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초보자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뭘까. 아마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만으로 음식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결혼 초 나도 휴일에 멋진 식탁을 차려 보리라 큰 포부를 갖고 요리책을 뒤적이다 난감해 했던 기억이 있다. 책 속의 음식 사진들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냉장고 안의 식재료로는 할 수 있는 요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어머니는 달랐다. 별 것이랄 것도 없는 재료만으로 항상 제법 그럴듯한 상을 쉽게 차려내셨다. 나중에게 깨달은 일이지만 재료의 맛과 성질을 잘 알아 창의적으로 활용하셨기 때문이었다.
최근 삼성그룹이 총장 추천제로 인재채용 방식을 바꾼다고 해서 한동안 나라가 떠들썩했다. 우여곡절 끝에 삼성의 철회로 일단락됐지만 삼성의 이번 결정은 더 이상 시험만으로는 원하는 인재를 구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기업의 최대 고민거리는 어떻게 하면 우수하고 창의력 있는 인재를 선발해 그들이 열정적으로 일하도록 하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까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바뀌지 않을 것 같던 산업간 영역과 경계가 허물어지고 모든 서비스와 상품의 융합이 숨 가쁘게 일어나고 있다. 이같은 환경에서 주어진 일만 성실하게 해내는 산업 역군으로는 경쟁력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절감하고 있다.
요리책에 있는 레시피만 따라하는 초보요리사가 아니라 냉장고에 재료가 없으면 정원에 핀 꽃이라도 꺾어 요리의 맛을 더하는 창의적인 요리사가 기업에는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인재양성 시스템이 이 같은 현실과는 반대로 굳어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요리법을 연구하는 취업준비생은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 요리재료 모으는 경쟁에 정신이 없다. 영어와 해외연수, 봉사, 인턴, 각종 자격증까지 냉장고를 갖가지 재료로 꽉 채워놓고도 좀 더 귀하고 남다른 재료가 없는지 찾느라 바쁘다. 그러면서도 정작 요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를 내지 못하는 엉터리 요리사가 적지 않다.
최근 회사에서는 신입직원들이 외국어나 문서작성 등 기술적 능력은 출중한데 계획과 조사가 필요한 일을 맡으면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한다. 구체적이고 바로 결과가 나오는 일은 잘 하는 데 프로젝트 단위의 업무는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심지어는 대학은 물론 회사에 다니면서까지 부모의 의견을 물어봐야 안심하고 결정을 할 수 있는 청년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부모가 정해준 학원을 다니고 선생님이 하라고 한 공부만 하다 보니 요리책이 없으면 아예 요리를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요리를 해 보고 요리법을 연구할 수 있는 곳 보다 각종 고시 준비 학원이나 의학대학에 우수한 인력이 몰리고 있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를 이루기에는 갈 길이 멀어도 한참 멀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져 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하지만 오래된 문제라고 해서 해결을 미루거나 언제까지나 이 상태로 방치해둘 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교육시스템은 물론 사회 전체의 문화를 창의력을 기르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또 젊은이들이 도전을 통해 직접 새로운 요리법을 터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인재를 길러내고 또 적절한 평가 시스템을 통해 그들이 창의력이 열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면 창조경제란 말은 그야말로 공허한 말장난이 되고 말 것이다.
당장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먼저 나서 도전과 창의의 국민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장윤옥 생활과학부장
최근 삼성그룹이 총장 추천제로 인재채용 방식을 바꾼다고 해서 한동안 나라가 떠들썩했다. 우여곡절 끝에 삼성의 철회로 일단락됐지만 삼성의 이번 결정은 더 이상 시험만으로는 원하는 인재를 구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기업의 최대 고민거리는 어떻게 하면 우수하고 창의력 있는 인재를 선발해 그들이 열정적으로 일하도록 하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까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바뀌지 않을 것 같던 산업간 영역과 경계가 허물어지고 모든 서비스와 상품의 융합이 숨 가쁘게 일어나고 있다. 이같은 환경에서 주어진 일만 성실하게 해내는 산업 역군으로는 경쟁력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절감하고 있다.
요리책에 있는 레시피만 따라하는 초보요리사가 아니라 냉장고에 재료가 없으면 정원에 핀 꽃이라도 꺾어 요리의 맛을 더하는 창의적인 요리사가 기업에는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인재양성 시스템이 이 같은 현실과는 반대로 굳어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요리법을 연구하는 취업준비생은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 요리재료 모으는 경쟁에 정신이 없다. 영어와 해외연수, 봉사, 인턴, 각종 자격증까지 냉장고를 갖가지 재료로 꽉 채워놓고도 좀 더 귀하고 남다른 재료가 없는지 찾느라 바쁘다. 그러면서도 정작 요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를 내지 못하는 엉터리 요리사가 적지 않다.
최근 회사에서는 신입직원들이 외국어나 문서작성 등 기술적 능력은 출중한데 계획과 조사가 필요한 일을 맡으면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한다. 구체적이고 바로 결과가 나오는 일은 잘 하는 데 프로젝트 단위의 업무는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심지어는 대학은 물론 회사에 다니면서까지 부모의 의견을 물어봐야 안심하고 결정을 할 수 있는 청년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부모가 정해준 학원을 다니고 선생님이 하라고 한 공부만 하다 보니 요리책이 없으면 아예 요리를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요리를 해 보고 요리법을 연구할 수 있는 곳 보다 각종 고시 준비 학원이나 의학대학에 우수한 인력이 몰리고 있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를 이루기에는 갈 길이 멀어도 한참 멀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져 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하지만 오래된 문제라고 해서 해결을 미루거나 언제까지나 이 상태로 방치해둘 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교육시스템은 물론 사회 전체의 문화를 창의력을 기르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또 젊은이들이 도전을 통해 직접 새로운 요리법을 터득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인재를 길러내고 또 적절한 평가 시스템을 통해 그들이 창의력이 열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면 창조경제란 말은 그야말로 공허한 말장난이 되고 말 것이다.
당장 우리 사회의 리더들이 먼저 나서 도전과 창의의 국민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장윤옥 생활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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