제작에 쓰이는 실리콘 결정 소재의 얇은 판) 하나를 전부 점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대략 10분입니다. 그 시간 동안 찾아내야 하는 결함(defect)의 크기는 20나노 수준입니다. 아시겠지만 1㎚는 1미터의 10억 분의 1입니다. 웨이퍼 한 장의 지름이 300㎜이니 결함의 최소 몇백만 배에 이르는 범위를 10분 안에 꼼꼼히 훑어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반도체 제조의 기본 공정은 웨이퍼에 원하는 패턴을 투영, 에칭(etching) 기법으로 파내 완성하는 것입니다. 설명은 간단해 보여도 완성된 반도체의 적용 기기에 따라 적게는 600가지, 많게는 1000가지 세부 공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때 각각의 공정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점검하는 계측 기술력에 따라 공정의 속도와 효율성이 결정됩니다.
평면 계측 못지 않게 중요한 건 3차원 계측입니다. 웨이퍼를 층층이 쌓아 올린 반도체가 속속들이 올바른 구조를 갖췄는지 정확하게 확인하는 게 관건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빛'입니다. 웨이퍼에 빛을 넣어주면 구조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반사돼 나오는데, 그 빛의 스펙트럼을 파동 방정식에 대입, 구조를 예측하는 방식입니다. 물론 그 계산을 수행하려면 슈퍼컴퓨터급의 분석 도구가 필요합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반도체 기업들은 계측 과정에서 웨이퍼 결함을 찾아내기 위해 통상 고속현미경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속현미경으로 무수한 이미지를 찍어 빠르게, 또 정확하게 보면서 결함을 찾아내는 겁니다. 언뜻 보면 지루한 단순 작업처럼 보이지만 반도체 생산 공정상의 오류를 줄여 품질 향상과 생산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인 만큼 그 중요성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단순히 웨이퍼 결함을 찾아내는 일 외에 초정밀 차원의 메모리 공정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도록 하는 제반 작업도 계측 영역에 포함됩니다.
![[알아봅시다] 반도체 계측](http://contents.dt.co.kr/images/201602/2016022502101832794001[2].jpg "[알아봅시다] 반도체 계측")
이처럼 반도체 산업에서 계측 검사 기술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계측 관련 기술이 다른 영역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큽니다. 이 기술이 과학, 시스템, 기계적 방법론을 포괄하는 '융합 기술의 정수'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계측 검사 시행 과정에선 소재, 시뮬레이션, 광학, 이미지 프로세싱, 로봇 컨트롤, 통계학, 시스템공학 등 방대한 분야의 첨단 기술을 모두 동원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반도체 계측 장비는 아쉽게도 국내 기업들은 거의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 대에 20억원에서 30억원을 호가하는 장비를 해외 기업들로부터 수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미국계 장비업체들의 입김은 더욱 강해지고 있습니다. 반도체 계측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 간 인수합병도 활발합니다. 가장 최근에는 장비 업계 최대의 빅딜 중 하나인 램리서치와 KLA텐코의 합병이 성사했습니다. 이번 합병을 기반으로 램리서치는 원자 단위 수준에서의 미세 계측과 정교한 분석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계측장비의 국산화는 여전히 먼 상황입니다. 반도체 장비 부문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쏟아붓는 중국과 달리 사실상 정부의 지원도 끊긴 상태입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기업 외에도 KAIST처럼 반도체 핵심 기술을 연구하는 인력들은 많지만 정작 장비 사용에 한계가 있어 전도유망한 연구가 진행되다 중간에 중단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황민규기자 hmg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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