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옥 칼럼] IT강국의 `핀테크` 현주소](http://contents.dt.co.kr/images/201409/2014091502102251699001[1].jpg "[한민옥 칼럼] IT강국의 `핀테크` 현주소")
'핀테크(Fintech)'가 부상하고 있다. 핀테크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모바일 결제, 송금, 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금융과 IT를 결합한 새로운 융합 서비스를 일컫는다.
이미 내로라하는 글로벌 IT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출시하며 핀테크에 뛰어들고 있다. 이베이의 '페이팔', 구글의 '구글월렛', 페이스북의 '바이버튼',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애플도 최근 출시한 '아이폰6'에 전자지갑인 '애플페이'를 장착하며 가세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는 최근 '클리어익스체인지'라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마스터카드, 비자 등 신용카드사들도 모바일 결제 플랫폼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프랑스 BNP파리바은행은 모바일 전용은행 '헬로뱅크'를 개설했고, 영국 HSBC은행 등도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한마디로 '핀테크 전쟁'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핀테크 현주소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걸음마 수준이다. 카카오가 최근 LG CNS와 손잡고 내놓은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가 고작이다. 그나마 카드사들의 참여도 저조하다.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IT강국'이다. 특히 모바일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핀테크는 사실상 스마트폰 기반의 신 개념 금융 서비스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우리나라는 핀테크 중심국이어야 한다. IT강국에서 핀테크가 지지부진한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은 바로 IT에 비해 지나치게 뒤처진 금융 인프라 때문이다.
우선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시대에 뒤떨어진 금융 규제가 문제다. 사실 우리나라는 핀테크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온라인 전자결제 서비스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 쇼핑몰 등 전자상거래가 급증하면서 세계로 뻗어 나갈 기회도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이른바 '천송이 코트' 논란으로 대변되는 한국에만 있는 각종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그 사이 해외 전자결제 업체들은 급성장, 지금은 한국 시장마저 노리고 있다. 다행히 정부가 최근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을 폐지하고 간편 결제를 허용하면서 대못은 빠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IT기업의 독자적인 금융업 진출이 막혀 있는 등 갈 길이 멀다.
더 큰 문제는 오프라인에 갇혀 있는 금융회사들의 인식이다. 아직도 국내 상당수 금융회사가 IT를 오프라인 금융의 온라인 도구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여기에는 경영진의 IT 무지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스마트금융을 구호처럼 외치고는 있으나 'IT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금융권을 연일 뜨겁게 달구고 있는 KB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KB금융 제재사태도 결국은 일부 경영진의 IT 무지가 부른 참극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핀테크 역시 새로운 성장동력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위협으로 간주하는 모습이다. 제대로 된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금융업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을지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속도, 편의성, 공간 초월성 등을 무기로 한 IT의 금융 공습은 이제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이다. 그리고 IT기업들에게 금융이 새로운 먹거리라면, 금융회사의 미래 역시 IT일 수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철저히 이용하라.
한민옥 금융증권부장 mo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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