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도탑전기’ 노골적으로 모사한 게임제작 줄이어 ‘이례적’
"먼저 베끼는 사람이 임자다."
국내 게임 업계에서 중국 시장의 최신 흥행작 '도탑전기'를 노골적으로 벤치마킹한 게임을 제작, 출시하기 위한 물밑 움직임이 치열하다. '클래시오브클랜', '캔디크러시사가' 등 북미-유럽 시장 간판게임의 아류작이 쏟아져 나온 것을 연상케 한다. 게임에선 중국보다 선진 시장으로 꼽히는 한국에서 '중국 게임 베끼기'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개발업계에서 중국의 모바일 롤플레잉 게임(RPG) '도탑전기'를 모사한 게임 제작이 줄을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탑전기'는 중국 상하이에 소재한 리리스라는 게임사가 제작, 지난 7월부터 룽투게임즈를 통해 현지 앱마켓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이다.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의 앱 마켓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게임의 하루 매출은 30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리스를 창업, '도탑전기'를 제작한 왕씬원은 현지 1위 업체 텐센트에 몸담고 게임을 만들었지만, 독립해 성공을 거둔 것이다. 텐센트의 메신저인 위챗 플랫폼을 거쳐 구글플레이 등 앱 마켓에 출시된 게임들이 그간 차트 상위권을 독점했으나, '도탑전기'가 텐센트 게임을 제치고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이 게임에 대한 벤치마킹은 북미 시장에서 먼저 시작됐다. 미국 게임사 유쿨(UCOOL)이 '히어로즈 차지'(Heroes Charge)라는 게임을 만들었는데, 이 게임은 이용자로부터 '도탑전기'를 노골적으로 베낀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앱스토어에서 유통되던 이 게임은 최근 한국 시장에도 출시됐다. 한글 번역 등 일체 현지화 없이 국내 이용자가 북미 서버에 접속해 플레이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중이다.
통상 수출하는 게임이 언어 번역을 비롯해 그 나라 이용자에 친숙한 문화코드와 과금요소를 갖추는 게 일반적인 것을 감안하면 더없이 불편한 서비스다. 그런데도 한 때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50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미국 앱마켓보다 한국 앱마켓에서 매출 순위가 더 높다.
특이한 점은 '도탑전기'에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3',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인기 게임들의 캐릭터들이 고스란히 등장하고, 유쿨의 '히어로 차지'에도 이러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블리자드가 대응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라며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국내 한 게임개발사 사장은 "'도탑전기'의 폭발적인 중국 흥행에다 이 게임을 차용한 게임마저 흥행하자, 국내 게임사 상당수가 이 게임을 그대로 베끼다시피 한 게임을 제작중"이라며 "베낄 거라면 어설프게 베끼지 말고 확실히 베껴, 남보다 먼저 내놓는 게 임자라는 인식이 팽배해있다"고 전했다.
이미 흥행한 게임의 핵심 요소, 그래픽까지 모사하는 표절(혹은 벤치마킹)은 게임업계의 해묵은 이슈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제작에 소요되는 시간이 짧아 아류작(혹은 표절작)의 등장과 이에 따른 논란도 잦다. 북미 흥행작 '클래시오브클랜'과 '캔디크러시사가'도 한국 개발사가 이를 차용해 다수 게임을 내놓았는데, 이 중 '수호지'와 '애니팡2' 등 독보적 인기작도 배출됐다. 두 게임 모두 유사성 논란을 낳았는데, '애니팡2'의 경우 '캔디크러시사가'와 유사성이 심해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의 관행상 사실상 베낀다 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이런 현실 속 '먼저 베끼는 게 임자'라는 인식이 만연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정근기자 antilaw@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