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 절차 축소… 환전수수료 크게 낮아져
12월말 기준 일평균 53억7000만위안 거래
원화 국제화 높이고 다양한 상품 개발해야
12월말 기준 일평균 53억7000만위안 거래
원화 국제화 높이고 다양한 상품 개발해야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지난해 12월 1일 본격 문을 열면서 거대 중국 시장이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은 말 그대로 원화와 위안화를 직접 바꿀 수 있는 시장이다. 그동안 원화를 위안화로 바꾸기 위해서는 원화를 달러로 바꾸고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다시 위안화로 바꾸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에 따라 직거래 시장의 개설로 원·위안화 거래의 불필요한 과정이 축소되면서 당장 거대한 중국 시장을 한층 더 공략해 아시아 위안화 허브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 금융시장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과거 외화 직거래 시장의 실패 사례를 비춰봤을 때, 막연한 장밋빛 기대에 취해있기보다는 중장기적 과제들을 점검해가야 할 시점이라는 쓴 목소리도 나온다.
◇원·위안화 직거래로 비용절감…위안화 허브 도약 기대도=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은 외환이 거래되는 은행 간 외환시장에서 원·위안화가 직접 매매된다. 그동안 원·달러가 장내에서 거래되는 시장만 존재했다면 여기에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새로 추가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위안화의 직거래를 통한 비용절감을 단기적인 효과로 인식하고 있다. 원화에서 달러화, 달러화에서 다시 위안화로 바꿔야 했던 환전 절차를 축소하면서 환전 수수료가 크게 낮아진다는 점에서다. 또 청산은행을 통해 중국 현지와 직접 결제할 수 있게 돼 기존 홍콩을 통한 결제보다 결제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위안화 허브로 도약하는 주춧돌을 마련했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원·위안화 직거래는 한국이 위안화 허브로 성장하는데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위안화 허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리적 인접성, 중국 지원 가능성 등 위안화 허브로서의 우리나라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환경이라는 점도 기대를 키우고 있다.
◇초반 성적은 양호…원화 국제화가 관건=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이 개설된지 약 한 달이 지난 상황에서 초반 성적표는 비교적 양호한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24일까지 일평균 거래규모는 53억7000만위안(약 8억7000만달러)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원·달러 거래 규모가 일평균 71억7000만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원·위안화 현물환 시장은 원·달러 현물환 시장의 약 12% 수준이다.
이는 과거 실패했던 원·엔화 직거래 시장과 비교해서도 비교적 순조로운 출발이라는 평가다. 과거 원·엔 직거래 시장은 유동성 부족으로 4개월 만에 중단된 바 있다. 원·엔 시장은 지난 1996년 4분기 중 일평균 거래규모가 4억엔(320만달러)에 불과해 전체 은행 간 현물환 거래의 0.2%에 그쳤다. 또 지난 2012년 6월 동경에 개설된 위안·엔 일평균 거래규모가 2억달러인 점과 비교해서도 거래규모가 큰 편이다.
이처럼 비교적 순조로운 첫 걸음마를 시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남은 과제도 많다. 무엇보다 최근 큰 조명을 받고 있는 위안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국제적인 활용도가 낮은 원화의 국제화를 높이는 것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위안화는 경상거래뿐 아니라 위안화 예금 등 자본거래가 자유롭지만 원화는 부분적으로만 사용 가능해 비거주자 간의 거래는 불가능하다"며 "용도가 제한된 통화와 그렇지 않은 통화 간의 비대칭적 직거래는 활성화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기존의 방식처럼 달러화를 매개로 거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 연구원은 "미국 달러화를 매개로 하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원·위안화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역외에서 원화가 자유롭게 거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위안화 금융상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앞으로 위안화 결제 확대 등을 배경으로 위안화 예금 규모가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헤지 목적의 위안화 파생상품을 비롯해 위안화 자금조달, 자금운용과 관련된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고 거래가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세정기자 sjpark@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