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내용이나 수준 등 단기 양적 성과에 급급
그동안의 연구 반성필요 독창적 문제 찾기에 초점
새로운 지식 생산 맞춰야 글로벌 경쟁력 가능해져
그동안의 연구 반성필요 독창적 문제 찾기에 초점
새로운 지식 생산 맞춰야 글로벌 경쟁력 가능해져
![[시론] 이제는 연구문화 혁신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507/2015071602102351607001[1].jpg "[시론] 이제는 연구문화 혁신이다")
지난 10일 국가과학기술심의회는 정부 R&D 투자기조에 큰 변화를 결정했다. 1991년 이후 25년 만에 R&D 투자예산이 처음으로 감소된다. 지난 10년 만해도 연평균 12%씩 늘려왔는데, 내년 예산은 올해 대비 2.3% 줄이기로 했다. 과학기술 투자의 흐름에 새로운 변곡점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경제적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에는 선택과 집중의 차원에서 더 과감히 투자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개인·집단기초연구 지원을 확대하고, 지능형반도체,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자동차, 바이오헬스, 바이오 신약,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의료기기, 신재생 에너지 등의 전략분야에 R&D 예산을 집중 투입한다.
정부의 R&D 투자 감소 배경에는 복지예산 확대 등에 따른 정부 재정여건의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 R&D 성과와 사업화 실적이 투자규모에 못 미치고 있다는 그동안의 비판도 영향을 준 것 같다. 연구자들은 정부나 국민의 기존 R&D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간의 연구 내용, 수준, 방식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봐야 한다.
사실 그동안 정부도 산업화 과정에서 '추격자'로 '빨리', '열심히' '카피'하여 개발하는 것을 독려했고, 연구 성과도 대개 단기 성과로 수치로 보이는 것을 인정했다. 연구자들은 정부의 지원 정책, 제도를 따라가는 수동적 위치에서, 주로 연구비 배분, 이에 적합한 단기적, 양적 성과 만드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이제는 정부, 연구자 모두 국가 R&D에 대한 기존 관행을 넘어서야하는 중대한 시점에 서게 된 것인데, 최근 보도된 서울공대의 자기 반성적 백서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을 더하고 있다. 1991년 이후 25년 만에 발간한 이 백서에서 서울공대는 그동안 따라가는 연구로 연구비 받기 좋은, 출판하기 좋은, 눈앞의 양적 성과에 집중했으나, 이제는 낮은 성공확률에도 도전하고 이를 평가해주며, 교수 간 학문적 소통도 활발한 문화로, 질적 도약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이제 정부와 연구자는 양적 성과, 연구비 중심 사고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 특히 연구자는 먼저 순수한 호기심, 탐구정신으로 독창적 문제를 찾아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지식 생산을 위해 상호 토론, 논쟁하며 부단히 도전하는 모습으로 변신해야 한다. 인류 문명을 발전시켜온 '과학정신'이 필요하다. 이것이 연구문화의 혁신이며, '선도자(first mover)'의 모습이다. 국제 경제학자 엘하난 헬프먼 하버드대 교수의 말처럼, R&D는 신제품 개발자체 보다는 '일반 지식' 생산에 초점을 맞춰 결과적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 국가의 경제 생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 혁신이 요구되는 정부의 운영 체제의 변화는 매우 느릴 것 같다. 결국 연구 성과의 최종 책임자인 연구자들이 정책, 제도의 틀에 매이기보다, 스스로 선도적인 위치에 서서 먼저 변화의 힘이 되어야 한다. 이는 연구자들이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이며, 연구문화 혁신으로 영향력 있는 성과를 내보이는 일이다.
아인슈타인은 "세상에서 가장 바보스러운 일은 같은 일을 계속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제는 정치인, 공무원, 연구자 모두 변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연구자들이 먼저 스스로 연구의 가치,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 그러면 연구자들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신뢰와 기대도 달라질 것이다. 창조경제도, 글로벌 경쟁력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민경찬 연세대 수학과 교수·과실연 명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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