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한국무역협회는 유가가 10% 오를 경우 수출은 0.32% 감소하고 수입은 2.38% 증가해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1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영국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격이 시작된 지난 13일(현지시간) 기준 배럴당 74.23달러로 전일 대비 7.3% 급등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던 2022년 이후 최대 일간 상승률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면서 다음 주 국제 유가는 더욱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은 14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6시 30분께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남부 걸프해역에 있는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14광구 정제시설에 이스라엘의 무인기(드론) 공습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큰불이 나 소방대가 진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역시 13일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4차례에 걸쳐 대규모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3명이 숨지고 약 80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미 CNN방송은 이날 백악관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작전이 몇 주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테헤란의 핵시설 등을 선제 공격한 뒤 발표한 성명에서 "목표는 이란의 핵시설과 탄도미사일 공장, 군사시설을 타격하는 것이고 작전은 필요한 만큼 계속될 것"이라며 작전 장기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와즈 게르게스 런던정경대 국제경제학 교수 역시 워싱턴포스트(WP)에 "1회성 공격이 아니다. 이스라엘의 일방적 전쟁 선포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공격이 몇 주는 계속될 거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미국 등 제3국이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더 큰 규모의 충돌로 번지거나 유가 급상승 등으로 세계 경제가 메가톤급 충격에 휘청이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이란은 지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유전 지대를 타격했다는 의혹을 산 적이 있다.
한국 기업은 물론 세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중동 지역의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 여부다.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에 약 2000만배럴의 원유와 석유가 통과한다. 이는 전 세계 석유 수송량의 20%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란 국영매체인 IRINN 방송은 14일(현지시간) 이란 의회 안보위원회 소속 에스마일 코사리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이스라엘과 충돌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해협이 차단될 경우 원유뿐 아니라 물류 전반에 걸쳐 글로벌 경제 충격이 불가피하다. 투자은행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무력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면 심각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전기료를 비롯해 주요 제품 제조원가에도 반영돼 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우려된다. 2023년 고유가 여파로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이 줄줄이 인상됐고, 그 해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를 기록했다.
미국을 선두로한 관세로 인한 수출 감소에 더해 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와 원자재 비용 부담까지 겹칠 경우 한국 경제는 수출 둔화, 환율 불안, 주가 하락 등 복합적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중동 사태와 유가 급등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이날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가동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비축유 방출, 수급 점검, 물가 대응 방안 등을 포함한 종합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태훈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경고하고 있지만, 실제 봉쇄 사례는 과거 석유파동 시기에도 없었다"면서도 "국내 석유 비축량은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을 초과한 100일 이상 수준으로 단기 대응은 가능하지만, 사태가 수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 공급 차질과 가격 불안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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