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공장이전 검토… 일본기업도 국내외로 이원화 추진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피해당사자인 일본은 물론 미국 다국적 전자 부품업체들이 생산라인 이원화 검토에 나섰다. 또한 국내 전자부품업체들의 부품수급 다변화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대지진으로 동북지역 생산시설에 타격을 입은 제조업체들이 자국내 생산라인 이전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중국 등 타 국가로의 생산라인 이원화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컨설팅업체 엑센츄어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대기업들이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 있던 부품공장을 북미나 중남미 지역으로 이전하려 한다고 밝혔다. FT는 엑센츄어가 미국에 본사를 둔 287개 다국적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61%가 국외 공장 이전을 검토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일부는 한국으로 이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그동안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부품 공장을 아시아에, 완성품 공장을 미국에 두는 전략을 취해왔다. 실제로 제너럴 모터스(GM)는 일본에서 부품 공급이 어려워지자 루이지애나주(州) 슈리브포트 공장 생산을 일주일 동안 중단키로 했다. 보잉787 항공기의 부품 약 35%를 일본에서 공급받는 보잉사도 조만간 부품 재고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이번 지진으로 이와테현 소재 도시바 반도체 공장, 후지쯔 반도체와 서버생산공장, 히타치 화학도 반도체용 부재와 리튬이온전지용 부극재 생산이 중단됐다. 각 업체들은 빠르면 내주쯤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나,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타지역 공장에서 생산을 대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부문은 닛산ㆍ스즈키ㆍ마쯔다 등 일부 기업들이 피해지역에서 떨어져 있는 공장을 중심으로 단기 조업을 재개하고 생산라인에 있는 차량들을 우선 완성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동북지역에 위치한 부품공장들이 조업을 중단하고 있어 언제 영향을 받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다국적 컨설팅업체 엑센츄어는 "연료와 수송비용 상승으로 예전 같은 생산비 절감 효과가 없는데다 이번 지진으로 공급망의 취약함이 드러나면서, 기업들이 더 이상 원자재 조달이 쉬운 곳이 아닌 소비자들이 가까운 곳으로 공장을 이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대지진 사태로 일본 완제품 업체들의 공급처 다변화 움직임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내 한 2차전지 소재 업체 관계자는 "최근 일본 산요에서 부품 공급 요청차 방한했지만 기존 거래처 공급 물량과 생산량을 고려했을 때 현재로선 여력이 없어 거래성사는 안 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한국 업체들이 일본 완제품업체들의 매력적인 2차 벤더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본업체들이 외국의 부품 벤더들로 눈을 돌릴 경우 지리적 근접성, 기술 수준, 가격경쟁력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가 최적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세트업체들이 자국의 국가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서 다양한 부품 업체들을 물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국 부품 조달 안정화 측면에서 타국의 제2차 벤더들을 적극 찾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기업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일본에 생산시설을 둔 반도체 기업들은 제품을 연속 공급하는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생산설비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온세미컨덕터의 경우 일본에 3개 생산설비를 임대해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 일부가 전기, 물, 가스, 화학물질 부족과 물류 차질로 인해 운영이 불안정해지면서 다른 시설로 생산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 기업이 요구하는 제품 사양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공장이나 협력사로 생산을 대체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그러나 계획정전이 장기화되고 있고 방사능 누출로 복구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에 생산설비를 둔 기업들은 대체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LG를 비롯해 국내 반도체ㆍLCD기업들의 부품수급 다변화 및 국산화율 비중 확대도 가속화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몇몇 국내 상장사들은 삼성과 LG가 부품을 긴급 확대 주문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국내 LCD 기업들이 일본 업체들로부터 수입하는 품목은 주로 LEDㆍ드라이버 ICㆍACFㆍ유리기판 등이나 이미 구매처가 다변화돼 있어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삼성과 LG측 공식 입장이다. 또 삼성전자측은 "반도체 웨이퍼만 해도 5∼6개 구매처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기화될 경우 국내 반도체 업체의 원자재 일본 의존도는 3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LCD 역시 일본에서 드라이브 집적회로ㆍ유리기판ㆍLCD용 필름 등을 수급하고 있어 수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이 현지에서 이원화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고, 국내 LCD 업계가 부품 공급처 다변화 전략을 수행하고 있기는 하나, 산업 전반에 걸친 영향이 향후 어떻게 작용할 지에 대해서는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반도체 기업들은 일본 지진과 방사능 유출 문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의 실리콘웨이퍼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대체 기업을 찾아 선주문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진으로 실리콘웨이퍼 관련 물질과 2차전지 물질을 생산하는 일본 히다치화성공업과 인쇄회로기판용 물질 공급사인 미쓰비시 가스화학의 공장이 조업을 정지했다. 