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 이통사 등장땐 시장 구도 변화
도매대가산정 등 시행령 제정 난항
출혈마케팅 속 경쟁력 확보 과제로
지난 2월 국회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부터는 주파수를 보유하지 않은 사업자도 이동통신 시장진입이 가능해졌다. SK텔레콤, KT, LG텔레콤 등 기존 이동통신 3사의 플랫폼을 빌려 이동통신 가입자를 모집하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MVNO 도입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통신시장의 경쟁촉진을 위해 통신설비가 없는 신규사업자도 이동통신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MVNO 사업진출을 추진중인 업체들의 면면도 중요하지만, MVNO 업체들의 시장진입 자체가 기존 이동통신시장에 예상외의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의 MVNO 기상도는 MVNO 추진 사업자들에 유리한 국면이다. 방통위, 국회까지 나서서 MVNO 사업자들의 손을 들어줬고, 결국 지난 2007년 정부 입법안으로 발의됐던 법안이 3년차만에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MVNO 제도가 시장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아직 첩첩산중이다. MVNO 진입을 허용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8부 능선은 넘은 듯 보이지만, 구체적인 지침을 담을 시행령, 고시안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벌써부터 이해당사자인 MVNO 추진업체와 이동통신사간 신경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MVNO 추진업체들이 최대 쟁점인 도매대가 산정방식, 재정신청의 실효성 담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 3년 후 일몰제 적용에 따른 대책 등을 주문하고 나섰다.
◇MVNO, 이통시장 진입 자체가 `충격파'= 법안을 발의한 정부는 이동통신 3사 구도에 MVNO 진입을 통해 경쟁촉진, 요금인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MVNO 사업자가 이동통신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현재 정체상태에 있는 이동통신시장에 큰 자극제가 될 것이란 평가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황금시장. 이같은 거대한 시장을 놓고 SKT, KT, LG텔레콤 3사가 각각 5:3:2의 황금분할 상태에 있다. 따라서 이통사-MVNO 사업자간 협의에 의해 내년부터 제4 이동통신사가 등장하게 될 경우, 황금분할 상태에 있는 이동통신시장은 균열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MVNO 사업진출을 추진중인 업체들의 면면이나 투자능력을 고려했을 때, 신규 MVNO 사업자들이 기존 3강 체제를 뒤집을 만한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실제 몇몇 MVNO 추진업체들이 매출목표로 잡고 있는 시장점유율 5%만 달성한다 하더라도 이동통신사 입장에선 연간 1조원대의 매출액 감소가 불가피하다. 심지어 일부 MVNO 추진업체들은 MVNO 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경우, 기존 이통요금의 20% 이상의 요금인하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매년 가입자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고 `공짜폰' 등의 출혈마케팅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동통신사 입장에선 결코 달갑지 않은 `손님'인 셈이다.
방통위는 MVNO 등장에 따른 시장구도의 변화에 큰 기대감을 내 비치고 있다. 방통위는 MVNO 사업자 등장이 제4 이동통신사 진입효과로 나타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기존 이통시장에 비해 더 많은 서비스 경쟁, 차별화된 가격경쟁 구도로 바뀌면서 당초 목표로 했던 경쟁활성화, 요금인하 효과로 이어질 것이란 반응이다.
◇도매대가 산정, 일몰제 `첩첩산중' =MVNO 시장진입을 위한 법안 개정 작업은 통과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개정법안이 처리됐지만, 8월말까지 구체적인 지침을 담은 시행령과 고시안 등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법안은 처리됐지만 국회 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큰 쟁점이 됐던 도매제공 산정방식, 3년 일몰제 적용, 재정신청의 실효성 문제가 고스란히 남아있어 시행령 및 고시안 마련과정에서 이해 당사자간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우선, MVNO 사업성여부를 판가름하게 될 도매대가 산정방식에서 이동통신사-MVNO 사업자간 확연한 견해차가 드러나고 있다.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도매대가 산정기준을 어떻게 선정하느냐에 따라 MVNO 성패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MVNO 법안에서는 이통사-MVNO 사업자간 도매대가 산정방식으로 리테일마이너스를 채택한 바 있다. 리테일 마이너스 방식은 소매가격을 기준으로 할인율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MVNO 추진업체들은 리테일 마이너스 방식을 채택할 경우, 이통사들의 원가구조 확인이 어렵고 따라서 이통사들의 광고비 등 제반경비까지 부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원가에 이윤을 보장하는 코스트플러스 방식을 주장해 왔다.
