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탄소배출권거래, 시장 혼란만…

개장 이틀째 거래물량 50t 그쳐 … 업계 "예상된 결과"
할당량 부족에 거래 전문인력 없어 기업들 매매 기피
수급불균형 등 시장안정화 방안 준비 없이 강행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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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급한 탄소배출권거래, 시장 혼란만…
<자료: 한국거래소>


정부가 업계의 우려를 뒤로 한 채 지난 12일 탄소배출권거래시장을 개장한 가운데, 배출권 거래는 미미하고 시장의 불확실성만 커져 기업이 느끼는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탄소배출권거래소 개장 이틀째 총 50톤의 배출권이 9500원에 거래됐다. 이는 첫날 거래된 1190톤보다 95% 감소한 수준이다.

첫날 거래량도 업계가 할당받은 15억9800만톤의 0.00007% 수준으로 미미했는데 둘째날에는 이보다 더 거래가 부진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배출권 거래에 따른 위험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으려면 배출권 거래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올해 처음 시행되는 탄소배출권거래제의 경우, 에너지 및 환경 관련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사설 컨설팅업체 조차 전문 인력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물량도 부족한 데다 배출권을 전략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인력도 없는 터라 업계로서는 거래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탄소배출권을 전담하는 직원이나 조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사람도 없고 여력도 없는 상황이라 다른 기업들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탄소배출권거래제 관련 컨설팅 문의가 늘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이 제도에 대처할 전문인력을 보유한 기업이 없다는 얘기"라며 "하지만 현재 기업뿐 아니라 컨설팅업체들도 탄소배출권거래 전략은 어떻게 짜야 하는지 등 탄소배출권과 관련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업계는 수급불균형 등 거래시장에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할 경우 정부가 취할 매뉴얼 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는 배출권거래제 시행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난해 12월10월 조달청 나라장터에 '배출권거래제 시장안정화조치 가이드라인 마련 연구' 용역을 긴급 공고한 바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 용역결과는 5월에나 나올 예정이어서 현재로서는 시장안정화조치를 언제, 어떻게, 어떤 절차를 거쳐 시행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는 시장안정화방안으로 정부가 보유한 예비물량을 늘리거나 상쇄배출권 제출한도를 늘려주는 방안이 규정돼 있지만 구체성이 떨어져 용역사업을 공고했다"고 말했다.

한 기업당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부담해야 할 과징금 규모가 평균 2400억원에 달할 정도로 파장이 큰 제도를 시행하면서도 정부가 기본적인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관련 간담회를 하면서 업계가 환경부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 'running by doing(하면서 배운다)'는 것"이라며 "'하면서 배우면 된다'는 말로 '준비가 덜됐다'는 업계의 지적을 무시하고 제도 시행을 강행하더니 결국 부족한 배출권 물량에 시장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이 거래를 기피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올 1월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기 위해 지난해 말 525개 기업에 업계가 신청한 20억2100만톤보다 4억2300톤 부족한 15억9800만톤의 배출권을 할당한 바 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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