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2년 새해 미국 연방의회의 SOPA(온라인침해방지법, 하원)와 PIPA(지식재산보호법, 상원) 두 법안이 인터넷과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였다. 두 법안은 기본적으로 해외에 서버를 둔 저작권 침해사이트에 대하여, 법원의 명령으로, 인터넷서비스제공자ㆍ검색엔진ㆍ결제시스템 사업자ㆍ광고서비스제공자로 하여금 접속차단ㆍ링크제공 중지ㆍ결제서비스 중지ㆍ광고의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심지어 PIPA는 도메인이름관리기관 등으로 하여금 침해사이트의 도메인이름을 주소창에 넣더라도 그 도메인이름에 해당하는 인터넷주소(IP 주소)로 연결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다. 이용자가 검색은 물론이고 저작권 침해사이트를 찾아갈 수도 없고, 대금을 지급할 수도 없으며, 침해사이트에 광고를 하거나 침해사이트의 광고를 볼 수도 없다. 침해사이트를 전방위적으로 `왕따'시킴으로써 인터넷상의 저작권 침해를 근절시키겠다는 방안이다.
현재 이들 두 법안이 원안대로 의회를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이다. 두 법안에 대해서는, 중국이나 이란과 같은 인터넷규제와 검열이 이뤄지고 온라인상의 혁신이 저해되며, 표현의 자유가 훼손될 것이라는 비판이 가하여졌다. 이러한 비판은 적법 사이트까지도 대상에 포함되어 검색되지 않을 정도로 내용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것에 기초한다. 저작권 보호,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 혁신 및 진보 등의 가치는 한국의 입법과 관련하여서도 논의할 수 있다.
인터넷상에서의 저작권 침해를 미국보다 훨씬 빨리 경험한 한국은 미국의 두 법안이 제기하였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저작권자는 P2P나 웹하드 등 특수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대하여 저작물의 불법전송을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수 있고(2011년 헌법재판소 합헌결정),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온라인서비스제공자로 하여금 침해 저작물을 삭제하는 것을 명령하거나, 인터넷 계정이 아니라 특정 웹사이트(모두 P2P나 웹하드)에 대한 반복 침해자의 계정이나 반복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판을 6개월 이내의 기간동안 정지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저작권은 저작물의 창작성 있는 표현에 대하여 권리를 부여하고 타인이 이를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므로 그 자체가 하나의 규제로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지만, 헌법상 보장되는 저작권과 표현의 자유는 이 한도에서 양립한다.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도 하나의 표현이지만 이러한 표현은 보호받지 못하는 표현이다. 오프라인은 물론이고 인터넷상에서도 혁신과 진보는 장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명제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상의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한국 저작권법상의 규정들은 이러한 가치를 부정하는 것인가? SOPA 및 PIPA와 같은 선상에서 비판받을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법원을 통한 구제수단은 매우 용이하게 저작권이 침해되고 피해가 순식간에 대규모로 발생하는 인터넷상에서는 한계가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취한 입장처럼 저작권 침해문제가 기술발전(혁신)에 의하여 자연적으로 해결되도록 이를 마냥 내버려둘 수도 없다. 한국의 저작권법 규정은 SOPA와 PIPA처럼 광범위하지 않으며 의무나 명령을 위반하는 것에 대한 제재(과태료)도 미미하다. 인터넷상의 침해방지책은 모두 P2P나 웹하드를 대상으로 이루어져 왔고, 입법 이후 웹하드 콘텐츠의 유료화 등 긍정적 효과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인터넷상에서 저작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한국의 입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침해책임 부담의 가능성 내지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혁신과 진보가 억제되었다고 할 수 없다.
IT강국 한국은 인터넷상의 저작권 보호에 관한 한 외국보다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다. SOPA와 PIPA에 대한 논란에서도 저작권 침해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것이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정책적인 문제로서 명확한 침해방지책이 표현의 자유나 혁신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하여 침해문제 해결을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현재 이들 두 법안이 원안대로 의회를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이다. 두 법안에 대해서는, 중국이나 이란과 같은 인터넷규제와 검열이 이뤄지고 온라인상의 혁신이 저해되며, 표현의 자유가 훼손될 것이라는 비판이 가하여졌다. 이러한 비판은 적법 사이트까지도 대상에 포함되어 검색되지 않을 정도로 내용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것에 기초한다. 저작권 보호, 인터넷상에서의 표현의 자유, 혁신 및 진보 등의 가치는 한국의 입법과 관련하여서도 논의할 수 있다.
인터넷상에서의 저작권 침해를 미국보다 훨씬 빨리 경험한 한국은 미국의 두 법안이 제기하였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저작권자는 P2P나 웹하드 등 특수유형의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대하여 저작물의 불법전송을 차단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수 있고(2011년 헌법재판소 합헌결정),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온라인서비스제공자로 하여금 침해 저작물을 삭제하는 것을 명령하거나, 인터넷 계정이 아니라 특정 웹사이트(모두 P2P나 웹하드)에 대한 반복 침해자의 계정이나 반복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시판을 6개월 이내의 기간동안 정지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저작권은 저작물의 창작성 있는 표현에 대하여 권리를 부여하고 타인이 이를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므로 그 자체가 하나의 규제로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지만, 헌법상 보장되는 저작권과 표현의 자유는 이 한도에서 양립한다.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도 하나의 표현이지만 이러한 표현은 보호받지 못하는 표현이다. 오프라인은 물론이고 인터넷상에서도 혁신과 진보는 장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명제들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상의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한국 저작권법상의 규정들은 이러한 가치를 부정하는 것인가? SOPA 및 PIPA와 같은 선상에서 비판받을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법원을 통한 구제수단은 매우 용이하게 저작권이 침해되고 피해가 순식간에 대규모로 발생하는 인터넷상에서는 한계가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취한 입장처럼 저작권 침해문제가 기술발전(혁신)에 의하여 자연적으로 해결되도록 이를 마냥 내버려둘 수도 없다. 한국의 저작권법 규정은 SOPA와 PIPA처럼 광범위하지 않으며 의무나 명령을 위반하는 것에 대한 제재(과태료)도 미미하다. 인터넷상의 침해방지책은 모두 P2P나 웹하드를 대상으로 이루어져 왔고, 입법 이후 웹하드 콘텐츠의 유료화 등 긍정적 효과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인터넷상에서 저작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한국의 입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침해책임 부담의 가능성 내지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혁신과 진보가 억제되었다고 할 수 없다.
IT강국 한국은 인터넷상의 저작권 보호에 관한 한 외국보다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다. SOPA와 PIPA에 대한 논란에서도 저작권 침해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는 것이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정책적인 문제로서 명확한 침해방지책이 표현의 자유나 혁신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하여 침해문제 해결을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