MVNO 추진업체들은 "도매대가 산정방식이 이통사가 요구하는 대가기준으로 일방적으로 결정될 경우, MVNO 사업자로서는 사업성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면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3년 일몰제도를 보완할 제도마련도 큰 논란거리다. MVNO법안은 사업규모, 시장점유율 등을 고려해 도매제공 의무사업자 및 서비스를 지정하되, 의무 도매제공 제도를 3년 후 일몰키로 한 것이다. MVNO 사업자의 준비기간 등을 고려하면, 통상 사업을 본격화한지 2년 이내에 제도적인 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사업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MVNO 추진업체들은 "일몰제의 경우, 이통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시간을 끌다 MVNO 사업을 와해시킬 가능성도 있다"면서 "일몰제를 도입하려면 추가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3년 일몰제 적용에 따른 제도적인 허점이 큰 만큼, 사전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MVNO 이해당사자간 분쟁시, 이를 중재할 수 있는 재정신청 기능의 강화도 논란의 대상이다. MVNO 사업자들은 규제당국인 방통위가 법에서 정한 재정신청 요건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재정신청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통사가 무리한 요구조건으로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마땅히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재정신청 자체가 오히려 사업자간 자율협의 의지를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이통시장 출혈경쟁, MVNO 살아남기 `과제'=MVNO 제도가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한 시장환경 조성도 새로운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통신 3사가 연간 9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마케팅비를 지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MVNO 사업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새로운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MVNO 추진업체 관계자는 "이동통신 3사별로 매년 수조원대의 마케팅비로 가입자를 끌어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MVNO 업체들이 설자리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동통신사들이 현재와 같은 `공짜폰' 등을 대량 유통시키는 전략을 고수할 경우, 상대적으로 자본력, 마케팅 능력이 취약한 MVNO 업체들로서는 대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MVNO들이 서비스로 차별화하기 보다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단말기 유통 등에 직접 나설 경우, 오히려 출혈경쟁만을 부추길 것이란 지적이다.
또한 이미 이동통신사들이 유선, IPTV, 와이파이 상품과 연계된 결합상품 등으로 저가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MVNO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가도 회의적이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결합상품 등으로 소비자들에 20∼30% 가량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면서 "MVNO 사업자들이 그 이상의 가격을 제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MVNO 사업으로 20∼30% 저렴한 요금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다분히 장밋빛 전망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MVNO 추진업체들도 현재와 같이 통신업체들이 출혈경쟁을 벌이는 와중에서는 MVNO 사업자들이 틈새시장을 형성하는 것조차도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와 MVNO 사업자들 모두 MVNO 시장형성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시장 전반에 공정경쟁의 룰이 정착돼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신업계에서는 MVNO 사업자가 이동통신사들의 주력분야인 음성통신 보다는 무선 인터넷 등 신규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최근 KT가 모바일 인터넷 시장에서 MVNO 전략을 공개하고 파트너 찾기에 나섰고, e-북, 유통, 금융, 자동차 부문에서 기존 온-오프라인 사업자와의 제휴를 강화하고 나선 배경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자칫 경쟁자가 될 수 도 있는 이통사와 MVNO 사업자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협력의 모델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최경섭기자 kschoi@
도매대가산정 등 시행령 제정 난항
출혈마케팅 속 경쟁력 확보 과제로
지난 2월 국회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부터는 주파수를 보유하지 않은 사업자도 이동통신 시장진입이 가능해졌다. SK텔레콤, KT, LG텔레콤 등 기존 이동통신 3사의 플랫폼을 빌려 이동통신 가입자를 모집하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MVNO 도입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통신시장의 경쟁촉진을 위해 통신설비가 없는 신규사업자도 이동통신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MVNO 사업진출을 추진중인 업체들의 면면도 중요하지만, MVNO 업체들의 시장진입 자체가 기존 이동통신시장에 예상외의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의 MVNO 기상도는 MVNO 추진 사업자들에 유리한 국면이다. 방통위, 국회까지 나서서 MVNO 사업자들의 손을 들어줬고, 결국 지난 2007년 정부 입법안으로 발의됐던 법안이 3년차만에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MVNO 제도가 시장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아직 첩첩산중이다. MVNO 진입을 허용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8부 능선은 넘은 듯 보이지만, 구체적인 지침을 담을 시행령, 고시안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벌써부터 이해당사자인 MVNO 추진업체와 이동통신사간 신경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MVNO 추진업체들이 최대 쟁점인 도매대가 산정방식, 재정신청의 실효성 담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 3년 후 일몰제 적용에 따른 대책 등을 주문하고 나섰다.
◇MVNO, 이통시장 진입 자체가 `충격파'= 법안을 발의한 정부는 이동통신 3사 구도에 MVNO 진입을 통해 경쟁촉진, 요금인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MVNO 사업자가 이동통신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현재 정체상태에 있는 이동통신시장에 큰 자극제가 될 것이란 평가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황금시장. 이같은 거대한 시장을 놓고 SKT, KT, LG텔레콤 3사가 각각 5:3:2의 황금분할 상태에 있다. 따라서 이통사-MVNO 사업자간 협의에 의해 내년부터 제4 이동통신사가 등장하게 될 경우, 황금분할 상태에 있는 이동통신시장은 균열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MVNO 사업진출을 추진중인 업체들의 면면이나 투자능력을 고려했을 때, 신규 MVNO 사업자들이 기존 3강 체제를 뒤집을 만한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실제 몇몇 MVNO 추진업체들이 매출목표로 잡고 있는 시장점유율 5%만 달성한다 하더라도 이동통신사 입장에선 연간 1조원대의 매출액 감소가 불가피하다. 심지어 일부 MVNO 추진업체들은 MVNO 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경우, 기존 이통요금의 20% 이상의 요금인하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매년 가입자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고 `공짜폰' 등의 출혈마케팅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동통신사 입장에선 결코 달갑지 않은 `손님'인 셈이다.
