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때문에 깜짝 인사가 이뤄지고, 관치 논란을 피하기 위해 수개월째 인사가 미뤄진다. 정부 고위관료가 거리낌없이 민간회사의 인사에 개입하고, 공모를 시작하기도 전에 내정설이 파다하다. 대형 금융지주사부터 계열 금융회사, 그리고 금융공기업까지 관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금융권 이이야기다.
새 정부 들어 금융권이 관치 논란으로 하루도 조용치 않다. 상반기에만 KDB산은금융지주를 시작으로 우리금융지주, KB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BS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관치로 회장을 교체했다.
전 정권에서 취임했던 강만수, 이팔성, 어윤대, 신동규 회장이 자의든 타의든 차례로 물러났으며 그 자리를 홍기택, 이순우, 임영록, 임종룡 회장이 채웠다. 그 과정에서 금융권은 관치 논란으로 들끓었다. 홍기택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고, 임영록 회장과 임종룡 회장은 정통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이다. 지주사별 노조가 강력히 반발했으며, 이로 인해 일부 회장은 수주를 정상 출근하지 못했다.
이어진 후속 계열사 임원 인사에서도 관치 논란은 지속됐다. 우리금융은 이순우 회장 취임 직후 계열사 대표 후보를 확정했으나, 3개월 가까이 인사를 하지 못했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계열사들은 경영 공백에 시달렸으며, `관치라도 좋으니 빨리만 해달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오갔다. KB금융도 KB국민은행장 내정설에 이어, 지주와 계열사 임원에 정치권 인사를 잇달아 임명하면서 관치 논란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재기된 한국거래소,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금융공기업 수장 교체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관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공모를 진행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내정설이 파다한 기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관치금융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주요 금융회사와 금융공기업의 대표는 임기와 상관없이 바뀌었고, 낙하산 인사는 관행처럼 이뤄졌다. 오죽하면 `모피아'나 `연피아(금융연구원과 마피아의 합성어)'와 같은 단어가 금융권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 최근 금융권의 관치는 `도를 넘어 섰다'는 생각이다. 우리 금융산업은 현재 심각한 위기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148개국 가운데 25위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6단계나 추락했다. 그 중에서도 금융부문은 최악이다. 12개 평가부문 가운데 금융부문의 성숙도는 81위로, 국력과 경제 규모에 비해 너무 뒤쳐져 있다. 은행 건전성이 113위, 대출 용이성과 벤처 자본의 이용 가능성이 각각 115위와 118위다. 경제와 산업 발전을 뒷받침해야 할 금융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듯 정부도 하반기 `금융강국 코리아'를 위한 금융비전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가 준비하는 금융비전의 핵심은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위한 금융회사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 방안이 유력하다.
하지만 관치 때문에 수장이 수시로 바뀌고, 관치 때문에 경영 공백이 일상화되고, 관치 때문에 임원 인사조차 맘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어떤 내용을 담아도 금융비전은 말 그대로 비전일 뿐이다. 최근 만난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의 "관치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이다. 관치를 하려거든 제대로라도 하라는 것이다. 금융강국 코리아의 첫 단추는 관치금융의 개혁이 돼야 한다.
한민옥 정경금융부 차장
새 정부 들어 금융권이 관치 논란으로 하루도 조용치 않다. 상반기에만 KDB산은금융지주를 시작으로 우리금융지주, KB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BS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관치로 회장을 교체했다.
전 정권에서 취임했던 강만수, 이팔성, 어윤대, 신동규 회장이 자의든 타의든 차례로 물러났으며 그 자리를 홍기택, 이순우, 임영록, 임종룡 회장이 채웠다. 그 과정에서 금융권은 관치 논란으로 들끓었다. 홍기택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고, 임영록 회장과 임종룡 회장은 정통 `모피아(옛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출신이다. 지주사별 노조가 강력히 반발했으며, 이로 인해 일부 회장은 수주를 정상 출근하지 못했다.
이어진 후속 계열사 임원 인사에서도 관치 논란은 지속됐다. 우리금융은 이순우 회장 취임 직후 계열사 대표 후보를 확정했으나, 3개월 가까이 인사를 하지 못했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계열사들은 경영 공백에 시달렸으며, `관치라도 좋으니 빨리만 해달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오갔다. KB금융도 KB국민은행장 내정설에 이어, 지주와 계열사 임원에 정치권 인사를 잇달아 임명하면서 관치 논란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재기된 한국거래소,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금융공기업 수장 교체 과정에서도 여지없이 관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공모를 진행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내정설이 파다한 기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관치금융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주요 금융회사와 금융공기업의 대표는 임기와 상관없이 바뀌었고, 낙하산 인사는 관행처럼 이뤄졌다. 오죽하면 `모피아'나 `연피아(금융연구원과 마피아의 합성어)'와 같은 단어가 금융권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 최근 금융권의 관치는 `도를 넘어 섰다'는 생각이다. 우리 금융산업은 현재 심각한 위기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148개국 가운데 25위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6단계나 추락했다. 그 중에서도 금융부문은 최악이다. 12개 평가부문 가운데 금융부문의 성숙도는 81위로, 국력과 경제 규모에 비해 너무 뒤쳐져 있다. 은행 건전성이 113위, 대출 용이성과 벤처 자본의 이용 가능성이 각각 115위와 118위다. 경제와 산업 발전을 뒷받침해야 할 금융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듯 정부도 하반기 `금융강국 코리아'를 위한 금융비전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가 준비하는 금융비전의 핵심은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위한 금융회사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 방안이 유력하다.
하지만 관치 때문에 수장이 수시로 바뀌고, 관치 때문에 경영 공백이 일상화되고, 관치 때문에 임원 인사조차 맘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어떤 내용을 담아도 금융비전은 말 그대로 비전일 뿐이다. 최근 만난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의 "관치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이다. 관치를 하려거든 제대로라도 하라는 것이다. 금융강국 코리아의 첫 단추는 관치금융의 개혁이 돼야 한다.
한민옥 정경금융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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