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ㆍ동물 비교생물학적 연구 세계 첫 시도
이삭마름병 곰팡이 게놈 DB화 성공 성과도
이삭마름병 곰팡이 게놈 DB화 성공 성과도
■ 글로벌 R&D중심 선도 연구센터를 찾아서
(17) 서울대 곰팡이병원성연구센터
미생물의 일종인 곰팡이는 지구상에 150만종이나 분포하면서 인간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가 즐겨먹는 김치, 치즈, 된장, 포도주, 빵 등이 모두 곰팡이의 도움으로 만들어진다. 또 죽은 생물이 흙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분해자 역할을 해 `자연의 청소부'로 불리기도 한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푸른곰팡이에서 만들어지는 등 곰팡이에서 얻어진 유용한 물질은 인류에게 새로운 치료제와 각종 효소 등 고부가가치 생물소재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중 일부는 사람과 동물, 식물에 치명적인 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많은 질병이 미생물 감염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특히 21세기 들어 각종 신변종 미생물이 등장하고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는 질환이 늘어나고 있다. 오랜 기간 육종한 작물에서 곰팡이병이 대규모로 발병하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대 곰팡이병원성연구센터(센터장 이인원 응용생물화학부 교수ㆍ사진)는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곰팡이의 근본 특성을 이해하고 곰팡이 방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 이학분야 선도연구센터(SRC)로 선정된 이 센터는 서울대를 비롯한 총 5개 대학 9명의 교수와 총 79명의 대학원생(석사과정 53명, 박사과정 26명), 박사후연구원 10명, 연구교수 4명이 단일주제에 대해 대규모 집단연구를 펼치고 있다.
이인원 센터장은 "지난 20여년간 곰팡이 병원성 유전자의 특성과 이를 조절하는 신호전달체계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대부분 다른 생물체에서 밝혀진 유전자 연구가 주를 이뤘다"면서 "국내의 제한된 연구인력이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개별 연구자의 단독연구가 아니라 각 연구자의 강점과 전문분야를 아우르는 다학제적 협동연구가 필수적이라는 판단 하에 연구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식물ㆍ동물 곰팡이의 병원성을 비교생물학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집단은 세계적으로도 우리 센터가 첫 시도"라고 말했다.
센터의 최종 목표는 곰팡이 병원균이 병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밝혀내 병을 예방ㆍ치료하는 토대를 만드는 것. 연구과제는 △곰팡이 병원성 유전자 발굴 및 특성 규명 △곰팡이 병원성 조절 메커니즘 및 신호전달시스템 규명 △병원성 유전자 상호작용 및 대사경로 네트워크 구축 등 크게 3가지로 나눠진다. 곰팡이 유전자의 기능을 탐색하고, 유전자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을 분리해 3차원 구조를 규명하는 한편 특정 바이러스에 의해 병원성이 낮아지는 곰팡이의 원리를 밝히는 연구가 이뤄진다. 또 다양한 병원성 곰팡이들의 유전자 네트워크를 구축해 궁극적으로 새로운 항곰팡이제 타깃을 도출하는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된다.
서울대 이인원ㆍ이상기ㆍ김국형ㆍ이용환 교수와 배제대 채순기 교수, 연세대 반용선ㆍ이인석 교수, 전북대 김대혁 교수, 숭실대 김상수 교수가 각 세부 연구과제를 이끌고 있다.
새로운 접근과 스케일의 연구는 탄탄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센터장은 "지난 3년간 80여편의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을 발표하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센터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맥류, 옥수수, 벼 등에 이삭마름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곰팡이의 게놈으로부터 709개 전사조절인자(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를 발견하고 기능을 밝혀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데 성공했다. 곰팡이의 생장, 발달, 스트레스 저항성, 병원성, 독소 생성 등의 변화를 가져오는 원리를 게놈 수준에서 밝힌 것. 이 성과는 지난 10월 병원성미생물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플로스 페토겐스(PLoS Pathogens)'에 실렸다.
센터의 강점은 국제적으로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길렘 장봉(Guilhem Janbon) 박사는 "이 센터는 미래 과학분야가 가야 할 다학제적 융합연구의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 덕분에 이인원, 반용선, 이용환 교수는 미국 미생물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에 국내 최초 편집위원에 선임되기도 했다.
물론 여러 연구자를 모았다고 유기적인 집단연구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 센터장은 "집단연구에 맞는 운영시스템을 도입, 각 과제의 연구결과를 매년 평가해 연구비 배분에 차등을 두는 한편, 융합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융합연구 실적이 우수한 연구자에는 장려금을 지급하고 연구장비 구입 시에도 우선권을 준다"고 말했다. 융합연구를 통해 발표된 논문은 논문 게재료를 추가 지원하기도 한다. 이런 장치는 융합연구의 촉매 역할을 한다.
