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인터뷰
![[월요 초대석] "홍릉연구단지 재창조해 차세대 성장엔진 만들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412/2014120102101176103001[1].jpg "[월요 초대석] \"홍릉연구단지 재창조해 차세대 성장엔진 만들어야\"")
"홍릉지역을 잘 디자인해서 대한민국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재창조해야 합니다. 미래 50년을 새롭게 열기 위해 국가연구소로서 국가와 국민이 필요로 하는 연구와 역할을 더 잘 하는 것도 숙제입니다."
이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은 연구원이 자리 잡고 있는 홍릉연구단지를 새롭게 만드는 일에 몰두해 있다.
약 50년전인 1966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KIST를 세우면서 터를 닦기 시작한 홍릉단지는 과학기술 분야의 KIST와 경제 쪽의 한국개발원(KDI)을 중심으로 KAIST, 산업연구원 등이 자리잡아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는 데 싱크탱크이자 엔진 역할을 했다. KDI 등 입주기관들의 지방 이전과 성장 정체 속에 홍릉을 새로운 성장혁신 허브로 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어깨가 무겁다.
이 원장은 "2㎞ 지역 안에 박사급 인력 5200명이 있고, 대학, 병원, 연구소 등이 모여있다"며 "이들이 잘 결합해서 힘을 낼 수 있게 하면 국가 미래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이 그리는 KIST와 홍릉, 대한민국의 미래를 들었다.
![[월요 초대석] "홍릉연구단지 재창조해 차세대 성장엔진 만들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412/2014120102101176103001[2].jpg "[월요 초대석] \"홍릉연구단지 재창조해 차세대 성장엔진 만들어야\"")
대담 = 안경애 생활과학부장
-직무대행까지 포함하면 원장 역할을 한 지 1년이다. 지난 1년은 어땠나.
"이슈들이 꽤 많았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홍릉지역이 비고 있고 다가오는 기관 설립 50주년을 맞아 준비하는 일도 많다. 두 그룹으로 나눠져 있던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로 모이고 KIST에 기대하는 역할도 더 커졌다. 중소기업 지원, 융합연구 등 숙제들도 많다. 지금 가장 큰 현안은 홍릉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다."
- KIST의 각 조직과 역할을 소개해달라.
"KIST는 4개 전문연구소, 2개 연구본부, 4개 지원본부, 2개 분원, 각 1개의 정책연구소, 기술사업단, 해외연구소, 부설 녹색기술센터로 구성돼 있다. 특히 2년전 전문연구소를 출범시킨 것은 KIST 설립 이래 큰 변화를 가져온 시도였다.
물리, 화학 등 학제 중심의 조직에서 탈피해 뇌과학, 의공학, 녹색도시기술, 다원물질융합 등 4개 전략분야를 선정하고 세계적인 연구소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 연말 전문연구소들의 성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조직으로 재구성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KIST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로봇연구의 역량을 결집한 '로봇연구소'를 출범시키고, 재료·소자 분야 연구를 하는 다원물질융합연구소를 '차세대반도체연구소'로 개편할 계획이다."
-2016년이면 KIST 설립 50주년이다. 지난 50년 동안 어떤 일을 이뤘나.
"올초 KIST가 설립 이후 총 595조원의 경제사회적 파급효과를 거뒀다는 학계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삼성전자 총 누적수익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로, 1966년 설립 이래 50년 동안 KIST가 우리 경제 발전과 국가 근대화에 큰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지표다. 또 ETRI,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14개 과학기술 출연연구기관들이 KIST를 모태로 설립됐다. 최근에는 KIST 노하우를 개도국으로 전수해 미래 한국의 꿈과 희망을 실현하는 비전을 추진하고 있다."
-홍릉단지 재창조의 중요성은.
"KIST와 KDI가 자리잡은 홍릉단지는 지난 50년 동안 우리 경제와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 곳이다. 하지만 최근 홍릉지역 내 산업연구원, KDI 등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홍릉 지역의 공동화와 기능 상실에 대한 우려가 있다. 고급 인력과 대도시 기반의 혁신 클러스터 조성은 세계적인 추세다. 홍릉 지역은 대학과 연구소 등이 모여있어 박사급 인력만 5200여명이 상주하고 있다. 시장과의 접근성도 좋아 이 지역을 잘 디자인할 경우 대한민국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재창조될 것이다. 현재 홍릉 연구단지 활성화는 기재부를 중심으로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데 KIST는 실행 방안 수립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KIST의 기술사업화 전략은.
"그동안의 기술사업화는 연구자가 기술을 개발하면 기업이 필요한 기술을 가져가 활용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이제 기관이 보유한 원천기술을 기업이 필요한 수준까지 보완 개발해 상용화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작년부터는 우수 창업 희망자를 공개 유치해 KIST의 기술, 연구비, 인프라 등을 전폭 지원하는 신개념 기술창업전문인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3명의 전문가가 KIST 기술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출연연 전체로 확산하고 정부 사업과 연계한다면 연구소 창업의 새로운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더불어 생기원, ETRI 등 산업체 지원 경험이 풍부한 다른 기관과 연계해 기업이 원하는 방식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 융합연구가 화두인데 KIST는 어떤 시도를 하고 있나.
