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송시장 규모는 한국의 30배 세계 장악
우량한 고유 콘텐츠도 제작·유통돼 한류 선도
미국 선진기술 활용해 방송 발전 기회 삼아야
우량한 고유 콘텐츠도 제작·유통돼 한류 선도
미국 선진기술 활용해 방송 발전 기회 삼아야
![[포럼] 방송 콘텐츠 경쟁력 키우려면](http://contents.dt.co.kr/images/201412/2014122202102251104001[1].jpg "[포럼] 방송 콘텐츠 경쟁력 키우려면")
이번달 10일 중국 북경에서 한국과 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양국 정상의 서명식이 있었고, 이와 관련해 양국에 미치는 영향과 그 대응에 대한 논의가 한참인 듯하다. 실제 한국은 2007년 한미 FTA 체결을 시작으로 최근 한국과 뉴질랜드 간의 FTA 체결까지 14번의 FTA를 체결했다. 한국이 체결한 FTA에는 아세안과 유럽연합 등이 포함됐기 때문에 한국이 FTA를 체결한 국가는 모두 52개에 이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본, 멕시코, 이스라엘 3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와 FTA를 체결한 나라가 됐다. 그러나 다수의 FTA를 체결했다고 해서 결코 선진국이 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한국이 FTA라는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면 오히려 상대방 국가에게 국내시장을 통째로 내어주는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한미 FTA로 돌아가보면, 2007년에 체결됐으나 미국 의회 비준연기로 인해 2012년 3월 15일에 양국에서 비준돼 발효됐다. 한미 FTA의 체결 당시 수많은 논란과 분쟁이 있었음에도, 한미 FTA가 발효일로부터 3년이 되는 2015년 적용시점에 임박한 현재에는 오히려 그에 대한 전략을 내놓거나 걱정하는 목소리는 듣기 어려운 듯하다. FTA의 체결내용이 중요하지만, FTA를 어떻게 준비해 국익으로 가져올 수 있으며, 시장개방으로 인해 개방되는 국내시장을 어떻게 보호하여야 할 것인지에 대한 철저한 전력과 대비가 필요함에도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미 FTA에서 미국측 문화개방 요구의 핵심은 국내 방송시장 개방이라고 할 수 있다. 방송분야와 관련한 한미 FTA의 내용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즉 △일반PP(Program provider)에 대한 외국인 간접투자를 100% 허용하고 △비지상파 부문에 대하여 국내제작 영화, 애니메이션 편성쿼터 일부를 완화하고 △수입 방송콘텐츠에 대한 1개 국가 쿼터제한을 완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방으로 인해, 거대 자본력과 콘텐츠를 가진 미국 미디어 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 국내법인을 설립해 일반PP로 영업활동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비지상파 부문에서 방송하는 국내제작 영화는 현행 25%에서 20%, 국내제작 애니메이션은 현행 35%에서 30%로 편성쿼터가 감소되고, 수입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방송 등 콘텐츠에 대해 1개 국가(미국)의 쿼터제한이 60%에서 80%로 증가되므로 미국 미디어 기업이 국내에 콘텐츠를 직접 공급하는 양이 증가함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의 콘텐츠 공급력이나 시장장악력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한미 FTA 체결 당시에는, 미국 방송시장의 규모가 한국의 30배에 이르고 미국 방송물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므로 국내 방송시장이 개방될 경우 미국 미디어 기업이 설립한 PP들이 콘텐츠의 시장유통을 좌지우지해 우리의 방송시장이 고사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또 미국은 미국 문화의 세계산업화를 목표로 자국내에서는 미디어 기업간의 인수합병을 호의적으로 인정해 거대 자본력을 가진 미디어그룹을 탄생시키면서도 대외적으로는 공정경쟁을 위한 시장개방을 요구함으로써 자국의 거대 미디어그룹들이 해외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왔다. 이에 비해 한국은 방송분야의 공공성제고를 목표로 많은 규제를 두면서도 적극적인 투자가 부족하고 지상파 방송 중심의 독과점 구조가 지속돼 경쟁력이 낮다. 방송콘텐츠 제작사들도 소규모 자본의 영세업체들로 주로 지상파 방송사의 하청에 의존하고 있어 유통구조가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한미 FTA 체결시점과 비교해 현재 국내 방송시장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두었다. 우선 외형적으로 2004년까지만 해도 방송시장 규모가 30배 이상 차이를 보였으나, 2011년부터는 한국 방송시장의 외연이 크게 신장되면서 그 격차가 7배 정도로 줄어들었다. 케이블가입자 및 채널의 증가로 국내 대형PP들이 성장해 자본과 인력에 기반한 우량한 고유의 콘텐츠가 제작되고 유통되고 있다. 그 동안 주로 인터넷망을 통해 국내에 배포된 미국드라마(미드)가 인기를 얻기도 했으나 향후 이미 다양한 미드를 체험한 국내 방송시장에 미국 미디어 기업에 의해 공급되는 미드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리라고 보기 어렵다. 반면 우리는 우수한 국내 드라마가 다수 제작돼 거액으로 수출됨으로써 한류를 선도하기도 했다.
이렇듯 현재 국내 방송시장에서 한미 FTA 체결시점보다는 위기감이 나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15년에 한미 FTA가 시행되면 국내 방송기업들은 미국의 거대 미디어그룹들과 경쟁하게 되고, 국내에서 제작된 콘텐츠는 전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콘텐츠들과 경쟁하게 될 것이다. 또한 IPTV와 같은 '통신·방송 융합서비스'에 대한 시장개방 허용수준 등 한미 FTA에서 미래유보사항으로 남겨둔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내년 한미 FTA 시행을 맞아 국내 방송 관련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우고 우수한 국내 방송콘텐츠를 육성하는 노력을 함과 동시에 미국의 선진 방송통신 기술과 자본을 활용하여 국내 방송시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기회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정성원 법무법인 대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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