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부흥 핵심 기술로 '3차 산업혁명' 부각
융합연구단, 정밀·속도 5배↑ 산업용 개발 목표
국경과 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초융합 시대'. 과거의 틀을 깨는 융합R&D는 '파괴적 기술' 탄생으로 이어져 광속으로 진행되는 기술과 시장 진화를 견인한다. 연구실 문을 활짝 개방하고 '열린 연구'를 하는 현장을 찾아 융합기술이 바꿀 미래를 조망한다.
'산업 실용화를 위한 고성능 3D 프린팅 시스템 및 소재 개발' 융합연구단 연구원이 개발 중인 3D 프린팅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 융합신산업‘기회의 땅’연다
융합R&D 현장 (2) '산업용 3D 프린팅 시스템'
"3D 프린팅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제조방법에 혁명을 가져올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3년 국정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후 미국은 제조업 부흥을 위한 핵심 기술로 3D 프린팅을 지목했고, 전 세계의 이목이 3D 프린팅이 가져올 장밋빛 전망에 쏠렸다.
3D 프린팅은 3차원으로 설계된 디지털 도면에 따라 소재를 층층이 쌓아 올리는 제조 기술이다. PC와 프린터로 문서를 인쇄하듯 3D 프린터와 도면 데이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똑같은 물건을 만들 수 있어 '3차 산업혁명'의 주역 기술로 꼽힌다.
산업 현장에서는 제조업에서 쓰이던 절삭가공이나 금형가공 등에 비해 복잡한 형상을 보다 쉽게 만들 수 있고, 제조공정을 단순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다품종·맞춤형 소량 생산에 강점이 있어서 현재는 시제품이나 치아교정기 같은 개인 맞춤형 제품 제작에 주로 활용된다. 실제로 스포츠카 회사인 람보르기니는 기존에 4만달러의 비용과 120일의 기간이 들던 시제품 제작에 3D 프린팅을 적용, 한 달 내에 3000달러로 할 수 있게 됐다.
세계적인 3D 프린팅 연구지 '월러스 리포트'에 따르면 세계 3D 프린팅 시장은 지난해 40억달러 규모에서 오는 2018년 125억달러로 연평균 33% 고속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기술적으로 장비의 속도와 해상도, 소재 다양성 등 여러 기술적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연구원들이 개발 중인 3D 프린팅 장비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 한국기계연구원 제공
3D 프린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소재, 공정 등 다양한 분야간 시너지가 필수적인 융복합 영역이다. 올해 미래창조과학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가 선정한 '실용화형 융합연구단' 중 하나인 '산업 실용화를 위한 고성능 3D 프린팅 시스템 및 소재 개발' 융합연구단은 기존보다 5배 빠른 속도와 정밀도를 가진 산업용 3D 프린팅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한다.
융합연구단이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금속 3D 프린팅'이다. 현재 사용되는 3D 프린터는 다루기 쉬운 플라스틱을 주재료로 있는데, 플라스틱은 강도가 약해 제조 영역에서 쓰기는 한계가 있다.
연구를 주관하는 한국기계연구원은 금속 분말과 레이저를 이용해 바로 제품을 제조하는 'DED(Direct Energy Deposition)' 방식과 'PBF(Powder Bed Fusion)' 방식 3D 프린팅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다른 기관들도 연구에 머리를 함께 맞댄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공정설계와 실용화 기술, 재료연구소는 저비용의 소재 실용화 기술,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핵심 부품기술 개발을 진행한다.
융합연구단장을 맡은 이창우 기계연 초정밀시스템연구실장은 "항공기나 발전소에서 쓰는 터빈의 날개(blade)는 1000도가 넘는 고온을 버텨야 해 초고내열 합금으로 만드는데, 워낙 단단해 깎아서 만드는 방식으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하지만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하면 제조기간을 크게 줄이고, 더 높은 온도도 버티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GE와 독일 지멘스는 이미 금속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연구단은 겉과 안을 다른 구조로 만들 수 있는 3D 프린팅 기술의 장점을 활용해 내부에 수로를 만들어 냉각 속도를 크게 높인 정밀 금형이나, 겉은 단단하고 속은 무른 사람 뼈와 같은 구조와 강도의 의료용 임플란트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단장은 "항공기 부품 중 기존 방법으로는 20가지가 넘는 부품을 따로 만들어 조립해야 하는 종류가 있는데, 지금은 3D 프린터로 한 번에 만든다"며 "이렇게 기존 가공 방법으로는 너무 어렵거나 불가능한, 외부와 내부 구조가 다른 고부가가치 금속 가공물을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3D 프린터는 장비·재료·공정이라는 세 기술이 합쳐지지 않으면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자연히 융합할 수밖에 없는 분야"라며 "설계, 기계 디자인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3D 프린팅 공정을 이해하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