"바이오, 생체재료, 정보통신기술(ICT), 로보틱스 등 KIST의 다양한 역량을 뇌공학, 의공학 전문연구소로 결집시켜 의료용 로봇, 대체장기를 위한 생체재료 등 융합형 연구성과를 내놓고 있다. 다른 기관과의 융합과 협력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개방형 연구사업(ORP)'을 통해 국내 및 해외 기관과의 융합과 협력을 필수로 하고 있다. 이러한 KIST의 경험과 역량을 더욱 확대하여 산·학·연을 아우르는 융합과 협력의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려고 한다.
-최근 가장 역점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은.
"지난 50년 동안 많은 성과를 내놨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성과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광우병, 조류독감 등 국가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국가연구기관이 그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라는 국민적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것도 실감했다. 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영역의 융·복합 연구역량이 필요하다. KIST는 종합연구기관으로 다양한 융·복합 연구 기반을 갖고 있어서, 주도적 역할을 하려고 한다.
특히 작년부터 치매, 조류독감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개방형 연구사업(ORP)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ORP는 해당 연구사업비 50% 이상을 외부 기관에 개방하는 획기적인 사업이다. 지난해 치매와 녹조 두 가지 사업에 각각 30억씩 투자해 사회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고, 올해는 조류독감과 식물공장을 추가로 선정해 과제 수행 중이다. 이 사업은 KIST 주요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대외에 개방하고 있으며, 매년 2~3개 사업을 선정해 총 8개 사업을 운영할 예정이다."
-중소기업 육성에도 앞장서고 있는데.
"강한 중소기업을 키우는 것이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유럽, 일본 등 사례를 살펴보면 대기업이 성장을 주도한 게 아니라 가내수공업체, 전문기업 등 중소기업이 먼저 단단해지고 자연스럽게 대기업으로 이어졌다. 중소기업이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으면 국가가 훨씬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그만큼 중소기업의 육성은 매우 중요하다. 또 중소기업 지원에 적합한 기관이 바로 출연연이다. KIST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강소기업에 원천기술에 대한 기술지원뿐 아니라 기술자문, 기술이전 및 마케팅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KIST가 운영하는 K클럽은 기관이 보유한 특허는 물론 기술 노하우까지 개방하는, 중소기업 지원의 새로운 모델이다. 모집한 지 1년 정도 지난 현재, 36개 기업이 참여하는 등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에 KIST 보유 특허를 무상 또는 중소기업 맞춤형 유상조건으로 양도권 및 실시권을 주는 특허나눔도 실시하고 있다. 또 올해 중소기업지원센터를 발족하고, 중소기업 지원을 전담하는 각 분야 전문위원 19명을 임명했다. 더불어 유럽연구소를 활용해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독일 등 유럽 현지진출을 지원해 글로벌 히든챔피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 50년을 넘어, 향후 50년을 이끌어갈 기관의 운영 비전은.
"지난 50년 동안 국가 경제발전을 위한 주력산업 성장에 방점이 있었다면, 미래 50년은 세 가지 관점에서 새로운 방향 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다가오는 미래 사회를 준비하는 영역,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영역에 과감히 도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가 성장동력을 재점화하고, 미래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역할을 할 것이다.
또 우리 사회가 직면한 많은 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은 결국 과학기술에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민안전, 국민 불안 해소 등을 위해 보다 많은 역할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을 통해 우리나라의 국가위상과 국격을 높일 수 있는 대외원조 사업도 활발히 진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지원하는 국가연구소로의 역할을 다하겠다."
-최근 R&D 혁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KIST R&D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방안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짧은 기간 동안 폭발적인 양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질적 성장은 정체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평가방식에 있다. 논문, 특허 등 양적인 지표에 초점을 맞춰 평가가 이뤄지다 보니 연구자들이 새롭고 발전적인 연구보다 논문을 쓰기 쉬운 연구에 집중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본사업체계, 평가방식 등을 전면 재검토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타깃 지향적인 과제에 대해서는 과제 선정과 평가를 외부에 맡기고,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는 기관 내 뿐만 아니라 외부의 최고 전문가들을 섭외해 R&D 완성도를 높일 것이다.
내부적인 노력과 더불어 자율적이고 연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될 필요가 있다. KIST 유럽연구소가 위치하고 있는 독일 잘란트주에는 독일 신소재연구소(INM)를 비롯해 15개의 연구소가 있다. KIST는 3년마다 소장이 바뀌지만, 1990년대에 설립된 INM은 이제 초대 소장이 2대로 바뀌는 시점에 있다. 그들은 소장을 바꾸기 전 2년간 인수인계를 한다. 연속성 있는 연구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리=백나영기자 100na@dt.co.kr
■ 이병권 원장은…
◇학력
-1976.03~1980.02 서울대학교 화학공학 학사
-1980.03~1982.02 서울대학교 대학원 화학공학 석사
-1986.09~1989.08 애크런대학교 대학원 화학공학 박사
◇경력
-2004.04~2007.01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환경공정연구부 부장
-2007.01~2009.11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에너지환경연구본부 본부장
-2010.12~2012.01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기획조정본부 본부장
-2012.01~ 한국수소 및 신에너지학회 학술부회장
-2012.07~2013.11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원장
-2013.01~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2014.03~ 제23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2014.04~ 환경연구기관장협의회 회장
◇수상이력
-2001 산업자원부 장관상
-2005 한국수소및신재생 에너지학회 학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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