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상 연구 성과… 신경세포 파괴 억제해 개선효과도 탁월
■ 그린 프론티어 산업현장을 가다
(13) 파킨슨 치료제 주역 강원대 김형춘 교수
강원대 김형춘 교수(약학대학ㆍ사진)는 2005년 실험실에서 연구에 몰두하던 중 무릎을 탁 쳤다. 기침약 `덱스트로메토판(Dextromethophan)'이 체내에서 대사과정을 거쳐 분해돼 만들어지는 3가지 물질 중 한가지가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매달린 연구가 드디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파킨슨병은 뇌 흑질 부위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생산ㆍ저장하는 신경세포가 빠르게 죽으면서 도파민을 통한 운동신호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 초기에는 손발이 떨리거나 행동이 굼떠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걷는 것조차 힘들어지며 결국엔 옴짝달싹할 수 없이 누워지내야 되는 지경에 이른다. 세계적으로 약 630만명의 환자가 있고, 국내에서도 60세 이상 인구의 약 1.5%가 이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경세포는 한번 죽으면 되살릴 수 없기 때문에 체내에 들어가면 도파민으로 바뀌는 물질을 투여해 증상을 완화하는 게 현재 치료의 전부다. 이마저 투여한 지 3∼5년 정도가 지나면 약효가 급격히 떨어져 치료에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김 교수가 발굴한 물질(GCC1290k)은 병의 원인이 되는 신경세포 파괴를 억제해 근본적인 치료를 가능케 한다. 부작용이 훨씬 적으면서 병 진행 지연뿐만 아니라 증상 개선효과까지 갖춘 것.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신경정신학회 행사장에서 만난 김 교수는 "이 물질은 신경세포가 죽는 것을 막는 신경성장인자 생성을 촉진하고 항염증 및 항산화 효과도 우수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파킨슨병 치료의 서광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 물질은 가능성을 알아본 녹십자에 2005년 기술이전됐다. 김 교수와 녹십자는 이후 5년간 공동연구를 통해 이 물질의 단점인, 체내에서 약효가 나타날 때까지 머무르지 않고 금방 배설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경구 투여가 가능한 최종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이후 2010년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청 한달만에 신약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임상 1상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약은 약효 이전에 안전성이 우선 검증돼야 하는데 그 점에서 완벽하다"며 "이제 약효를 확실하게 검증하는 일만 남아있다"고 밝혔다.
임상 1상 단일투여 테스트 결과 독성 등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으며, 현재 반복투여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임상2상에 진입해 여러 용량을 적용한 후 유효용량을 설정하는 시험을 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약의 효능을 검증하는 단계에 이르는 것. 이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하면 신약으로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거대 다국적 제약사로의 라이선싱 아웃도 가능해진다. 내년 말쯤에는 성공여부가 판명날 전망이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치매효능에 대해서도 연구 중인데,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있다.
김 교수가 택한 신약연구 방법은 확실히 차별화된다. 이미 팔리고 있는 기존 약을 다시 해부하는 전략을 쓴 것. 김 교수가 1990년 정도부터 연구에 매달린 덱스트로메토판은 사실 모르핀과 함께 아편의 주요 성분인 코데인을 변형해 다국적 제약사인 로슈가 개발한 기침약이다.
양귀비꽃 즙으로 만드는 아편은 6000년전 수메르인들이 통증완화 효과를 알았을 정도로 인류와 오랜 기간 인연을 맺었다. 체내에 들어가면 엔돌핀과 흡사한 기능을 해 통증을 완화시키고 몸을 진정시키지만 중독되면 점점 많은 양을 섭취해야 하고 뇌는 엔돌핀 합성 능력을 잃게 된다.
코데인은 기침에 특효가 있지만 마약이기도 해 로슈는 구조를 변형시켜 덱스트로메토판을 개발했다. 이 기침약은 미국 슈퍼에 진열돼 있을 정도로 흔하게 팔리지만 이 역시 한꺼번에 너무 많이 섭취하면 마약 효과가 있다는 게 문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판매가 규제되고 있고, 세계 과학자들이 마약 효과를 없애고 다른 효능을 찾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김 교수는 그들과 경쟁에서 항파킨슨 효과를 가진 물질을 가장 먼저 찾았다. 물론 운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약 대사물질을 100가지 이상으로 변형해 실험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 뇌사업단의 지원을 받은 것도 큰 힘이 됐다.
