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지며 글로벌시장 위축
각국 성장률 하향조정ㆍ물가잡기정책 잇따라
미국발 `서브프라임 한파`가 휘몰아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대미의존도가 높은 신흥개발국들도 신용경색에 따른 경제불황에 직면해 있다. 지난 1월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 분기보고서에서, 세계경제 예상성장률을 4.4%에서 4.1%로 0.3%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4분기부터 미국 경기가 확연히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2007년보다 0.7% 포인트 하락한 1.5%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유럽 선진 15개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1% 포인트 떨어진 1.6%, 일본의 성장률도 1.9%에서 1.5%로 낮아질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중국은 11.4%에서 10.0%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일본 제외)은 9.6%에서 8.6%로 각각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주택담보대출시장 거품 붕괴=신용도가 낮은 개인들에게 주택을 담보로 고금리의 대출을 제공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는 지난 2000년 이후 미국 내에서 주택가격 상승과 맞물려 높은 증가세를 보여왔다. 이자비용보다 집 값이 더 빠르게 오름에 따라 너도나도 돈을 빌려 주택을 구매했다. 주택담보대출시장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4년 5%에서 2006년에는 20%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미국 가정의 주택보급률은 사상 최고치인 69.2%(2004년)를 기록했다.
당시 매우 낮았던 이자율도 주택담보대출이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는 2000년 5월 6.5%였던 연방기금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 2004년 6월에는 1.00%까지 떨어뜨렸다. 풍부한 자금이 주택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집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 미국 주택가격은 평균 124%가 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택시장의 호황에 불안의 징조가 보인 것은 2005년 중반, 가격이 더 이상 오르지 않고 거래건수도 급감하면서부터다. 이후 매물이 쌓이기 시작했으며 주택 건설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2007년 신규주택 판매건수는 2006년보다 26.4%가 감소했다.
시장이 빠르게 식으면서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지기 시작했으며 이는 대부업체들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 몇 년간 부풀어왔던 거품은 결국 지난해 초 붕괴했다. 크고 작은 주택담보 대출회사들이 연쇄 도산에 들어간 데 이어 4월에는 미국 최대의 서브프라임 대부업체인 뉴 센추리 파이낸셜이 파산관리를 신청했다. 불똥은 대형 금융기관으로도 이어졌다. 대출은행들로부터 주택저당증권(MBS)과 부채담보부채권(CDO)을 구입했던 투자은행들은 수십억~수백억달러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주말에는 세계 최대의 보험사인 AIG가 대규모 상각(111억달러) 여파로 창사이래 최대 분기 손실인 52억 900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히면서 기름에 불을 부었다. AIG의 상각액수 111억달러는 회사가 당초 공개했던 손실규모 48억8000만달러의 2배가 넘는다. 더 큰 문제는 손실규모가 아직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장상황에 따라 이번 분기에도 추가적인 상각이 뒤따를 수도 있다.
FRB는 미국 내 손실규모가 1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이번 1분기에도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우려된다. 스위스의 투자은행인 UBS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전세계 손실이 6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정부는 그동안 높여왔던 금리를 다시 낮추는 한편, 세금환급 조치를 실행할 방침이다. 5.25%였던 연방기금 금리는 지난해 9월 4.75%로 낮아졌으며, 이후 4차례의 인하를 거쳐 현재는 3.00%까지 내려왔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도 지난달 개인과 기업들에게 세금환급 또는 감면 혜택을 주는 1680억달러 규모의 긴급경기부양법안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광범위하게 일면서,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미국의 경제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도 내놓고 있다.
미국발 충격, 전세계로 급속히 파급=미국발 태풍은 서유럽지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유럽연합(EU)의 주요 금융기관들은 서브프라임 사태의 또다른 피해자다. 유럽 금융회사들은 미국내 투자은행과 마찬가지로 주택담보 대출기관들에 거액의 자금을 지원해 왔다. 이 자산이 한순간에 부실화하면서 EU 국가들도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UBS가 이미 187억달러의 자산을 상각처리했고 프랑스의 크레디 아그리콜, 영국 HSBC, 독일 도이체 방크 등 유럽의 대표적인 금융기관들도 수십억달러씩의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영국 5위의 모기지 은행인 노던록은 파산신청에 들어갔으며, 영국 정부는 550억파운드라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일시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 독일에서도 은행들에 대한 정부의 긴급 자금투입이 이어지고 있다.
오랜 불황을 끝내고 경기회복기에 들어서던 일본에도 서브프라임 사태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미 수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기업들은 모처럼 찾아온 경기호조가 금새 잦아드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달러 약세로 인한 엔고도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지난달 말 엔-달러 환율은 1달러에 104엔대로 급등했다. 도쿄시장에서 104엔대를 기록한 것은 2005년 3월 중순이래 처음이다.
