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서울 세계수학자대회, `수학 대중화`계기로

각국서 5000명 이상 참석 내달 '수학의 월드컵' 행사 수학자들만의 수학 아니라 국가 아젠더로 키울 대중화 방안 마련해 수학문화 수준 제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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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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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서울 세계수학자대회, `수학 대중화`계기로
이혜숙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오는 8월 13일부터 9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세계수학자대회(ICM)가 열린다. 세계 각국의 수학자 5천명 이상이 참석할 예정인 이번 대회는 일본, 중국, 인도에 이어 아시아에서 4번째로 개최되는 세계 수학계 최대의 행사이다. 4년마다 전 세계 수학자들이 모여 수학의 진보를 공유하고 앞으로 수학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흔히 '수학 올림픽' 또는 '수학 월드컵' 이라고 불리는 수학자들의 대향연이다. 올해 서울 대회는 과거의 대회와는 다른 특별한 면이 많다. 더 이상 '수학 고수'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며칠 전에 끝난 축구 월드컵처럼 수학의 대중적 확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첫째, 우리나라 수학자인 황준묵 고등과학원 교수가 사상 최초로 기조강연자로 나서고, 초청강연에도 사상 최대로 5분의 국내 수학자가 초청됐다. 한국 수학의 위상을 세계가 인정한 결과이다. 이 분들은 그저 수학이 좋아서 홀로 외롭게 도전해 세계 속에 우뚝 선 것으로 더욱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엔 아직 '수학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드상 수상자가 없지만 이번 대회의 훌륭한 수학자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앞으로 필드메달에 도전할 수 있는 꿈을 키워가면 좋겠다.

둘째, 이번 대회에는 '뒤늦게 출발 한 이들의 꿈과 희망'이라는 슬로건으로 개도국 수학자 1천명이 초청됐다. ICM을 통해서 수많은 수학자들이 영감을 받아왔지만 개도국 수학자들, 특히 신진 수학자들은 비용 때문에 참여할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이번 대회가 나눔 프로젝트를 통해 이들에게 앞으로 수학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더 이상 소수의 국가들만이 수학발전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촌 전체 수학자들이 함께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셋째, 최고 수준의 대중강연, 특히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설립자인 제임스 사이먼스 박사의 강연이 기대된다. 일찍이 미분기하학을 전공하고 23세 나이로 하버드대 교수가 됐으나 암호해독에 관심이 많아 3년 만에 미국 국립안보국(NSA)으로 이직한 그는 그곳에서의 경험을 살려서 수학과 물리학 등 기초과학자 중심의 단기금융 투자회사를 설립, 최대의 이윤을 남긴 전설적 존재다. 보이지는 않으나 존재하는 패턴의 암호를 해독하여 투자에 활용한 그의 경험은 앞으로 생명공학 연구와 수학교육에 큰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사이먼스 박사의 업적을 적용하면 생명과학 분야에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 숨겨진 암호를 해독하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수학과 삶'이란 주제로 일반 대중과 청소년들에게 주는 그의 특별한 메시지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수학자들은 그들의 성과를 놓고 월드컵처럼 순위 경쟁을 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항상 협력을 통해서 새로운 도약과 진보를 추구한다. 그런 점에서 월드컵과는 분명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세계수학자대회를 통해서 우리나라 수학이 한 단계 발전하고 수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더 높아지며 수학 꿈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기왕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자원을 들여서 '서울 세계수학자대회'를 개최하는 만큼 이 대회가 더 큰 성과를 거두기 위해 한 가지 제안을 해본다. '국가 수학 이니셔티브'를 만들어보자. 수학자들만을 위한 수학이 아니라 수학이 과학기술발전의 기반이 될 수 있게 국가 아젠더로 설정하는 것이다. 수학성취도 면에서는 세계 최상급이지만 수학에 대한 흥미도는 최하위인 것이 우리나라 수학교육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수학자와 수학교육학자, 교사들이 모두 나서서 수학에 대한 문화를 총체적으로 바꾸는 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이를 위한 실천방안의 하나로 수학박물관의 설립을 제안한다.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라 수학에 기반한 하이테크 놀이터로서 교사들은 수학교육 현장을 여기로 가져오고 가족과 친구들 전 세대가 어울려 수학의 과거, 현재와 미래를 체험할 수 있는 역동적인 수학박물관을 만드는 것이다. 세계수학자대회를 수학자들만의 잔치로만 끝내지 말고 우리나라의 수학문화 수준을 한껏 높이는 계기로 삼는데 모두가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이혜숙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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