덱스트로메토판은 특히 쓰는 용량에 따라 간질, 신경보호, 신경독성 등 카멜레온과도 같은 다양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체내에서 작용점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
김 교수는 "내 연구결과는 효능의 10분의1도 안될 것"이라며 "앞으로 연구를 통해 더 많은 부분을 밝혀내고 싶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 사진설명 : 강원대 김형춘 교수 실험실에 소속된 연구자들이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위해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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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파킨슨 치료제 주역 강원대 김형춘 교수
강원대 김형춘 교수(약학대학ㆍ사진)는 2005년 실험실에서 연구에 몰두하던 중 무릎을 탁 쳤다. 기침약 `덱스트로메토판(Dextromethophan)'이 체내에서 대사과정을 거쳐 분해돼 만들어지는 3가지 물질 중 한가지가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매달린 연구가 드디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파킨슨병은 뇌 흑질 부위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생산ㆍ저장하는 신경세포가 빠르게 죽으면서 도파민을 통한 운동신호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 초기에는 손발이 떨리거나 행동이 굼떠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걷는 것조차 힘들어지며 결국엔 옴짝달싹할 수 없이 누워지내야 되는 지경에 이른다. 세계적으로 약 630만명의 환자가 있고, 국내에서도 60세 이상 인구의 약 1.5%가 이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경세포는 한번 죽으면 되살릴 수 없기 때문에 체내에 들어가면 도파민으로 바뀌는 물질을 투여해 증상을 완화하는 게 현재 치료의 전부다. 이마저 투여한 지 3∼5년 정도가 지나면 약효가 급격히 떨어져 치료에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김 교수가 발굴한 물질(GCC1290k)은 병의 원인이 되는 신경세포 파괴를 억제해 근본적인 치료를 가능케 한다. 부작용이 훨씬 적으면서 병 진행 지연뿐만 아니라 증상 개선효과까지 갖춘 것.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신경정신학회 행사장에서 만난 김 교수는 "이 물질은 신경세포가 죽는 것을 막는 신경성장인자 생성을 촉진하고 항염증 및 항산화 효과도 우수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파킨슨병 치료의 서광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 물질은 가능성을 알아본 녹십자에 2005년 기술이전됐다. 김 교수와 녹십자는 이후 5년간 공동연구를 통해 이 물질의 단점인, 체내에서 약효가 나타날 때까지 머무르지 않고 금방 배설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경구 투여가 가능한 최종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이후 2010년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청 한달만에 신약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임상 1상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약은 약효 이전에 안전성이 우선 검증돼야 하는데 그 점에서 완벽하다"며 "이제 약효를 확실하게 검증하는 일만 남아있다"고 밝혔다.
임상 1상 단일투여 테스트 결과 독성 등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으며, 현재 반복투여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에는 임상2상에 진입해 여러 용량을 적용한 후 유효용량을 설정하는 시험을 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약의 효능을 검증하는 단계에 이르는 것. 이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하면 신약으로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거대 다국적 제약사로의 라이선싱 아웃도 가능해진다. 내년 말쯤에는 성공여부가 판명날 전망이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치매효능에 대해서도 연구 중인데,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있다.
김 교수가 택한 신약연구 방법은 확실히 차별화된다. 이미 팔리고 있는 기존 약을 다시 해부하는 전략을 쓴 것. 김 교수가 1990년 정도부터 연구에 매달린 덱스트로메토판은 사실 모르핀과 함께 아편의 주요 성분인 코데인을 변형해 다국적 제약사인 로슈가 개발한 기침약이다.
양귀비꽃 즙으로 만드는 아편은 6000년전 수메르인들이 통증완화 효과를 알았을 정도로 인류와 오랜 기간 인연을 맺었다. 체내에 들어가면 엔돌핀과 흡사한 기능을 해 통증을 완화시키고 몸을 진정시키지만 중독되면 점점 많은 양을 섭취해야 하고 뇌는 엔돌핀 합성 능력을 잃게 된다.
코데인은 기침에 특효가 있지만 마약이기도 해 로슈는 구조를 변형시켜 덱스트로메토판을 개발했다. 이 기침약은 미국 슈퍼에 진열돼 있을 정도로 흔하게 팔리지만 이 역시 한꺼번에 너무 많이 섭취하면 마약 효과가 있다는 게 문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판매가 규제되고 있고, 세계 과학자들이 마약 효과를 없애고 다른 효능을 찾는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김 교수는 그들과 경쟁에서 항파킨슨 효과를 가진 물질을 가장 먼저 찾았다. 물론 운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약 대사물질을 100가지 이상으로 변형해 실험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 뇌사업단의 지원을 받은 것도 큰 힘이 됐다.
덱스트로메토판은 특히 쓰는 용량에 따라 간질, 신경보호, 신경독성 등 카멜레온과도 같은 다양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체내에서 작용점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
김 교수는 "내 연구결과는 효능의 10분의1도 안될 것"이라며 "앞으로 연구를 통해 더 많은 부분을 밝혀내고 싶다"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 사진설명 : 강원대 김형춘 교수 실험실에 소속된 연구자들이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위해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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