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판타지콘셉트 아카데미·디자인 공모전
상상 속 이미지·스토리, 개념화 통해 형상화
"한류 도약하려면 한국적 판타지 원류 찾아야"
상상 속 이미지·스토리, 개념화 통해 형상화
"한류 도약하려면 한국적 판타지 원류 찾아야"
'웜홀을 통해 지구와 닮은 세계에 도착했다. 지구와 같지만 조금씩 변형돼 있다. 이 세계는 어떻게 생겼을까?' '내 옷장에는 괴물이 산다. 이따금 방안을 어지럽히는 이 괴물은 어떻게 생겼을까?'
상상 나래를 펴야 형상화할 수 있는 질문을 맞닥뜨리면 당황한다. 상상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 상상이 또한 이해의 맥락과 닿아야 해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에는 웜홀을 통해 도착한 밀러 행성에 수백 미터 거대 파도가 밀려오는 것으로 관객의 상상을 만족시켰다. 거대 파도는 행성이 지구보다 더 강한 중력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것으로 설명된다.
이처럼 지구적 차원에서는 황당무계한 이미지와 사건들을 맥락의 고리를 통해 이미지화 하는 것을 '콘셉트디자인'(Concept Design)이라 한다. 콘셉트디자인은 아무렇게나 상상해 그려낸 작품이나 스토리가 아니다. 반드시 '개념화'를 통해 탄생해야 한다. 그래서 상상하는 것이 쉬운 게 아니다.
이 상상의 힘을 기르는, 바로 콘셉트디자인 방법을 익히는 워크숍이 주목받고 있다. 2015 광명 국제판타지콘셉트 아카데미와 디자인 공모전이 작년에 이어 오는 10월(17~23일) 두 번째로 열리는 것. 보통의 행사와 다른 점은 콘셉트디자인의 세계 최고 권위자인 리처드 테일러 경(Sir Richard Taylor)이 직접 참여한다는 것이다. 테일러 경은 '반지의 제왕' 3부작과 '호빗', '아바타' 제작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세계 최고의 컨셉트디자인 전문가다. 아카데미 5회 수상의 화려한 수상경력도 갖고 있다. 영화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기사 작위도 받았다. 그가 설립한 뉴질랜드의 웨타워크숍(Weta Workshop)은 세계적 영상 특수효과 기업으로 세계 유수 영화제작자와 감독들이 찾고 있다.
광명 국제판타지콘셉트디자인 아카데미와 공모전을 주관하는 한국판타지컨벤션협의회 조재홍 대표는 "콘셉트디자인은 판타지를 통해 영화 공연 미술 문학 등의 경계를 확장하는 촉매제"라며 "세계적으로 판타지 영상산업과 문학은 현재 전개되고 있는 핫 이슈"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 아직 판타지 장르가 만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에 경직된 정서적 구조가 남아 있어서"라며 "우리 민족의 정서에는 판타지 DNA가 풍부한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된 데는 근·현대에 우리 민족이 수많은 질곡을 겪으면서 상상의 문이 닫혔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조 대표는 "한류가 한층 도약하려면 우리 정서 속에 깊숙이 박힌 한국적인 판타지 원류를 찾아내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명시는 이번 공모전이 열리는 광명동굴을 판타지 워크숍과 공연의 거점으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광명시는 공모전 수상자 2명에게 뉴질랜드 웨타워크숍에서 리차드 테일러 경 지도 아래 1개월간 인턴십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부여할 예정이다.
광명시와 한국판타지컨벤션협의회는 판타지콘셉트디자인 아카데미와 공모전을 계기로 국내 판타지 컨셉트디자인 인력을 육성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조재홍 대표는 "소프트웨어 인력 10만 명 육성하는 것 못지 않게 콘셉트디자인 인력 1만 명 기르는 것도 콘텐츠산업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광명시는 광명 동굴과 그 일대를 판타지 영상 제작 인력 양성의 메카로 개발하고 웨타워크숍을 비롯한 세계적 콘셉트디자인 스튜디오와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조재홍 대표는 "정부가 창조산업을 강조하고 있는데, 창조산업은 바로 아이디어 산업이고 아이디어는 상상력에서 나온다"며 "상상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무턱대고 상상하라고 하면 안 되고 상상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가 특히 관심을 끄는 데는 최근 소설과 TV드라마 등에서 판타지 장르가 인기를 끌며 성공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인류 보편적 정서이자 엔터테인먼트인 판타지를 한류에 입혀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창조경제의 핵심산업 중의 하나인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해서라도 판타지콘셉트디자인의 힘을 기르는 것은 시급하다.
이규화 선임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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