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합금 때보다 제조비 절감…표백제 성분에 약해 쉽게 녹아
엉터리 괴담으로 인터넷을 달궜던 10원짜리 동전이 또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동전을 화폐로 쓰는 대신 뜨거운 불에 녹이는 해괴한 방법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던 일당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고 한다. 2006년 12월부터 쓰기 시작한 새 10원짜리 동전도 골칫거리로 변해 버렸다. 너무 쉽게 녹이 슬고, 합성세제에 닿으면 형편없이 망가져 버리기 때문이다.
동전은 지폐와 함께 오늘날 거의 모든 국가에서 사용하는 중요한 화폐다. 동전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내구성이다. 모양이 쉽게 변하지 않도록 충분히 단단하고, 쉽게 녹이 슬지 않도록 만들어서 수십 년을 거뜬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동전 제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소재를 찾는 일이다. 금이나 은과 같은 귀금속은 경제적으로 부담도 크고, 충분한 양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사용자들이 값이 비싼 귀금속으로 만든 동전을 의도적으로 훼손하는 경우도 생긴다. 결국 동전은 구리, 주석, 아연, 니켈, 알루미늄처럼 비교적 값이 싼 비금속(卑金屬)으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리와 아연의 합금인 황동(黃銅, 놋쇠)이나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청동(靑銅)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값싼 비금속으로 만들어도 심한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지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구리 65%와 아연 35%의 황동으로 만든 옛 10원짜리 동전이 그런 경우다. 실제로 용광로에서 10원짜리 동전 2500개를 녹여 황동괴(黃銅塊)로 만들면 액면가의 2.4배나 되는 6만원에 팔아넘길 수가 있다. 동전을 녹여서 황동괴를 만드는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장식품, 밸브, 탄약, 금속악기 등에 사용되는 황동의 수요도 적지 않아서 유통을 감시하기도 어렵다.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동전의 재료비를 줄이기 위해 애를 쓴다. 우리도 1970년부터 값이 비싼 구리의 함량을 88%에서 65%로 줄였고, 1983년과 2006년에는 동전의 크기도 줄였다. 1원짜리 동전의 경우에는 구리보다 값이 4배나 싼 알루미늄으로 완전히 대체를 해버렸다.
요즘 사용하는 10원짜리 새 동전은 크기를 18밀리미터로 줄이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알루미늄 동전에 순수한 구리판을 압착시키는 새로운 방법까지 동원했다. 덕분에 구리 사용량을 2.6그램에서 0.6그램으로 줄여 제작비를 10원이나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비용절감에만 신경을 쓰던 조폐공사가 정작 중요한 화학을 외면해 버렸다. 전통적으로 순수한 구리 대신 구리의 합금을 사용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황동과 청동과 같은 합금의 경우에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해서 내부식성(耐腐植性)이 크게 향상된다. 청동이나 황동으로 만든 유물이 많이 남아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구리도 금이나 은처럼 자연에서 순수한 금속 상태로 존재한다. 공기 중의 산소에 의해 만들어진 산화구리가 단단한 보호막 역할을 해서 더 이상의 부식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수분이 많은 곳에서는 이산화탄소와 결합해서 녹청(綠靑)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표백제나 소독제의 주성분이고, 대부분의 세탁기용 세제에도 들어있는 하이포아염소산 이온(CIO-)이다. 흔히 `락스'라고 부르기도 하는 하이포아염소산 이온은 순수한 구리와 알루미늄을 산화시켜 녹여버린다. 세탁기와 분수대에서 새 동전이 심하게 변형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표백제와 소독제가 일반화된 환경에서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표백제에 녹아버리는 동전을 그냥 쓸 수는 없다. 문제는 기술적으로 뾰족한 대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황동을 쓰거나 단단한 산화구리 막을 만들어야겠지만 과연 원하는 만큼 제작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정말 황당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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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은 지폐와 함께 오늘날 거의 모든 국가에서 사용하는 중요한 화폐다. 동전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내구성이다. 모양이 쉽게 변하지 않도록 충분히 단단하고, 쉽게 녹이 슬지 않도록 만들어서 수십 년을 거뜬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동전 제작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소재를 찾는 일이다. 금이나 은과 같은 귀금속은 경제적으로 부담도 크고, 충분한 양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사용자들이 값이 비싼 귀금속으로 만든 동전을 의도적으로 훼손하는 경우도 생긴다. 결국 동전은 구리, 주석, 아연, 니켈, 알루미늄처럼 비교적 값이 싼 비금속(卑金屬)으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리와 아연의 합금인 황동(黃銅, 놋쇠)이나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청동(靑銅)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값싼 비금속으로 만들어도 심한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지나치게 떨어지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구리 65%와 아연 35%의 황동으로 만든 옛 10원짜리 동전이 그런 경우다. 실제로 용광로에서 10원짜리 동전 2500개를 녹여 황동괴(黃銅塊)로 만들면 액면가의 2.4배나 되는 6만원에 팔아넘길 수가 있다. 동전을 녹여서 황동괴를 만드는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장식품, 밸브, 탄약, 금속악기 등에 사용되는 황동의 수요도 적지 않아서 유통을 감시하기도 어렵다.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부는 동전의 재료비를 줄이기 위해 애를 쓴다. 우리도 1970년부터 값이 비싼 구리의 함량을 88%에서 65%로 줄였고, 1983년과 2006년에는 동전의 크기도 줄였다. 1원짜리 동전의 경우에는 구리보다 값이 4배나 싼 알루미늄으로 완전히 대체를 해버렸다.
요즘 사용하는 10원짜리 새 동전은 크기를 18밀리미터로 줄이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알루미늄 동전에 순수한 구리판을 압착시키는 새로운 방법까지 동원했다. 덕분에 구리 사용량을 2.6그램에서 0.6그램으로 줄여 제작비를 10원이나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비용절감에만 신경을 쓰던 조폐공사가 정작 중요한 화학을 외면해 버렸다. 전통적으로 순수한 구리 대신 구리의 합금을 사용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황동과 청동과 같은 합금의 경우에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해서 내부식성(耐腐植性)이 크게 향상된다. 청동이나 황동으로 만든 유물이 많이 남아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구리도 금이나 은처럼 자연에서 순수한 금속 상태로 존재한다. 공기 중의 산소에 의해 만들어진 산화구리가 단단한 보호막 역할을 해서 더 이상의 부식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수분이 많은 곳에서는 이산화탄소와 결합해서 녹청(綠靑)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표백제나 소독제의 주성분이고, 대부분의 세탁기용 세제에도 들어있는 하이포아염소산 이온(CIO-)이다. 흔히 `락스'라고 부르기도 하는 하이포아염소산 이온은 순수한 구리와 알루미늄을 산화시켜 녹여버린다. 세탁기와 분수대에서 새 동전이 심하게 변형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표백제와 소독제가 일반화된 환경에서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표백제에 녹아버리는 동전을 그냥 쓸 수는 없다. 문제는 기술적으로 뾰족한 대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황동을 쓰거나 단단한 산화구리 막을 만들어야겠지만 과연 원하는 만큼 제작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정말 황당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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