여기에다 원유와 곡물가격도 급격히 오르면서 가계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일본 소비시장이 위축되면 휴대폰과 TV 등 내수판매 비중이 높은 디지털 가전업계는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흥개발국 중에서는 인도 등 서구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IT 서비스 아웃소싱의 중심지로 떠오른 인도는 예상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는 한편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규모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인도 은행들의 해외투자 손실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자원 수출강국으로 자리잡고 있는 러시아는 서브프라임 여파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 상태가 계속되면서 몰려드는 외화로 인해 러시아에서는 `물가잡기`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다소 복합적인 상황이다. 거시경제 지표는 여전히 양호한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서브프라임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권에는 들지 않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내수시장은 여전히 활기를 띄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방지를 최우선 순위로 놓고 있다. 반면 IT 제품 수출에서는 어느 정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수요가 이미 줄어들고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에 투자했던 중국 금융기관들도 적지 않은 손실을 입게 됐으며 부동산과 증시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각국 성장률 하향조정ㆍ물가잡기정책 잇따라
미국발 `서브프라임 한파`가 휘몰아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대미의존도가 높은 신흥개발국들도 신용경색에 따른 경제불황에 직면해 있다. 지난 1월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 분기보고서에서, 세계경제 예상성장률을 4.4%에서 4.1%로 0.3%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4분기부터 미국 경기가 확연히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을 2007년보다 0.7% 포인트 하락한 1.5%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유럽 선진 15개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1% 포인트 떨어진 1.6%, 일본의 성장률도 1.9%에서 1.5%로 낮아질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중국은 11.4%에서 10.0%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일본 제외)은 9.6%에서 8.6%로 각각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주택담보대출시장 거품 붕괴=신용도가 낮은 개인들에게 주택을 담보로 고금리의 대출을 제공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는 지난 2000년 이후 미국 내에서 주택가격 상승과 맞물려 높은 증가세를 보여왔다. 이자비용보다 집 값이 더 빠르게 오름에 따라 너도나도 돈을 빌려 주택을 구매했다. 주택담보대출시장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4년 5%에서 2006년에는 20%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미국 가정의 주택보급률은 사상 최고치인 69.2%(2004년)를 기록했다.
당시 매우 낮았던 이자율도 주택담보대출이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는 2000년 5월 6.5%였던 연방기금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 2004년 6월에는 1.00%까지 떨어뜨렸다. 풍부한 자금이 주택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집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0년간 미국 주택가격은 평균 124%가 오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택시장의 호황에 불안의 징조가 보인 것은 2005년 중반, 가격이 더 이상 오르지 않고 거래건수도 급감하면서부터다. 이후 매물이 쌓이기 시작했으며 주택 건설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2007년 신규주택 판매건수는 2006년보다 26.4%가 감소했다.
시장이 빠르게 식으면서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지기 시작했으며 이는 대부업체들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 몇 년간 부풀어왔던 거품은 결국 지난해 초 붕괴했다. 크고 작은 주택담보 대출회사들이 연쇄 도산에 들어간 데 이어 4월에는 미국 최대의 서브프라임 대부업체인 뉴 센추리 파이낸셜이 파산관리를 신청했다. 불똥은 대형 금융기관으로도 이어졌다. 대출은행들로부터 주택저당증권(MBS)과 부채담보부채권(CDO)을 구입했던 투자은행들은 수십억~수백억달러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주말에는 세계 최대의 보험사인 AIG가 대규모 상각(111억달러) 여파로 창사이래 최대 분기 손실인 52억 900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히면서 기름에 불을 부었다. AIG의 상각액수 111억달러는 회사가 당초 공개했던 손실규모 48억8000만달러의 2배가 넘는다. 더 큰 문제는 손실규모가 아직 완전히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장상황에 따라 이번 분기에도 추가적인 상각이 뒤따를 수도 있다.
FRB는 미국 내 손실규모가 15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금융기관들은 이번 1분기에도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우려된다. 스위스의 투자은행인 UBS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전세계 손실이 6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정부는 그동안 높여왔던 금리를 다시 낮추는 한편, 세금환급 조치를 실행할 방침이다. 5.25%였던 연방기금 금리는 지난해 9월 4.75%로 낮아졌으며, 이후 4차례의 인하를 거쳐 현재는 3.00%까지 내려왔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도 지난달 개인과 기업들에게 세금환급 또는 감면 혜택을 주는 1680억달러 규모의 긴급경기부양법안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광범위하게 일면서,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미국의 경제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도 내놓고 있다.
미국발 충격, 전세계로 급속히 파급=미국발 태풍은 서유럽지역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유럽연합(EU)의 주요 금융기관들은 서브프라임 사태의 또다른 피해자다. 유럽 금융회사들은 미국내 투자은행과 마찬가지로 주택담보 대출기관들에 거액의 자금을 지원해 왔다. 이 자산이 한순간에 부실화하면서 EU 국가들도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UBS가 이미 187억달러의 자산을 상각처리했고 프랑스의 크레디 아그리콜, 영국 HSBC, 독일 도이체 방크 등 유럽의 대표적인 금융기관들도 수십억달러씩의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영국 5위의 모기지 은행인 노던록은 파산신청에 들어갔으며, 영국 정부는 550억파운드라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일시 국유화하기로 결정했다. 독일에서도 은행들에 대한 정부의 긴급 자금투입이 이어지고 있다.
오랜 불황을 끝내고 경기회복기에 들어서던 일본에도 서브프라임 사태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미 수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기업들은 모처럼 찾아온 경기호조가 금새 잦아드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달러 약세로 인한 엔고도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지난달 말 엔-달러 환율은 1달러에 104엔대로 급등했다. 도쿄시장에서 104엔대를 기록한 것은 2005년 3월 중순이래 처음이다.
여기에다 원유와 곡물가격도 급격히 오르면서 가계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일본 소비시장이 위축되면 휴대폰과 TV 등 내수판매 비중이 높은 디지털 가전업계는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흥개발국 중에서는 인도 등 서구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IT 서비스 아웃소싱의 중심지로 떠오른 인도는 예상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는 한편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규모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인도 은행들의 해외투자 손실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자원 수출강국으로 자리잡고 있는 러시아는 서브프라임 여파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 상태가 계속되면서 몰려드는 외화로 인해 러시아에서는 `물가잡기`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다소 복합적인 상황이다. 거시경제 지표는 여전히 양호한 상황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서브프라임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권에는 들지 않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내수시장은 여전히 활기를 띄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방지를 최우선 순위로 놓고 있다. 반면 IT 제품 수출에서는 어느 정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수요가 이미 줄어들고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에 투자했던 중국 금융기관들도 적지 않은 손실을 입게 됐으며 부동산과 증시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