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R&D 관리, 전주기 개념 도입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506/20150609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R&D 관리, 전주기 개념 도입해야")
범선으로 넓고 망막한 바다를 항해하기 위해서는 돛과 노, 나침반과 방향키가 필요하다.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서 '돛'은 정부 R&D 투자, '노'는 연구개발 수행, '나침반'은 R&D 분야, '방향키'는 연구개발 제도에 비유할 수 있다. 드센 바람과 거친 파도에서 범선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나침반과 방향키이고,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탄탄한 돛과 노 젓는 사람들의 역량이므로 정부 R&D 정책은 대한민국 호의 경제발전을 좌지우지할 수가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세계 1위이고 규모면에서는 세계 6위이며, 총체적인 과학기술 경쟁력은 세계 7위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략없는 R&D 투자 확대라는 문제점이 제기됨에 따라 정부는 연구개발 역할 정립, 출연연구기관 혁신, R&D 기획관리체계 개선, R&D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등 R&D 혁신 방안을 발표하였으며 세부 내용은 마련중에 있다. 지구촌 강대국들과 블루오션 항해에 앞서 돛과 노, 나침반과 방향키를 철저히 정비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이며, 여기에 몇 가지를 첨언하고자 한다.
첫째,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를 강화하는 창조경제의 돛을 올려야 한다. 기술혁신 선진국들의 R&D 역할을 보면, 정부는 기초연구와 응용연구에 치중하고 민간은 개발연구를 주도하는 특징이다. 미국은 2016년 1,457억 달러의 정부 R&D 예산을 편성했는데, 국방부문과 기반구축을 제외한 순수 R&D 투자 비중은 기초연구 43.2%, 응용연구 41.4%, 개발연구 15.4%이다. 반면에 우리는 그동안 기초연구 30~35%, 응용연구 20~25%, 개발연구 45~50%의 비율로 기초연구와 응용연구가 취약한 구조이다. 따라서 신기술 기반의 목적 기초연구와 사업화 연계의 융합 응용연구 투자를 확대하고 개발연구는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할 것이다.
둘째, 과제선정에 일반공모 방식을 추가하여 신나게 노를 저어야 한다. R&D 경쟁이 도입된 이래 연구과제는 정책지정, 지정공모, 자유공모로 구분되어 선정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지정공모 및 자유공모 과제는 대학, 출연연, 기업이 무한경쟁하여 그로 인한 갈등과 부작용이 기획단계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스포츠가 종목과 체급을 세분화하여 참여자에게 공평한 기회와 도전을 주어 신기록을 수립하듯이, R&D도 사업내용과 연구단계에 따라 주체별 특성과 역량을 반영하는 일반공모를 도입하여 차별화된 기술개발 목표를 달성해야 할 것이다.
셋째, 기술발전지도와 기술수요지도를 연계하는 나침반을 마련해야 한다. 연구개발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창조적 활동으로 공급(Seeds) 측면에서 기술발전지도 등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술 및 과제가 발굴되고 있다. 기술을 위한 연구가 아닌 R&D 사업화를 전제한다면 수요(Needs) 측면에서 기술수요지도를 작성하고 이를 연계하여 기획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 즉 공급과 수요를 매칭시켜 예측 가능한 연구개발 분야를 도출하고 최적의 R&D 과제가 선정되도록 로드맵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넷째, R&D 기획관리체계는 전주기 개념의 방향키로 추진해야 한다. 연구개발 생애는 '기획, 선정, 수행, 평가, 활용'의 단계로 구분되지만, 두뇌명령으로 신경세포를 통해 손발이 움직이는 것처럼 상호작용하고 있다. 연구개발 이해관계 집단인 정부, 관리기관, 수행기관은 3P(Plan, Program, Project) 관점에서 기술을 기획하고 선정, 수행, 평가 과정에서 방관자가 아닌 주체가 되어야 한다. 또한 중대형 연구과제는 활용을 넘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화가 되도록 R&D 생애관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나침반과 방향키, 돛과 노, 어느 하나가 없다고 범선이 침몰하지는 않지만 튼튼하고 강력하면 험난한 항해에서도 물길과 뱃머리를 통제하듯이, 방향과 속도가 제어되는 정부 R&D 혁신은 머지않아 양질의 성과물로 가득찬 만선의 기쁨을 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임명환 ETRI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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