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시론] 아이폰 출시에서 얻는 교훈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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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12-20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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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이폰 출시가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대단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상당히 오랜 동안 과연 국내에 출시가 되는지, 만일 된다면 어느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출시를 하고 제공되는 서비스와 비용은 얼마인지에 대해 설왕설래가 있었고 마침내 출시가 되자 단기간에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출시되자마자 단말기 제조사들이 단말기 가격을 내리는 등의 반응을 보인 것을 보면 연관 시장에서의 효과 역시 상당한 것 같다. 그 동안의 과정에 대해 간간이 알려진 바를 보면 이번의 아이폰 출시는 사업자들 간의 경쟁, 국내 정보통신 당국의 규제 완화 등 많은 장애물을 넘어서 얻은 결과이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큰 반응을 일으킨 아이폰 출시가 왜 이렇게 지연되었는가를 돌아보는 것이 앞으로 이동통신 시장의 발전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보인다.

국내의 이동통신 시장은 흔히 1강 1중 1약이라고 묘사된다. 즉 하나의 선도 사업자, 중간 정도의 사업자, 그리고 가장 작은 시장 점유율을 가진 세 사업자가 전체 시장을 분할하고 있다. 그 동안 규제 당국에서는 가장 약한 사업자가 살아남을 정도의 수입을 얻도록 소위 비대칭 규제를 통해 시장을 인위적으로 통제하여 왔다. 이에 대해 선도사업자는 자신만이 과도하게 제한적인 규제를 받는다는 주장을 해왔고 여타 사업자들은 선도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이 자신의 기술력 우위가 아닌 우량 주파수의 할당에 따른 것이라고 하여 주파수 재할당을 요구하여 왔다.

비대칭 규제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선도사업자의 가격결정이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아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즉 선도사업자가 가격을 인하할 경우 여타 사업자들은 경쟁력을 상실하여 적자를 남기고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퇴출 되리라는 가설 하에 선도사업자의 가격인하는 인위적으로 통제되었다. 선도사업자는 이러한 규제 때문에 자유로운 경쟁이 제한되었다며 불평을 해 왔지만 알고 보면 사업자들 편에서 생각하면 그들 모두에게 그리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1위 사업자는 계속 선도적인 지위를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고 여타 사업자들의 경우에도 1등이 아니라 그렇지 그야말로 먹고 살만큼은 벌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업자들 모두가 적절한 이윤을 올리도록 허용하여 온 시장 구조가 이번의 아이폰 출시에 대한 폭발적 반응을 어느 정도 설명해준다고 보인다.

기술적 진보가 빠른 산업에서 흔히 선도 기업이 저지르는 오류 중 하나가 현재 수익을 제공하는 기술로부터 오는 이윤이 아까워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자기잠식효과)이라는 전문용어로 부르는데 이 단어의 원래 의미는 식인종이 자신의 종족을 먹는 것을 뜻한다. 즉 독점 사업자가 새 기술을 도입한다면 기술들 간의 경쟁으로 인해 기존의 기술로부터 생겨날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그동안 정보통신 기술에 관한 한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으나 최근 무선이동통신에 관해서는 급속히 뒤처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보고서들이 생산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규제당국의 인위적 시장구조 지지정책으로 말미암아 사업자들은 무선통신 기술의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해외 시장의 지속적 혁신과 3개 사업자들 간의 선도적 위치 다툼은 이러한 시장구조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여기서 중위 사업자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인해 잃을 것이 선도 사업자보다 작으므로 상대적으로 아이폰 도입에 적극적이었고 그 결과 많은 장애물을 넘어서 시장에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의 아이폰 출시로 인한 여러 시장 참여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시장의 경쟁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폰 출시는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존 사업자들에게 기술개발을 위한 잉여 이익을 보전해주는 것 보다 생존을 위해 경쟁해야 하는 시장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교훈을 확인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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