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당에서 군 수뇌부 등 78명 피살 '수모'
핵개발 올인하자 이스라엘은 무차별 공격
철저한 신권 통치...무너진 민족적 자존심
이스라엘 이란 모두 전면전 수행능력 없어
핵개발 올인하자 이스라엘은 무차별 공격
철저한 신권 통치...무너진 민족적 자존심
이스라엘 이란 모두 전면전 수행능력 없어
![[기획]또 먼저 물러난 이란...하메네이 36년 신권통치 시험대](http://contents.dt.co.kr/images/202506/2025061502109989660014[1].jpg "[기획]또 먼저 물러난 이란...하메네이 36년 신권통치 시험대")
민주국가에서라면 지도자는 정권을 내놓아야 할 뿐 아니라 목숨까지 걸어야 할 중대한 안보 실패다. 그럼에도 이슬람 신정국가 이란에서는 최고지도자 지위에 아직 이상이 없다. 국가로서 위신이 땅에 떨어졌는데도 '가혹한 응징'이란 말의 성찬만 늘어놓았다.
물론 공습을 당한 지 수 시간 만에 드론 100여대를 이스라엘로 발진시켰다. 14일과 15일에는 미사일 약 200발을 발사해 이스라엘 최대도시 텔아비브 등을 공격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8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로서는 방공망이 뚫린 뼈아픈 방어 실패지만 이란에 입힌 피해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가볍다.
◇이란, 남은 핵시설 지키려 먼저 공격 멈추자 했나=이런 상황에서 AFP,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15일 이스라엘을 향해 "공격을 멈추면 우리도 보복 공격을 중단할 것"이라고 먼저 타협안을 내놓았다. 피해의 비대칭으로 볼 때 이런 제안은 이란의 국가로서 존엄성을 스스로 팽개치는 일일 수 있다. 선제공격에다 훨씬 큰 피해를 당하고도 먼저 물러서는 모양이 국제사회에 어떻게 비칠 것인지 감안해야 한다.
이란의 이런 '나약한' 모습이 이스라엘의 추가적인 공격을 피해 아직 파괴되지 않은 나탄즈 산악 깊숙한 곳의 핵시설을 지키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어느 나라 국민 못지않은 민족적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이란 국민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더구나 강경파의 분노도 끓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란이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벌여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1600km 떨어져 있는 양국이 전쟁을 한다면 공중전일 수밖에 없다. 이번 이스라엘 공습에서 드러났듯 이란은 방공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 갖췄더라도 이번에 파괴됐다.
![[기획]또 먼저 물러난 이란...하메네이 36년 신권통치 시험대](http://contents.dt.co.kr/images/202506/2025061502109989660014[2].jpg "[기획]또 먼저 물러난 이란...하메네이 36년 신권통치 시험대")
◇이란, 보복 강화할 수도 핵 포기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현재 이란은 보복을 강화할 수도, 그렇다고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란 외교장관이 먼저 보복전 중단의 뜻을 밝힌 것은 이런 사정을 보여준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상대로 강한 반격을 이어가기엔 이미 군사력이 상당히 취약해졌다. 오히려 이번 사태로 이란 내 강경파가 득세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등 이란 수뇌부가 핵무기 개발에 더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14일(현지시간) 1989년부터 40년 가까이 절대 신권통치를 해온 하메네이의 지도력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WSJ는 '엄중한 선택지에 직면한 하메네이에게 좋은 옵션은 없다'고 지적했다.
WSJ은 그동안 이스라엘과의 치열한 충돌로 인해 이란의 주요 군사지도자들을 잃었고 군사력도 상당히 약해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 이후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 와중에 이스라엘은 이란군 지도부를 12명 가까이를 살해했고, 이번 공습으로 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를 추가로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이스라엘이 친 이란 무장세력인 가자지구 하마스와 레바논 헤즈볼라를 공격해 무력화시켰다. 이란의 또 다른 지지 세력이었던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도 붕괴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반격을 계속할 경우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이스라엘의 더 큰 공격을 불러올 수 있는 데다, 미국의 직접 무력 개입을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복이든 핵개발이든 하메네이 정권은 위기=이에 따라 이란이 이스라엘 보복에 나서기 보다는 핵 개발에 더욱 매진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거나 포기하는 내용으로 미국과 서둘러 핵 합의를 맺을 경우 대내적으로는 적대적인 외세에 대한 '항복'으로 비쳐 국내의 정권 지지기반이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에 대한 최선의 억제책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할지를 놓고 이란 지도부 내부에서 논쟁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강경파가 주도권을 쥘 경우 이란이 농축우라늄의 순도를 더 끌어올리고, 고농축 우라늄을 비밀 장소에 분산시키는 한편,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완전히 탈퇴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이란 전문가 수잔 멀로니는 NYT에 "(이란은)미사일 발사, 사이버 공격, 대리 무장조직 배치, 핵폭탄 제조 등 선택지들을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옵션이 정권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리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추가 확전을 경계하며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끈이 있는 나라들을 통해 상황 관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유럽외교협의회(ECFR)의 이란 전문가 엘리 제란마예는 NYT에 이란 지도자들이 트럼프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 국가들과 접촉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란이 구겨진 체면을 세우고 상황을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규화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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