양사는 세계 점유율의 30∼4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ㆍ장비기업들은 부품ㆍ소재 선주문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장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비 완제품을 만들 때 단 하나의 부품이나 소재가 부족하면 완성품을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품 소재 공급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일부 기업에서 향후 사태를 우려해 선주문을 넣기 시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심화영ㆍ이형근ㆍ배옥진ㆍ이연호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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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대지진으로 동북지역 생산시설에 타격을 입은 제조업체들이 자국내 생산라인 이전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중국 등 타 국가로의 생산라인 이원화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컨설팅업체 엑센츄어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대기업들이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 있던 부품공장을 북미나 중남미 지역으로 이전하려 한다고 밝혔다. FT는 엑센츄어가 미국에 본사를 둔 287개 다국적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61%가 국외 공장 이전을 검토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일부는 한국으로 이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그동안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부품 공장을 아시아에, 완성품 공장을 미국에 두는 전략을 취해왔다. 실제로 제너럴 모터스(GM)는 일본에서 부품 공급이 어려워지자 루이지애나주(州) 슈리브포트 공장 생산을 일주일 동안 중단키로 했다. 보잉787 항공기의 부품 약 35%를 일본에서 공급받는 보잉사도 조만간 부품 재고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이번 지진으로 이와테현 소재 도시바 반도체 공장, 후지쯔 반도체와 서버생산공장, 히타치 화학도 반도체용 부재와 리튬이온전지용 부극재 생산이 중단됐다. 각 업체들은 빠르면 내주쯤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나,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타지역 공장에서 생산을 대체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부문은 닛산ㆍ스즈키ㆍ마쯔다 등 일부 기업들이 피해지역에서 떨어져 있는 공장을 중심으로 단기 조업을 재개하고 생산라인에 있는 차량들을 우선 완성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동북지역에 위치한 부품공장들이 조업을 중단하고 있어 언제 영향을 받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다국적 컨설팅업체 엑센츄어는 "연료와 수송비용 상승으로 예전 같은 생산비 절감 효과가 없는데다 이번 지진으로 공급망의 취약함이 드러나면서, 기업들이 더 이상 원자재 조달이 쉬운 곳이 아닌 소비자들이 가까운 곳으로 공장을 이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대지진 사태로 일본 완제품 업체들의 공급처 다변화 움직임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내 한 2차전지 소재 업체 관계자는 "최근 일본 산요에서 부품 공급 요청차 방한했지만 기존 거래처 공급 물량과 생산량을 고려했을 때 현재로선 여력이 없어 거래성사는 안 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한국 업체들이 일본 완제품업체들의 매력적인 2차 벤더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본업체들이 외국의 부품 벤더들로 눈을 돌릴 경우 지리적 근접성, 기술 수준, 가격경쟁력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가 최적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세트업체들이 자국의 국가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서 다양한 부품 업체들을 물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국 부품 조달 안정화 측면에서 타국의 제2차 벤더들을 적극 찾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기업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일본에 생산시설을 둔 반도체 기업들은 제품을 연속 공급하는데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생산설비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온세미컨덕터의 경우 일본에 3개 생산설비를 임대해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 일부가 전기, 물, 가스, 화학물질 부족과 물류 차질로 인해 운영이 불안정해지면서 다른 시설로 생산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 기업이 요구하는 제품 사양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공장이나 협력사로 생산을 대체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그러나 계획정전이 장기화되고 있고 방사능 누출로 복구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에 생산설비를 둔 기업들은 대체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LG를 비롯해 국내 반도체ㆍLCD기업들의 부품수급 다변화 및 국산화율 비중 확대도 가속화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몇몇 국내 상장사들은 삼성과 LG가 부품을 긴급 확대 주문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국내 LCD 기업들이 일본 업체들로부터 수입하는 품목은 주로 LEDㆍ드라이버 ICㆍACFㆍ유리기판 등이나 이미 구매처가 다변화돼 있어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삼성과 LG측 공식 입장이다. 또 삼성전자측은 "반도체 웨이퍼만 해도 5∼6개 구매처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기화될 경우 국내 반도체 업체의 원자재 일본 의존도는 3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LCD 역시 일본에서 드라이브 집적회로ㆍ유리기판ㆍLCD용 필름 등을 수급하고 있어 수급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이 현지에서 이원화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고, 국내 LCD 업계가 부품 공급처 다변화 전략을 수행하고 있기는 하나, 산업 전반에 걸친 영향이 향후 어떻게 작용할 지에 대해서는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반도체 기업들은 일본 지진과 방사능 유출 문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의 실리콘웨이퍼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대체 기업을 찾아 선주문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진으로 실리콘웨이퍼 관련 물질과 2차전지 물질을 생산하는 일본 히다치화성공업과 인쇄회로기판용 물질 공급사인 미쓰비시 가스화학의 공장이 조업을 정지했다. 양사는 세계 점유율의 30∼4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ㆍ장비기업들은 부품ㆍ소재 선주문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장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비 완제품을 만들 때 단 하나의 부품이나 소재가 부족하면 완성품을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품 소재 공급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일부 기업에서 향후 사태를 우려해 선주문을 넣기 시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심화영ㆍ이형근ㆍ배옥진ㆍ이연호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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