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발표하기로 한 `방송발전종합계획'을 돌연 연기했다. 그 이유는 전체 방송시장의 파이를 늘릴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모든 사업자들이 요구해온 정책들을 다 들어준다는 것이 어불성설이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KISDI 공청회 이후 모든 사업자들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책들에 대해 앞 다투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가뜩이나 갈등이 많았던 방송판을 더 이전투구로 만들어놓은 것 같다. 지상파방송사들은 정책에서 소외되었다고 하고, 유료방송사들은 `지상파방송 살리기'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더 웃기는 것은 지상파방송사간 혹은 유료방송사들간에도 이해득실에 따라 합종연횡하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솔직히 업계의 요구들의 다 들어주겠다는 정책이 과연 정부의 책임있는 태도인지 심히 의문이다. 도리어 사업자들 이해득실에 매몰되어 정작 궁극적인 정책 목표가 실종된 느낌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아직도 미완성인 디지털방송 전환이다. 당초 계획에 의하면, 2012년 말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되고 2013년이 디지털방송 원년이 되어야 맞다. 그나마 지상파방송사들은 어렵게 디지털 전환을 완료했지만, 아직도 전체 시청가구의 35%정도가 아날로그방송을 수신하고 있다. 그 원인은 지상파방송사들이 자체네트워크가 아닌 케이블TV 같은 유료방송을 통해 송출해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근에 갈등이 커지고 있지만,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가 마치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해왔던 것이다.
문제는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의지가 약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디지털 전환에 들어가는 비용 대비 기대 이익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도리어 아날로그 플랫폼의 이른바 `런칭 병목'을 통한 시장우위효과만 약화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부처나 케이블TV사업자 모두 알게 모르게 디지털전환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정부가 허용하겠다는 `8VSB' `클리어 쾀' 등이 아날로그 기반으로 디지털 급 화질을 송출/수신하는 기술들이다.
사업자들과 정부는 아날로그 시청자들도 HD급 고화질 TV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애써 디지털 전환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 디지털 전환 목적이 단순히 고화질 디지털급 방송수신에만 있지 않고, `송신자-수신자'라는 구도를 벗어나 모든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공유하는 양방향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와 산업 그리고 사회적 자원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를 `미디어3.0'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고,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도 여기에 토대를 둔 개념이다.
어쩌면 이같이 유사 대체기술들은 마치 케이블TV 초기 중계유선방송처럼 진성 디지털 전환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짝퉁(?)디지털 기술'들은 지금 우리 방송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보다 더 심화시킬 수도 있다. 그렇다고 국가가 막대한 재정지원을 통해 케이블TV 디지털 전환을 강제하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디지털 유료방송플랫폼사업자간 경쟁을 통해 아날로그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을 유도하는 방법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그나마 지금까지의 디지털 전환도 급성장하고 있는 IPTV와 디지털 위성방송이라는 디지털플랫폼 경쟁자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합산규제 법안'은 자칫 디지털유료방송플랫폼 경쟁사업자를 시장에서 이탈시켜 케이블TV 아날로그 가입자를 고착시킬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이 같은 유사 디지털 기술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국가 백년대계를 새롭게 설계한다는 생각으로 `진성(眞性)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정공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결과적으로 가뜩이나 갈등이 많았던 방송판을 더 이전투구로 만들어놓은 것 같다. 지상파방송사들은 정책에서 소외되었다고 하고, 유료방송사들은 `지상파방송 살리기'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더 웃기는 것은 지상파방송사간 혹은 유료방송사들간에도 이해득실에 따라 합종연횡하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솔직히 업계의 요구들의 다 들어주겠다는 정책이 과연 정부의 책임있는 태도인지 심히 의문이다. 도리어 사업자들 이해득실에 매몰되어 정작 궁극적인 정책 목표가 실종된 느낌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아직도 미완성인 디지털방송 전환이다. 당초 계획에 의하면, 2012년 말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되고 2013년이 디지털방송 원년이 되어야 맞다. 그나마 지상파방송사들은 어렵게 디지털 전환을 완료했지만, 아직도 전체 시청가구의 35%정도가 아날로그방송을 수신하고 있다. 그 원인은 지상파방송사들이 자체네트워크가 아닌 케이블TV 같은 유료방송을 통해 송출해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근에 갈등이 커지고 있지만,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가 마치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해왔던 것이다.
문제는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의지가 약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디지털 전환에 들어가는 비용 대비 기대 이익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도리어 아날로그 플랫폼의 이른바 `런칭 병목'을 통한 시장우위효과만 약화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부처나 케이블TV사업자 모두 알게 모르게 디지털전환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정부가 허용하겠다는 `8VSB' `클리어 쾀' 등이 아날로그 기반으로 디지털 급 화질을 송출/수신하는 기술들이다.
사업자들과 정부는 아날로그 시청자들도 HD급 고화질 TV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애써 디지털 전환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 디지털 전환 목적이 단순히 고화질 디지털급 방송수신에만 있지 않고, `송신자-수신자'라는 구도를 벗어나 모든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공유하는 양방향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와 산업 그리고 사회적 자원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를 `미디어3.0'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고,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도 여기에 토대를 둔 개념이다.
어쩌면 이같이 유사 대체기술들은 마치 케이블TV 초기 중계유선방송처럼 진성 디지털 전환을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짝퉁(?)디지털 기술'들은 지금 우리 방송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보다 더 심화시킬 수도 있다. 그렇다고 국가가 막대한 재정지원을 통해 케이블TV 디지털 전환을 강제하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디지털 유료방송플랫폼사업자간 경쟁을 통해 아날로그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을 유도하는 방법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그나마 지금까지의 디지털 전환도 급성장하고 있는 IPTV와 디지털 위성방송이라는 디지털플랫폼 경쟁자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합산규제 법안'은 자칫 디지털유료방송플랫폼 경쟁사업자를 시장에서 이탈시켜 케이블TV 아날로그 가입자를 고착시킬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이 같은 유사 디지털 기술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국가 백년대계를 새롭게 설계한다는 생각으로 `진성(眞性)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정공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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