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봄바람` 불자마자… 명품업계 `M&A 전쟁`

LVMH, 불가리 이어 에르메스까지 합병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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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3-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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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업계에 인수ㆍ합병(M&A) 바람이 또다시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 1999년, 양대 명품그룹 LVMH와 PPR가 구찌를 차지하기 위해 이른바 `핸드백 전쟁`을 벌인 지 12년 만이다. 세계경제가 불안하게나마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명품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기대 속에 업계의 1인자가 되기 위한 경쟁이 한 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지난 8일자 기사에서 "명품업계에 M&A 눈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LVMH는 아직도 배고프다" = 상위 1% 소비자는 명품을 구매하지만, 0.1% 슈퍼리치는 명품회사를 구매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세계최대 명품그룹 LVMH를 이끌고 있는 베르나르 아르노(61) 회장이다.

지난 7일 아르노 회장은 루이비통 등 이미 50여개의 명품 브랜드를 거느린 LVMH가 127년의 역사를 지닌 이탈리아 보석업체 불가리의 지분 51%를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불가리 그룹과 맞교환 방식으로 확보한 지분은 약 37억유로 규모이다. 이로써 LVMH는 불가리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불가리는 LVMH 이사회 의결권 2개를 확보하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통신 등은 이번 인수에 대해 "보석업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담한 거래"로 평가했다.

아르노 회장이 노리고 있는 또 하나의 브랜드는 `명품 중의 명품`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가방, 보석, 의류 브랜드 에르메스이다. 샤넬, 아르마니와 함께 유럽의 대표적인 가족기업 중 하나인 에르메스는 지난해 10월 지분 17.1%가 LVMH에 넘어간 사실을 뒤늦게 알아채고 초비상이 걸렸다.

에르메스에 대한 아르노 회장의 집착은 업계에서 이미 유명하다. 그는 수년 전부터 에르메스에 합병의사를 타진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아왔다. LVMH가 3월 현재 확보한 에르메스 지분은 20.2%까지 늘어난 상태이다. 에르메스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LVMH 지분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에르메스의 최고경영자(CEO) 에릭 토마는 최근 FT 주말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예술을 지향하는 에르메스와 LVMH의 문화는 아주 다르다"며 적대적 M&A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아르노 회장은 "내가 원하는 것이 바로 우리와 다른 에르메스의 문화"라면서, 19세기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와 스탕달까지 들먹이며 "우리가 여러가지 스타일의 문학작품을 즐기듯 LVMH 안에서도 각 회사들이 저마다의 문화를 키워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2차 구찌 전쟁` 일어나나 = 업계 전문가들은 불가리 인수를 계기로 세계 3대 명품 그룹인 프랑스의 LVMH와 PPR, 스위스의 리슈몽 간의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999년 PPR에 구찌를 아쉽게 넘겨주고 와신상담해왔던 LVMH가 이번에는 보석 및 명품시계 분야에서 리슈몽 그룹에 정면도전을 선언했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부호 요한 루퍼트(60) 회장이 이끄는 리슈몽의 총매출은 LVMH와 PPR에 뒤이어 3위지만, 보석 시계 분야에서만큼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리슈몽 그룹은 까르띠에와 반 클리프&아르펠을 비롯해 IWC, 바슈롱 콩스탕텡 등 초고가 시계브랜드들을 보유하고 있다. LVMH는 쇼메, 태그 호이어 등 기존 보석 시계 브랜드에 불가리까지 추가함으로써 리슈몽을 넘어서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에르메스까지 갖게 된다면 리슈몽을 넘어서 PPR에 확실하게 설욕하게 되는 셈이다.

PPR와 리슈몽의 맞대응 전략은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최근 PPR의 베르나르 피노(75) 회장은 구찌 등 8개 패션브랜드가 포함돼 있는 구찌그룹 CEO 로베르 폴레를 퇴진시키고 아들 프랑수아 앙리 피노(48)를 임명했다. 앙리 피노는 멕시코 출신의 할리우드 영화배우 셀마 헤이엑과 결혼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경영인이다. 업계에서는 구찌 인수 이후 경영보다는 미술품 컬렉션에 더 관심을 기울여왔던 피노 회장이 아들을 핵심그룹 책임자로 앉힘으로써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 공세를 강화해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들썩이는 명품시장 = 지난 8일 런던 증시에서 영국 패션브랜드 버버리 주가가 껑충 뛰어올랐다. 명품시장에 M&A 바람이 다시 불게 되면 버버리의 몸값이 수직상승하리라는 `불가리 인수효과`가 반영된 것.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버버리사에 대한 `구매(Buy)`등급도 상향조정됐다.

업계가 이처럼 들썩이는 것은 명품시장 전망이 매우 밝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2009년 다소 고전했던 명품브랜드들은 2010년 일제히 성장세를 회복했다. 최근 골드먼삭스는 오는 2025년까지 약 6억명의 새로운 고객이 명품시장에 유입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문화일보=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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