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살아있다] 좀의 놀라운 생명력

옷ㆍ종이ㆍ벽지 등 먹는 식식성
1년간 먹지 않아도 생존 가능

  •  
  • 입력: 2012-04-15 20:02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우리생활 가운데 `좀이 들다, 좀이 쑤시다, 갗에서 좀 난다' 등 좀과 관련된 표현이나 속담이 많다.

또 좀과 분류학적으로 전혀 다르지만 곤충이름에 작다는 의미의 `좀'이 붙는 경우도 있고, 좀의 먹이습성과 비슷하게 나무나 곡물을 파먹는 곤충들에게도 `좀'을 붙였다. 이처럼 좀은 모기, 파리, 바퀴벌레처럼 우리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위생해충은 아니지만 우리생활에서 피해를 주는 성가신 존재로 여겨진 것 같다.

과거부터 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묘책을 사용했다. 예로 수의를 윤달이나 윤년에 만들면 좀이 안 슬고 탈이 없어 좋다 하여 대개는 윤달이나 윤년이 든 환갑 때 마련했다.

좀 피해를 막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과거 우리 조상들은 귀하고 비싼 명주옷을 보관할 때 담뱃잎을 같이 두기도 했다. 이런 천연방충 방법은 효율성이 낮아 차츰 화학제품인 좀약을 쓰기 시작해 최근에는 옷장이나 서재에 좀약을 흔히 사용하고 있다.

많은 방역회사에서 다양한 좀약을 취급하는데, 대표적인 것은 나프탈렌이다. 그러나 나프탈렌은 바로 기체로 바뀌는 과정에 매우 불쾌한 냄새가 나고 심지어 건강문제까지 논란이 되고 있어 최근에는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제조했다고 광고하는 천연방충제, 천연허브향 좀약도 판매되고 있다.

좀과 비슷한 돌좀은 날개가 없는 무시곤충 가운데 유일하게 큰 겹눈이 있어 돌좀목(Microcoryphia)에 속한다. 몸은 어두운 색의 새우모양이며 길이가 20㎜ 이하이다. 홑눈은 3개이며 정자를 보관하는 주머니가 없어 자주 짝짓기를 해야 한다. 수명은 3년 정도이며 성충이 된 후에도 탈피를 계속한다. 톡톡 튀어 다니면서 생활하여 `Jumping Bristletails'로 불린다. 주로 산속 계곡이나 물가 이끼가 낀 바위틈새, 낙엽, 나무 틈 사이에 주로 서식한다. 미소동물, 썩은 과일이나 균류, 지의류, 꽃가루, 부식질 등을 먹는 잡식성 또는 식식성이다. 돌좀목은 세계적으로 450여종, 우리나라는 4종이 기록돼 있다.

좀은 좀벌레, 옷벌레 등으로 불리며 은빛 유선형이고 아래위로 납작하다. 겹눈이 없어 좀목(Zygentoma)에 속하며 영어로 `silverfish, Fish moths, Slicker, Firebrats' 등 다양하게 불린다.

몸길이는 11∼13㎝ 이하이며 날개가 없다. 더듬이는 실 모양으로 길며 30마디 이상이다. 입은 씹는 형태이며 입틀은 전방으로 돌출돼 있다. 배 옆면에는 긴 돌기 모양의 부속지가 있고, 꼬리는 여러 마디이며 길다. 좀목은 전 세계적으로 370여종, 우리나라에서는 집안에 사는 좀(Ctenolepisma longicaudata coreana) 1종만 알려져 있다.

좀은 옷, 종이, 장판지, 벽지, 곡물 부스러기 등을 먹는 식식성이다. 8번 허물을 벗은 유충은 성충과 같은 형태이지만 이 후에도 5∼6번 탈피해야 성적으로 성숙된다. 어른벌레가 되기 전에 약 60번 허물을 벗지만 탈바꿈은 하지 않아 유충과 성충의 외부 형태가 크게 다르지 않다. 수명은 약 7∼8년이며 성충이 된 후에도 계속 탈피한다. 1년에 1회 발생하며 굶주림에 강해 1년간 먹이를 먹지 않아도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우리나라 각 가정의 방안이나 옷장 속에서 많은 좀을 쉽게 볼 수 있었으며 풍요하지 않던 삶 속에 의류나 가구에 많은 피해를 입었다. 당시 집안은 식물성 섬유질로 만든 옷, 풀을 먹인 옷, 종이류, 천연 풀을 사용해 도배한 벽지, 곡물 등으로 가득해 이들에게 뷔페 음식점이나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전기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 집안이 지금보다 어두워 활동하기 좋고 먹이가 풍부해 번식에 매우 좋은 환경이었다. 그러나 좀약 사용, 빛이 잘 드는 주택구조, 음식이나 곡물 보관시설 보급, 화학섬유 등장 등으로 서식조건이 매우 열악해졌다. 더구나 가정 난방의 재료가 나무나 낙엽 같은 식물에서 석탄으로 바뀌면서 벽틈 사이까지 스며든 일산화탄소 때문에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 최근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천연제품을 많이 사용해 다시 서식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집안에서 사라진 것으로 생각됐던 좀이 심지어 아파트에서도 서식하고 있다. 이 작은 미물의 놀라운 생명력과 환경 적응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안승락 박사(국립중앙과학관)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