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팀이 구축한 전자빔 이용 나노입자 제조시스템 전경.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뛰어난 기술은 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세계 산업 구도와 인류 생활을 바꾸기도 한다. 정부가 R&D 성과가 시장에서 빛을 볼 수 있게 '서랍속 기술'을 사업화하는 일에 적극적인 까닭이다. 아직 사업화되지 못 했지만 상품화 경쟁력이 우수한 유망 기술을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선정해 소개한다.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전자빔을 이용해 균일한 크기의 나노입자를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값비싼 은(Ag)과 백금(Pt) 나노입자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소재인 합금 나노입자 등을 저렴하게 제조할 수 있어 향후 태양전지와 터치패널, 연료전지, 자동차 산소센서 등의 소재 생산에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이병철 박사팀은 전자빔을 이용해 다양한 종류의 나노입자를 연속 공정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전자빔 이용 나노입자 공정 및 장치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된 전자를 나노입자 원료가 포함된 용액에 쪼여 용액 속 물 분자를 둘러싸고 있는 전자를 활성화시키고, 전자의 환원 반응을 통해 시료를 짧은 시간 안에 나노입자로 변환시켜 준다. 열에너지나 화학에너지보다 훨씬 강력한 전자빔의 에너지를 이용해 화학적 환원제 없이 상온·상압에서 균일한 크기의 나노입자를 대량 제조할 수 있다.
특히 고온 환경에서 고가의 환원제를 사용해 수십분 간 반응시켜 나노입자를 제조하던 기존 열·화학적 나노입자 공정과 달리 상온에서 유독한 부산물을 만드는 환원제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수초 내에 환원반응이 일어나 짧은 시간에 나노입자를 얻을 수 있다. 또 반응시간이 짧고 효율이 높아 연속흐름식 공정을 구현할 수 있어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공정별 고른 품질을 지닌 나노입자를 생산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강력한 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종전에 만들 수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금속 나노입자도 제조할 수 있고, 전자빔 에너지와 전류, 쪼이는 시간 등을 제어할 수 있어 원하는 모양과 크기의 나노입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박사팀은 제조한 은과 백금 나노입자의 성능분석을 대기업에 의뢰한 결과, 일본에서 생산하는 나노입자에 비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백금-코발트(Pt-Co)와 백금-루테늄(Pt-Ru), 백금-팔라듐(Pt-Pd) 합금 나노입자를 만들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관련 기술은 친환경 소재 기업인 알티엑스에 이전돼 반도체 공정을 간단한 인쇄공정으로 대체하는 인쇄전자용 분야 나노잉크 개발에 적용되고 있다. 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과 올해 원자력연구개발사업 우수과제로 선정됐으며, 지난해 연구개발특구 '기술이전대상'을 수상했다.
이병철 박사는 "전자빔을 이용해 다양한 종류의 나노입자를 제조하는 공정과 제조장치를 독자 개발해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나노공정 기술과 전자빔 장치기술을 융합한 새로운 나노입자 제조 및 공정기술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