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성균관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가계 부채가 800조 원을 훌쩍 넘었다. 소득 규모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가계부채발 금융위기를 우려한 금융당국이 지난 6월 말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자 시중은행들은 잇따라 대출 금리를 올리고 예금금리는 떨어트리고 있다. 은행의 순이자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이 높아지면서 주요은행들은 상반기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그만큼 서민들의 고통은 커진다.
가계 대출이 늘어나면서 주택 담보대출에서 차지하는 변동금리 대출비중이 95%로 높은 것도 문제다. 정부는 고정금리 대출을 활성화해 금리변동에 따른 차입자의 위험부담을 줄여 나가기로 했다. 현재 전체 대출의 5% 수준인 은행들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2016년까지 30%로 대폭 확대한다는 것이다. 고정금리 대출을 늘이기 위해 세제 혜택을 주고 또 변동금리 대출에서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면 중도 상환 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확대하도록 유도하자 최근 자금시장에는 고정금리 대출이 변동금리 대출 보다 낮은 금리로 거래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시중은행에서는 변동금리는 연 5.2%,인데 고정금리는 연 4.92%로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다른 은행들도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 차이가 미미하거나 아예 없다. 주택금융공사의 유(U)보금자리론은 고정금리 주택담보 대출인데 은행권 변동금리 보다 더욱 금리가 낮다.
고정금리 대출은 변동금리 대출보다 은행이 지는 위험부담이 크다. 변동금리 대출은 양도성예금증서(CD) 등 기준금리가 바뀌면 곧바로 대출금리에 반영한다. 금리 변동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고정금리 대출은 조달금리가 오를 경우 은행이 역마진에 따른 손실을 떠안을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고정금리 대출을 변동금리 대출에 비해 높은 금리를 적용해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한 후 이런 상식이 깨졌다. 고금리 상황도 아닌데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은 건 비정상적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저금리 수준이기 때문에 앞으로 금리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지난 8월 국내 소비자물가지수가 5.3%나 급등해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하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4개월째 3.25%에서 동결하고 있다.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앞으로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단기금리) 보다 낮아야할 이유가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당국의 `팔 비틀기'로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 고정금리 대출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미 연준의 벤 버냉키 의장은 통화공급을 늘리지 않고 장기금리를 낮추기 위해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를 택했다. 즉 단기채권을 팔고 장기채권을 사들이는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통화공급은 늘이지 않고 장기금리를 낮추어서 투자를 촉진한다는 것이다.그러나 최근 국내 자금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장단기 금리의 뒤틀린 현상은 앞으로 금리하락이 예상되거나 금리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금융당국의 과도한 시장개입이 금리구조를 왜곡한 것이다. 지난달부터 가계대출은 정상화되었지만 일부 은행은 대출 억제를 핑계로 대출금리를 잇따라 올려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당국이 자금시장에 지나친 개입을 삼가서 저금리 뿐 아니라 장단기 금리구조의 왜곡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이슈와 전망' 필진으로 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경제학)가 합류합니다.
△ 현 금융감독원 옴부즈만 △ 전 한국경제학회 회장 △ 전 성균관대 부총장 △ 전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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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대출이 늘어나면서 주택 담보대출에서 차지하는 변동금리 대출비중이 95%로 높은 것도 문제다. 정부는 고정금리 대출을 활성화해 금리변동에 따른 차입자의 위험부담을 줄여 나가기로 했다. 현재 전체 대출의 5% 수준인 은행들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2016년까지 30%로 대폭 확대한다는 것이다. 고정금리 대출을 늘이기 위해 세제 혜택을 주고 또 변동금리 대출에서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면 중도 상환 수수료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확대하도록 유도하자 최근 자금시장에는 고정금리 대출이 변동금리 대출 보다 낮은 금리로 거래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시중은행에서는 변동금리는 연 5.2%,인데 고정금리는 연 4.92%로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다른 은행들도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 차이가 미미하거나 아예 없다. 주택금융공사의 유(U)보금자리론은 고정금리 주택담보 대출인데 은행권 변동금리 보다 더욱 금리가 낮다.
고정금리 대출은 변동금리 대출보다 은행이 지는 위험부담이 크다. 변동금리 대출은 양도성예금증서(CD) 등 기준금리가 바뀌면 곧바로 대출금리에 반영한다. 금리 변동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고정금리 대출은 조달금리가 오를 경우 은행이 역마진에 따른 손실을 떠안을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고정금리 대출을 변동금리 대출에 비해 높은 금리를 적용해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한 후 이런 상식이 깨졌다. 고금리 상황도 아닌데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은 건 비정상적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저금리 수준이기 때문에 앞으로 금리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지난 8월 국내 소비자물가지수가 5.3%나 급등해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하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4개월째 3.25%에서 동결하고 있다.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앞으로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단기금리) 보다 낮아야할 이유가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당국의 `팔 비틀기'로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 고정금리 대출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미 연준의 벤 버냉키 의장은 통화공급을 늘리지 않고 장기금리를 낮추기 위해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를 택했다. 즉 단기채권을 팔고 장기채권을 사들이는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통화공급은 늘이지 않고 장기금리를 낮추어서 투자를 촉진한다는 것이다.그러나 최근 국내 자금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장단기 금리의 뒤틀린 현상은 앞으로 금리하락이 예상되거나 금리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금융당국의 과도한 시장개입이 금리구조를 왜곡한 것이다. 지난달부터 가계대출은 정상화되었지만 일부 은행은 대출 억제를 핑계로 대출금리를 잇따라 올려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당국이 자금시장에 지나친 개입을 삼가서 저금리 뿐 아니라 장단기 금리구조의 왜곡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
◇`이슈와 전망' 필진으로 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경제학)가 합류합니다.
△ 현 금융감독원 옴부즈만 △ 전 한국경제학회 회장 △ 전 성균관대 부총장 △ 전 금융통화운영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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