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다.' 미국 현대문학의 링컨으로 불리는 소설가 마크 트웨인이 남긴 말이다.
통계의 홍수 시대다. 너도나도 통계를 내고 수시로 인용한다. 숫자를 포함한 정보 대부분이 사실상 통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경제분야에 있어 통계는 모든 지표의 근간이다. 현재 경제 상황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데 있어 통계는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새빨간 거짓말보다 더 거짓인 통계를 기반으로 경제가 분석ㆍ예측되고 있는 셈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최근 펴낸 두 번째 회고록 `지도와 영토(The Map and Territory)'에서 다소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예측 실패가 인간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대표적인 통계 신봉자이다. 세계 경제의 대통령으로서 그는 그동안 모든 경제 현상 및 위기는 통계에 기초한 알고리즘으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랬던 그가 통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는 일종의 고해성사를 했다. 물론 금융위기 예측 실패의 책임은 통계가 아닌 인간의 충동적 본성으로 돌렸지만 말이다.
그린스펀 의장의 고백처럼 통계는 완벽하지 않다. 그렇다고 마크 트웨인의 말이 사실인 것도 아니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거짓말쟁이거나 자신의 의도에 맞게 해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호조되는 한국경제의 각종 지표들을 보며 불안한 생각이 드는 이유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대비 1.1% 증가해 2분기 연속 1%대를 웃돌았다. 20개월째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가면서 수출도 월 500억달러 초과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물가상승률 역시 14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를 토대로 한국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도 올해 2.7%와 내년 3.9%의 경제성장률 달성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경제지표의 이면에는 그림자가 있다.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6월부터 17조3000억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투입했다. 전문가들은 추경에 따른 산술적인 경제성장률을 약 1.4%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뺀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2.7%를 달성한다해도 1.3%에 불과하다는 결론이다. 더욱이 추경 17조3000억원은 국채(15조9000억원)를 발행해 마련한 돈이다. 다음 세대가 갚아야 할 부채인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폭 확대와 수출 초과 달성도 따지고 보면 갈수록 경제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삼성전자 착시효과'가 크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저물가의 함정'이다. 현재 한국경제의 저물가는 1000조원에 육박하는 빚으로 쓸 돈이 없는 가계의 수요 부진에 따른 반사효과다. 물가라도 안정돼 다행인 게 아니라는 것이다. 성장률이 올라도 물가가 떨어지는 이른바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고착화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디스인플레이션에서 성장률까지 떨어진다면 경제의 재앙이라는 디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
한국경제의 지표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분명한 통계이고 팩트(Fact)다. 하지만 그 이면에 어두운 그림자가 있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거시경제정책은 눈에 보이는 수치에만 집착할 게 아니다. 아무리 경제지표가 호조되도 국민이나 기업이 실제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한다면 결국 거짓말에 불과하다.
한민옥 정경금융부 차장
통계의 홍수 시대다. 너도나도 통계를 내고 수시로 인용한다. 숫자를 포함한 정보 대부분이 사실상 통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경제분야에 있어 통계는 모든 지표의 근간이다. 현재 경제 상황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데 있어 통계는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새빨간 거짓말보다 더 거짓인 통계를 기반으로 경제가 분석ㆍ예측되고 있는 셈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최근 펴낸 두 번째 회고록 `지도와 영토(The Map and Territory)'에서 다소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예측 실패가 인간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대표적인 통계 신봉자이다. 세계 경제의 대통령으로서 그는 그동안 모든 경제 현상 및 위기는 통계에 기초한 알고리즘으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랬던 그가 통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는 일종의 고해성사를 했다. 물론 금융위기 예측 실패의 책임은 통계가 아닌 인간의 충동적 본성으로 돌렸지만 말이다.
그린스펀 의장의 고백처럼 통계는 완벽하지 않다. 그렇다고 마크 트웨인의 말이 사실인 것도 아니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거짓말쟁이거나 자신의 의도에 맞게 해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호조되는 한국경제의 각종 지표들을 보며 불안한 생각이 드는 이유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대비 1.1% 증가해 2분기 연속 1%대를 웃돌았다. 20개월째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가면서 수출도 월 500억달러 초과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물가상승률 역시 14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를 토대로 한국경제가 본격적인 회복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도 올해 2.7%와 내년 3.9%의 경제성장률 달성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경제지표의 이면에는 그림자가 있다.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6월부터 17조3000억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투입했다. 전문가들은 추경에 따른 산술적인 경제성장률을 약 1.4%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뺀다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2.7%를 달성한다해도 1.3%에 불과하다는 결론이다. 더욱이 추경 17조3000억원은 국채(15조9000억원)를 발행해 마련한 돈이다. 다음 세대가 갚아야 할 부채인 것이다.
경상수지 흑자폭 확대와 수출 초과 달성도 따지고 보면 갈수록 경제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삼성전자 착시효과'가 크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저물가의 함정'이다. 현재 한국경제의 저물가는 1000조원에 육박하는 빚으로 쓸 돈이 없는 가계의 수요 부진에 따른 반사효과다. 물가라도 안정돼 다행인 게 아니라는 것이다. 성장률이 올라도 물가가 떨어지는 이른바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고착화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디스인플레이션에서 성장률까지 떨어진다면 경제의 재앙이라는 디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
한국경제의 지표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분명한 통계이고 팩트(Fact)다. 하지만 그 이면에 어두운 그림자가 있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거시경제정책은 눈에 보이는 수치에만 집착할 게 아니다. 아무리 경제지표가 호조되도 국민이나 기업이 실제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한다면 결국 거짓말에 불과하다.
한민옥 정경금융부 차장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