방통위는 MVNO 등장에 따른 시장구도의 변화에 큰 기대감을 내 비치고 있다. 방통위는 MVNO 사업자 등장이 제4 이동통신사 진입효과로 나타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기존 이통시장에 비해 더 많은 서비스 경쟁, 차별화된 가격경쟁 구도로 바뀌면서 당초 목표로 했던 경쟁활성화, 요금인하 효과로 이어질 것이란 반응이다.
◇도매대가 산정, 일몰제 `첩첩산중' =MVNO 시장진입을 위한 법안 개정 작업은 통과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개정법안이 처리됐지만, 8월말까지 구체적인 지침을 담은 시행령과 고시안 등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법안은 처리됐지만 국회 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큰 쟁점이 됐던 도매제공 산정방식, 3년 일몰제 적용, 재정신청의 실효성 문제가 고스란히 남아있어 시행령 및 고시안 마련과정에서 이해 당사자간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우선, MVNO 사업성여부를 판가름하게 될 도매대가 산정방식에서 이동통신사-MVNO 사업자간 확연한 견해차가 드러나고 있다.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도매대가 산정기준을 어떻게 선정하느냐에 따라 MVNO 성패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MVNO 법안에서는 이통사-MVNO 사업자간 도매대가 산정방식으로 리테일마이너스를 채택한 바 있다. 리테일 마이너스 방식은 소매가격을 기준으로 할인율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MVNO 추진업체들은 리테일 마이너스 방식을 채택할 경우, 이통사들의 원가구조 확인이 어렵고 따라서 이통사들의 광고비 등 제반경비까지 부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원가에 이윤을 보장하는 코스트플러스 방식을 주장해 왔다.
MVNO 추진업체들은 "도매대가 산정방식이 이통사가 요구하는 대가기준으로 일방적으로 결정될 경우, MVNO 사업자로서는 사업성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면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3년 일몰제도를 보완할 제도마련도 큰 논란거리다. MVNO법안은 사업규모, 시장점유율 등을 고려해 도매제공 의무사업자 및 서비스를 지정하되, 의무 도매제공 제도를 3년 후 일몰키로 한 것이다. MVNO 사업자의 준비기간 등을 고려하면, 통상 사업을 본격화한지 2년 이내에 제도적인 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사업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MVNO 추진업체들은 "일몰제의 경우, 이통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시간을 끌다 MVNO 사업을 와해시킬 가능성도 있다"면서 "일몰제를 도입하려면 추가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3년 일몰제 적용에 따른 제도적인 허점이 큰 만큼, 사전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MVNO 이해당사자간 분쟁시, 이를 중재할 수 있는 재정신청 기능의 강화도 논란의 대상이다. MVNO 사업자들은 규제당국인 방통위가 법에서 정한 재정신청 요건보다 더 엄격한 잣대로 재정신청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통사가 무리한 요구조건으로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마땅히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재정신청 자체가 오히려 사업자간 자율협의 의지를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가 돼서는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이통시장 출혈경쟁, MVNO 살아남기 `과제'=MVNO 제도가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위한 시장환경 조성도 새로운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통신 3사가 연간 9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마케팅비를 지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MVNO 사업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새로운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MVNO 추진업체 관계자는 "이동통신 3사별로 매년 수조원대의 마케팅비로 가입자를 끌어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MVNO 업체들이 설자리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동통신사들이 현재와 같은 `공짜폰' 등을 대량 유통시키는 전략을 고수할 경우, 상대적으로 자본력, 마케팅 능력이 취약한 MVNO 업체들로서는 대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MVNO들이 서비스로 차별화하기 보다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는 단말기 유통 등에 직접 나설 경우, 오히려 출혈경쟁만을 부추길 것이란 지적이다.
또한 이미 이동통신사들이 유선, IPTV, 와이파이 상품과 연계된 결합상품 등으로 저가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MVNO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가도 회의적이다.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결합상품 등으로 소비자들에 20∼30% 가량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면서 "MVNO 사업자들이 그 이상의 가격을 제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MVNO 사업으로 20∼30% 저렴한 요금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다분히 장밋빛 전망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MVNO 추진업체들도 현재와 같이 통신업체들이 출혈경쟁을 벌이는 와중에서는 MVNO 사업자들이 틈새시장을 형성하는 것조차도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와 MVNO 사업자들 모두 MVNO 시장형성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시장 전반에 공정경쟁의 룰이 정착돼야 한다고 주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신업계에서는 MVNO 사업자가 이동통신사들의 주력분야인 음성통신 보다는 무선 인터넷 등 신규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최근 KT가 모바일 인터넷 시장에서 MVNO 전략을 공개하고 파트너 찾기에 나섰고, e-북, 유통, 금융, 자동차 부문에서 기존 온-오프라인 사업자와의 제휴를 강화하고 나선 배경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자칫 경쟁자가 될 수 도 있는 이통사와 MVNO 사업자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협력의 모델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최경섭기자 kscho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