대학 내 연구센터인 만큼 인력양성 효과도 크다.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들이 다양한 연구분야를 경험, 융합 성격이 강한 시스템생물학 분야의 전문가로 길러지는 것. 이 센터장은 "다양한 학문 분야를 경험하고 참여하는 것은 개인연구를 통해서는 할 수 없는 값진 자산"이라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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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서울대 곰팡이병원성연구센터
미생물의 일종인 곰팡이는 지구상에 150만종이나 분포하면서 인간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가 즐겨먹는 김치, 치즈, 된장, 포도주, 빵 등이 모두 곰팡이의 도움으로 만들어진다. 또 죽은 생물이 흙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분해자 역할을 해 `자연의 청소부'로 불리기도 한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푸른곰팡이에서 만들어지는 등 곰팡이에서 얻어진 유용한 물질은 인류에게 새로운 치료제와 각종 효소 등 고부가가치 생물소재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중 일부는 사람과 동물, 식물에 치명적인 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많은 질병이 미생물 감염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특히 21세기 들어 각종 신변종 미생물이 등장하고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는 질환이 늘어나고 있다. 오랜 기간 육종한 작물에서 곰팡이병이 대규모로 발병하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서울대 곰팡이병원성연구센터(센터장 이인원 응용생물화학부 교수ㆍ사진)는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곰팡이의 근본 특성을 이해하고 곰팡이 방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 이학분야 선도연구센터(SRC)로 선정된 이 센터는 서울대를 비롯한 총 5개 대학 9명의 교수와 총 79명의 대학원생(석사과정 53명, 박사과정 26명), 박사후연구원 10명, 연구교수 4명이 단일주제에 대해 대규모 집단연구를 펼치고 있다.
이인원 센터장은 "지난 20여년간 곰팡이 병원성 유전자의 특성과 이를 조절하는 신호전달체계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대부분 다른 생물체에서 밝혀진 유전자 연구가 주를 이뤘다"면서 "국내의 제한된 연구인력이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개별 연구자의 단독연구가 아니라 각 연구자의 강점과 전문분야를 아우르는 다학제적 협동연구가 필수적이라는 판단 하에 연구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식물ㆍ동물 곰팡이의 병원성을 비교생물학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집단은 세계적으로도 우리 센터가 첫 시도"라고 말했다.
센터의 최종 목표는 곰팡이 병원균이 병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밝혀내 병을 예방ㆍ치료하는 토대를 만드는 것. 연구과제는 △곰팡이 병원성 유전자 발굴 및 특성 규명 △곰팡이 병원성 조절 메커니즘 및 신호전달시스템 규명 △병원성 유전자 상호작용 및 대사경로 네트워크 구축 등 크게 3가지로 나눠진다. 곰팡이 유전자의 기능을 탐색하고, 유전자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을 분리해 3차원 구조를 규명하는 한편 특정 바이러스에 의해 병원성이 낮아지는 곰팡이의 원리를 밝히는 연구가 이뤄진다. 또 다양한 병원성 곰팡이들의 유전자 네트워크를 구축해 궁극적으로 새로운 항곰팡이제 타깃을 도출하는 광범위한 연구가 진행된다.
서울대 이인원ㆍ이상기ㆍ김국형ㆍ이용환 교수와 배제대 채순기 교수, 연세대 반용선ㆍ이인석 교수, 전북대 김대혁 교수, 숭실대 김상수 교수가 각 세부 연구과제를 이끌고 있다.
새로운 접근과 스케일의 연구는 탄탄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센터장은 "지난 3년간 80여편의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을 발표하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센터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맥류, 옥수수, 벼 등에 이삭마름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곰팡이의 게놈으로부터 709개 전사조절인자(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를 발견하고 기능을 밝혀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데 성공했다. 곰팡이의 생장, 발달, 스트레스 저항성, 병원성, 독소 생성 등의 변화를 가져오는 원리를 게놈 수준에서 밝힌 것. 이 성과는 지난 10월 병원성미생물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플로스 페토겐스(PLoS Pathogens)'에 실렸다.
센터의 강점은 국제적으로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길렘 장봉(Guilhem Janbon) 박사는 "이 센터는 미래 과학분야가 가야 할 다학제적 융합연구의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 덕분에 이인원, 반용선, 이용환 교수는 미국 미생물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에 국내 최초 편집위원에 선임되기도 했다.
물론 여러 연구자를 모았다고 유기적인 집단연구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 센터장은 "집단연구에 맞는 운영시스템을 도입, 각 과제의 연구결과를 매년 평가해 연구비 배분에 차등을 두는 한편, 융합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융합연구 실적이 우수한 연구자에는 장려금을 지급하고 연구장비 구입 시에도 우선권을 준다"고 말했다. 융합연구를 통해 발표된 논문은 논문 게재료를 추가 지원하기도 한다. 이런 장치는 융합연구의 촉매 역할을 한다.
대학 내 연구센터인 만큼 인력양성 효과도 크다.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들이 다양한 연구분야를 경험, 융합 성격이 강한 시스템생물학 분야의 전문가로 길러지는 것. 이 센터장은 "다양한 학문 분야를 경험하고 참여하는 것은 개인연구를 통해서는 할 수 없는 값진 자산"이라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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